“우리집 재산이 100억”…퇴직 16년된 중국 공무원, 손녀 돈자랑에 부정부패 덜미
중국에서 16년 전에 퇴직한 한 지방 간부 공무원이 손녀의 돈 자랑 때문에 재직시절 부정부패 행위가 들통나 당적을 박탈당하고 부정 축재한 재산을 몰수 당했다.
중국 광둥성 선전시 기율·감찰위원회는 지난 10일 심각한 기율 위반 혐의로 선전시 교통국 화물운수분국 전 국장인 중겅치(鍾庚賜)에 대해 당적을 박탈하고 불법 소득을 몰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고 CCTV 등이 11일 보도했다. 선전시 기율·감찰위는 또 그의 부정 축재 등 기율과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 추가 조사를 벌여 처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중 전 국장은 선전 출신으로 1968년 공직에 입문해 1971년 중국 공산당에 입문한 뒤 주로 운수국에 근무하다 2007년 11월 정년 퇴직했다. 은퇴한 지 16년이나 지난 그가 뒤늦게 당국의 조사를 거쳐 처벌을 받게 된 것은 손녀 때문이다. ‘북극 메기’라는 필명을 쓰는 그의 손녀는 지난 3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웨이보에 집안의 부를 과시하는 글을 올려 논란을 일으켰다.
그의 손녀는 당시 웨이보를 통해 가족이 호주로 이민한 사실을 전하면서 “우리 집의 막대한 재산은 많은 중국인이 제공한 것이며, 내가 아는 것은 우리 집 재산 규모가 아홉 자릿수라는 것”이라며 “가고 싶은 나라가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고 적었다. 재산 규모가 ‘아홉 자릿수’라는 것은 집안 재산이 최소 1억위안(약 183억원)이 넘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의 손녀는 또 할아버지 사진을 게시하고 “(불법적으로) 돈을 탐낸 것 같다”는 취지의 글도 올렸다. 이 게시물은 SNS에서 논란을 일으켰고 누리꾼들의 분노를 사며 결국 당국의 조사를 촉발했다.
그러나 당시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던 선전시 교통국은 6개월이 지난 지난달 “규정에 따라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비난 여론을 부추겼고, 결국 기율·감찰위가 조사에 나선 뒤에야 중 전 국장의 재직 시절 부정 축재 혐의가 드러나게 됐다. 기율·감찰위는 그가 재직 기간 규정을 위반해 영리 활동을 하고 여러 기회를 틈 타 재물을 긁어 모았으며, 직무를 이용해 다른 사람의 편의를 봐주면서 불법적으로 재물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 중 전 국장이 조사 과정에서 당에 충성하지 않고 불성실한 태도로 조사에 저항하며 여러차례 허위 진술을 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매체들은 이번 사건을 앞다퉈 보도했다. 특히 관영매체들은 공직자들의 부패와 공직 기강 문제를 지적하는 동시에 손녀의 철없는 행동도 꼬집었다. 공산당 기관이 인민일보는 평론에서 “북극메기 사건은 부패 분자는 퇴직 후에도 편하게 잠자리에 들 수 없고 부패의 꼬리는 언젠가는 잡힌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메기 한 마리가 큰 물고기를 밖으로 데리고 나왔는데 북극메기는 후회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썼다. 관영 신화통신도 시평을 통해 “중겅치는 퇴직한 지 16년이 지나 당의 기율과 국법에 의해 엄중한 처벌을 받았고, 이는 부패한 사람들은 아무리 깊고 오래 숨겨도 결국 대중의 눈과 처벌을 피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면서 “당원과 간부는 당의 기율과 국법의 레드라인을 넘으면 패가망실할 수 밖에 없으며, 가풍도 잘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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