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진료 0건'에도 세금 지원받는 권역외상센터 전문의
연평균 23명이 수술 건수 '0', 3명은 외래 진료도 안해
다른 전담 전문의에게 진료 몰리는 상황도 발견돼
현재 수술·외래 진료 실적이 없어도 매년 1억 3500만 원 지원
인재근 의원 "복지부, 권역외상센터 제대로 ·감독해야"
중증외상환자의 최후 저지선인 권역외상센터에 근무하는 전담전문의 중 최근 3년간 수술을 하지 않은 전문의가 수십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래 진료 조차도 한번도 하지 않은 전문의도 3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복지부 지침은 전문의가 월평균 2명 이상 진료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지침을 지키지 않아도 제재할 수 있는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수술과 외래 진료를 하지 않는 전문의가 생기면 중증외상환자가 적시에 치료를 받지 못할 수 있게 된다.
권역외상센터는 365일 24시간 교통사고, 추락 등에 의한 다발성 골절·출혈 등을 동반한 중증외상환자에 대해 병원 도착 즉시 응급수술을 제공하는 외상전용 치료센터다. 2009년 국내 외상체계의 미비로 예방가능 외상사망률이 35.2%로 높아 이를 20% 미만으로 낮추기 위해 사업이 추진됐다. 현재 전국을 5개 권역으로 나눠 17개의 외상센터를 정부에서 지원하고 있다.
설립 취지처럼 권역외상센터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365일, 24시간 수술에 대기하는 외상 수술팀이다. 외상 환자는 1시간 이내 이송해 수술받아야 생명을 살릴 수 있어서다.
하지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권역외상센터에 근무하는 전담전문의 중 3년간 수술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전문의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9년부터 2021년 사이 연간 수술실적이 0건인 전담전문의는 총 68명(누적)이다. 2019년에는 17명, 2020년에는 32명, 2021년에는 19명의 전담전문의가 수술을 한 건도 하지 않았다. 연평균 약 22.7명 꼴이다. 2021년 기준 전국 전담전문의가 총 198명임을 고려하면 전체의 약 11.5%, 9명 중 1명은 연간 수술실적이 없다는 의미이다.
수술실적이 없었던 68명을 진료과로 분류해 보면 외과 29명, 응급의학과 20명, 흉부외과 12명, 신경외과 4명, 정형외과 3명이다.
복지부 지침상 권역외상센터 전담전문의는 중증외상환자를 1년에 20명 이상 또는 월평균 2명 이상 진료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이 지침을 지키지 않아도 이를 제재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 이렇다 보니 연간 수술 실적이 한 건도 없는 전문의가 상당수 존재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병원 상황이 모두 달라 특정 전문의가 3년간 왜 수술을 하지 않았는지 알기는 어렵다"고 했다.
같은 기간 동안 외래 진료실적조차 없는 전문의도 있었다. ㄱ권역외상센터 외과 A씨, ㄴ권역외상센터 흉부외과 B씨, ㄷ권역외상센터 흉부외과 C씨는 3년간 수술과 외래 진료 실적이 0건이다.
이 때문에 다른 전담전문의에게 진료가 쏠리는 상황이다. ㄱ권역외상센터의 한 외과 전문의는 연간 91회 진료(외래+수술)를 했고, ㄴ권역외상센터의 한 흉부외과 전문의는 연간 704회 진료를 했다. ㄷ권역외상센터의 한 흉부외과 전문의도 연간 97회 진료를 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수술·외래 진료 실적이 없는 전담 전문의도 국고보조금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르면 전담전문의는 매년 평균 1억 3500만 원을 지급받는다. 진료 실적에 대한 모니터링이 없어 예산이 낭비되고 있는 셈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진료 실적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 않아 진료실적과 상관없이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전담 전문의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게 진료 실적과 예산 지급방식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인재근 의원은 "수술과 외래 진료를 하지 않는 전담전문의가 생기면 중증외상환자가 적시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보건복지부는 권역외상센터의 역할과 목적에 맞는 평가 기준을 만들고 이를 제대로 지키는지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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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류효림 인턴기자 nocutnew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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