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동 확전 대비 비상계획 착수…민간인 대피 논의중"

[이·팔 전쟁]

10일(현지시간) 가자시티 내 이스라엘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앞에서 한 남성이 참담한 표정을 짓고 있다./AFPBBNews=뉴스1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이 중동 확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미국 정부가 비상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10일(현지시간) AFP 등 외신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모든 긴장 악화 시나리오에 대비한 비상계획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면서 "우리는 계획 수립에 깊이 관여하고 있고, 향후 전개될 수 있는 잠재적인 시나리오에 대해 동맹 및 파트너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현재 (분쟁) 상황을 악용하는 것을 고려하는 적들을 포함해 모든 이들에게 분명히 밝히건대 미국은 항상 이스라엘 편이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군이 슈퍼 핵 항모인 제럴드포드 항모 전단을 이스라엘 근처로 전진 배치한 것에 대해선 "전쟁의 확대를 모색하는 이들을 향해 억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며 "필요에 따라 추가 자산을 이동시킬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스라엘이 지상전 투입을 준비하는 가운데 미군을 이스라엘에 파병할지에 대해선 "지금 시점에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설리번 보좌관은 미국이 이스라엘 분쟁에 집중하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자원이 분산되는 것을 우려하느냐는 질문에 "미국은 필요시 유럽과 우크라이나, 인도·태평양 동맹국과 이스라엘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자원, 도구,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며 "모든 작전 구역에서 동시에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가 맡은 일이자 매일 하는 일"이라고 답했다.

역내 민병대 등 다른 위협 세력에 대해선 "긴급한 위협을 제기하며 현 상황을 악용할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고 본다"며 그럴 경우엔 "미국의 단호한 대응과 후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간 하마스와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를 지원해온 이란에 대해선 "우리는 이란이 광범위한 의미에서 이번 공격에 공모하고 있다고 말해왔다"면서도 "이란이 하마스의 이번 공격을 사전에 인지했는지, 이번 계획에 직접 도움을 줬는지에 관해선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또 하마스를 수니파 무장 조직 이슬람국가(IS)에 비유하며 "악(惡)이자 야만"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들과 미국 및 이스라엘 같은 나라의 차이는 민간인을 의도적으로 겨냥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작전에 따른 민간인 안전 문제와 관련해 그는 "이스라엘, 이집트 등과 논의 중"이라며 민간인 대피를 위한 통로 확보가 논의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실종된 미국인은 약 20명이라고 했다. 다만 "전부 인질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인질 구출 노력의 일환으로 관련 전문가를 현지로 파견해 정보를 공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마스는 7일 이스라엘 남부 지역에 침투해 민간인과 군인, 아이와 여성 등을 가리지 않고 인질로 데려갔다.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외국인 국적자도 포함되며 총 약 150명 규모로 파악된다.

한편 미국은 카타르에 인질 석방을 위한 중재자 역할을 요청했지만 카타르는 난색을 표했다. 마지드 빈 모하메드 알 안 사리 카타르 외무부 대변인은 10일 관련 브리핑에서 "너무 이르다. 현재로선 어떤 당사자가 중재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하기는 매우 어려운 시점"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카타르는 이번 충돌의 근본적 원인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탄압이라며 이스라엘에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