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최고 의사결정 기구 ‘대법관회의’에 쏠리는 시선
이달 열리는 대법관 회의에서 주요 현안 매듭
권한대행, 대법관 제청 안 할 듯…전원합의체는 진행 가능성
다음달 열리는 ‘대법관회의’에 법조계 시선이 쏠리고 있다. 매달 정례적으로 열리는 회의이지만 35년 만의 대법원장 국회 임명동의안 부결로 사법부 수장이 부재한 상황인 만큼 이 공백을 어떻게 메우고 꾸려갈 것인지가 긴급한 안건으로 오를 전망이기 때문이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선 대법원장의 권한인 차기 대법관 제청, 전원합의체 진행을 권한대행이 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대법관회의는 대법원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대법원 규칙 제·개정, 판례 수집·간행, 판사의 임명 뿐 아니라 대법원장이 부의한 각종 안건에 대해 대법관이 투표를 통해 방향을 정한다. 대법관 3분의2 출석, 출석인원 과반수 찬성으로 가부(可否)를 정한다.
대법관회의는 매월 1회 개최되는데 상황에 따라 대법원장이 임시 회의를 소집하기도 한다. 대법관들은 김명수 전 대법원장 임기 만료 이틀 뒤인 지난달 25일 대법관회의를 열고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대법관들은 권한대행이 전원합의체 선고, 대법관 임명 제청이 가능한 지에 대해 논의 했으나 결론을 내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대법관회의는 이달 말 열릴 전망이다. 전날부터 진행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가 26일 끝난 이후 개최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대법원장 권한대행 체제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다음 회의에선 권한대행의 역할 범위에 대해 대략적으로라도 가이드라인을 정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면한 문제는 내년 1월 임기가 끝나는 안철상 권한대행과 민유숙 대법관 후임 제청이다. 대법관 임명 제청 권한은 대법원장에게 있다. 차기 대법관 인선 절차는 통상 임기 만료 두달 전부터 시작되지만 현재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인선 절차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구성→후보자 심사→추천→대법원장의 제청→국회 인사청문회→임명동의안 표결 순으로 이뤄진다. 이 과정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기까지 약 3개월이 소요되지만 대법원장이 공석이라 관련 논의를 끌어나갈 동력이 없는 상황이다. 3개월 뒤 퇴임을 앞둔 안 권한대행이 대법관 제청 드라이브를 걸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달 25일 열린 대법관 회의에서 일부 대법관은 권한대행이 차기 대법관 임명 제청을 해도 되는지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고 한다. 임명제청권은 3권 분립 정신에 따라 대법원장의 사법부 운영 철학이 반영돼야 한다는 취지다. 지금까지 권한대행이 차기 대법관을 제청한 전례도 없다.
대법원 내부에서는 권한대행이 제청권을 행사하지 않는 쪽으로 무게추가 기운 것으로 보인다. 전날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은 국감에서 “권한대행이 두 명의 대법관을 제청 가능한지 등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이달 열릴 대법관 회의에서도 유사한 방향으로 해당 논의가 종결될 가능성이 크다.
법원행정처 근무 경험이 있는 한 법조인은 “보수적인 법조계에서 권한대행이 차기 대법관을 제청하는 선례가 생기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법률상으로도 권한대행이 아닌 대법원장의 권한으로 보는 게 타당해 보인다”며 “다만 대법관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권한대행의 전원합의체 진행 여부도 이달 대법관 회의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장이 재판장을 맡고 대법관 12명이 참여한다. 권한대행이 전원합의체 선고에 참여한 사례는 1978년 12월∼1979년 3월에도 4건의 전원합의체 선고가 마지막이다. 당시 민복기 전 대법원장의 정년퇴임으로 3개월간 대법원장 공백이 이어졌다.
현재 전원합의체 진행 사건은 ▲교원소청심사위원회 결정 취소(2018두55272) ▲구상금(2020다271650) ▲손해배상(2020다265969) ▲인지청구(2021므13279) ▲의료법 위반(2022도11979) 등 5건이다.
대법관 제청과 달리 전원합의체는 권한대행이 진행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일 여지가 많다. 과거 전례가 있는 데다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을 들여다보는 전원합의체 진행을 기약 없이 미룰 수도 없기 때문이다. 안 권한대행도 임명동의안 부결 후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는 언제든지 공백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대행 체제에서 이뤄진 사례도 있다. 앞으로 검토돼야 할 문제”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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