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문 부회장의 메리츠증권…사모 CB 의혹으로 최대 위기
금감원, 추가 검사 예고…메리츠에 대가 있었나도 검사 포인트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금융감독원의 사모 전환사채(CB) 기획검사 결과 메리츠증권을 둘러싼 '무늬만 투자' 논란이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메자닌(CB·BW) 제도는 회사채를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운 회사에 모험 자본을 공급하는 취지로 생겨났지만, 메리츠증권은 사실상 담보 채권 등을 통해 원금을 그대로 보장받으며 중개수수료만 챙긴 정황이 확인됐다.
또 발행 회사 최대주주의 편의를 봐준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부실회사 최대주주가 CB 발행을 통해 돈을 버는 행위에 조력자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그간의 비판에도 힘이 실리게 됐다. 금감원은 메리츠증권에 추가 현장조사를 나갈 예정이다.
금감원은 11일 사모 전환사채(CB) 관련 메리츠증권 기획검사를 통해 불건전 영업행위 혐의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메리츠증권은 사모 메자닌 강자로도 시장에 명성이 알려져있다.
금감원이 메리츠증권 기획 검사를 나간 직접적 계기는 이화전기 매도 논란 때문이다.
메리츠증권은 김영준 이화그룹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로 이화전기 주식의 매매 거래가 정지된 5월10일, 보유하고 있던 주식 5838만2142주(32.22%)를 전부 매도했다고 공시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2021년 10월 이화전기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400억원을 투자한 뒤 꾸준히 주식으로 바꿔 장내 매도하는 식으로 처분해왔다. 계열사 이아이디 지분도 처분해 손실을 피해갔다.
기막힌 타이밍에 매도하면서 손실을 회피한 것이다.
미공개정보 이용 논란이 불거지자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6월 정무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절차에 따라 필요한 것들 조치한 부분이 있고 앞으로도 하겠다"며 검사 및 조사를 예고했다. 또 CB·WB 제도가 불공정거래에 악용되지 못하게 하겠단 의지도 밝혔다.
관련해 메리츠증권은 국정감사장에도 선다.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부회장은 17일 금융감독원 대상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이화전기 거래 정지 사태와 관련해 증인으로 소환됐다. 김현 이화그룹 소액주주 연대 대표도 금융위 국감 참고인으로 나선다.
이화전기뿐이 아니다…잇단 '무늬만 투자' 논란의 메리츠
하지만 이상한 건 메리츠증권 메자닌 투자가 유독 부실기업에 집중됐다는 것이다. 금감원이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메리츠증권이 CB·BW 투자를 통해 자금을 공급한 기업 중 18곳이 횡령·배임, 부도 및 회생절차, 감사의견거절 등을 이유로 거래정지됐다. 이화전기, 이트론 등도 대표이사의 횡령·배임 혐의로 매매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더 이상한 점은 메리츠증권은 거의 손실을 보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이화전기는 기막힌 타이밍에 주식을 모두 던지면서 소액주주들과 달리 손실을 회피할 수 있었다.
다른 투자 건들에서도 메리츠증권은 메자닌 인수를 조건으로 부동산, 채권 등을 담보로 요구해 사실상 원금을 확실히 보장받았다. 휴센텍의 상장폐지 이슈가 불거졌을 때도 메리츠증권은 통화안정채권 담보권을 행사해 원금 회수뿐 아니라 CB 중개 수수료를 챙겼으며, 과거 메리츠종합금융회사 시절에도 예금을 담보로 사실상 원금을 보장받는 불건전 영업행위를 한 혐의로 당국 제재를 받은 바 있다.
이에 메리츠는 CB·BW를 활용해 부실기업의 자금조달을 돕고 무자본 M&A·주가조작 세력의 조력자 역할을 한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무자본 M&A란 말 그래도 내 돈 들이지 않고 기업을 인수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사냥꾼은 먼저 사채업자로부터 자금을 차입해 타깃 기업 지분을 인수하고, 주식 또는 메자닌 발행을 통해 신규 자금을 모집한다. 모집한 돈은 신규사업 진출이나 부동산 투자, 비상장주식 투자 등 명목으로 빼돌려 인수대금을 갚는다.
즉 무자본 M&A를 진행하는데 총알 자금이 되어줄 사채업자가 반드시 필요한데, 그 역할을 메리츠증권이 해주고 있다는 비판이다. 부실기업 대주주(또는 기업사냥꾼)는 돈을 벌고, 메리츠증권은 중개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
의혹 일부 사실로…금감원, 불건전 영업행위 포착
금감원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상장사 CB 전액에 상당하는 채권을 상장사가 사게 한 뒤 이를 담보로 잡았다.
또 담보 채권 취득은 메리츠증권 채권부서를 통해서만 이뤄졌다. 메리츠증권은 발행사에게 국채 또는 AA 이상 채권들로 구성된 담보채권 가능 목록을 2~3개 내외로 체시하고 그 중에서 취득하도록 해, 발행사의 담보채권 선택 범위가 일정 제한됐다.
메리츠증권이 담보채권을 해제해 발행사가 신규사업 지출, 운영자금 사용 등에 쓸 수 있도록 동의한 사례는 없었다. 사실상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CB 제도의 취지와 어긋나는 발행 행태인 셈이다. 담보채권 해제에 동의는 CB 투자금액 회수 차원에서만 이뤄졌다.
최대주주에게 편익을 제공한 정황도 포착됐다.
상장사 B사의 특수관계자(사실상 최대주주)가 최소자금으로 발행 CB의 전환차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줄 것을 요청했는데, 장외파생상품을 통해 이에 응한 것이다.
무자본 M&A는 대부분 부실 기업 껍데기만 남고 최대주주만 배불리게 되는 결말로 흘러간다.
담보를 통한 원금 보장이나 최대주주에게 편익을 제공하는 방식에 계약서상 명시되지 않은 과정이 포함돼있다면 자본시장법 71조 '불건전 영업행위 금지' 위반 소지가 있다.
금감원 추가 검사 나간다…'대가성' 있었나 주목
메리츠증권의 메자닌 투자 건수가 워낙 많았던 데다 한 기업당 CB 투자가 회차별로 수차례 나눠 이뤄지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다 들여다 본다는 계획이다.
또 이번 검사 결과엔 포함되지 않았지만 CB 발행·유통 과정에서 메리츠증권으로 대가가 흘러간 것이 있는지 여부도 금감원의 관심사 중 하나다.
그간 메리츠증권은 유독 부실 기업의 CB·BW 발행을 도우며 돈줄이 돼줬는데, 결과적으로 부실기업 대주주들이 이익을 챙기는데 조력자 역할을 한 셈이 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위법적인 방법으로 메리츠증권 또는 메리츠 임직원이 대가를 받도록 금융구조를 설계했다면, 혹은 대가성 금품이 오갔다면 법적 문제 소지가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가성 부분도 검사 과정에 있어 의심해 볼 부분"이라며 "CB 발행이 워낙 많다보니 건건이 특성이 있어, 다 개별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일부 임직원 개인의 일탈 행위로, 회사와 주주, 투자자의 금전적 손실은 없었다"며 "최종 검사 결과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했다. 문제가 된 임직원들은 권고사직을 받아 퇴사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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