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정원박람회, 목표 관람객 800만명· 수익금 124% 초과 달성
노관규 시장 "유례없는 대성공 뒤 시민·공직자·시장의 완벽한 삼합 빛나"
폐막까지 20일 남아…절정 습지·가을정원 마지막까지 감동 선물할 것
[순천=뉴시스] 김석훈 기자 =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개장 190일 만에 목표 관람객 800만 명을 달성하면서 성공적인 국제 박람회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
11일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10일 기준 826만 명이 박람회장을 찾았다.
개장 12일 만에 100만 명, 23일 만에 200만 명을 달성하며 관람객 수는 빠르게 증가했다. 올해 여름 유난히 긴 폭염과 장마로 잠시 둔화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추석 황금연휴 6일 동안 100만 명이 방문하면서 지난 7일 누적 800만 관람객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800만 명 목표 및 253억 원 수익금 조기 달성…정부 관심 이끌어
개장 반년 만에 대한민국 국민 6명 중 1명이 순천을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함께 목표 수익금 253억 원은 개장 128일 만에 달성했으며, 9일 기준 316억을 확보해 목표액의 124%를 달성했다.
800만명이 넘는 소비 인구가 몰리며 도심 상권에도 훈풍이 불었다.
박람회장 내에서는 35개 수익사업시설에 지역 소상공인이 참여하는 상생 모델이 만들어지고 관람객이 국가정원 인근 상권은 물론 원도심까지 퍼져나가며 재료 소진으로 조기마감 문구를 써 붙인 식당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박람회의 경제효과는 인근 도시까지 침투했다. 광양시, 보성군은 발 빠르게 정원박람회장을 경유하는 시티 버스를 운영했고, 여수도 박람회 대비 관광 종합대책반을 준비했다. 그 결과 여수·광양·보성·구례·고흥 등의 방문자가 작년 대비 평균 10%p 이상 증가하는 등 정원박람회가 제대로 낙수효과를 뿌렸다는 평가다.
대기업도 몰려들기 시작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포스코와이드, 포스코리튬솔루션 등 순천의 탁월한 정주 여건에 주목한 유수 기업들이 먼저 투자·유치를 결정한 것이다.
정부도 응답했다. 순천 소재 주요 산단이 6000억 원 상당의 거점산단 경쟁력강화 사업지로 선정된 데 이어, 전남에서 유일하게 국립순천대학교가 글로컬 대학 30 예비 명단에 올랐다.
최종 지정 시에는 5년간 10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지원받는다. 박람회 이후 순천을 이끌어 갈 애니메이션 클러스터 사업 또한 예산 2000억 원을 확보해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애초 2023정원박람회의 생산유발효과는 1조 5926억 원, 일자리 창출 효과는 2만 5149명,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7156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으나, 박람회 자체 성과를 넘어 기업·정부 투자와 도시 브랜드 향상 등 후광효과를 감안한다면 그 수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10일 "눈에 보이는 수치적 성과보다 더 중요한 건 '유럽의 어느 정원보다 완성도가 높다', '추석에 해외여행 갈 필요가 없을 만큼 만족스러웠다'는 관람객들의 진심 어린 반응에 감격했다"면서 정원박람회 이후 순천의 미래는 매우 밝음을 선언했다.
◇시민·공직자·시장이 힘 모은 유례없는 성공 가도…전국적 순천 배우기 열풍
순천은 축구장 234개에 달하는 193㏊의 어마어마한 면적 위에 정원을 조성해 소득 3만 달러 시대 시민들이 바라는 맑고 밝은 녹색도시의 표준을 제시했고, 대한민국 도시의 미래를 고민하는 수많은 리더들의 ‘순천 배우기’ 열풍을 일으켰다고 노 시장은 설명했다.
전국 480여 개 기관·단체는 물론 서울특별시, 경기도, 부산광역시 등 주요 지자체와 유력 정치인들이 앞다퉈 정원을 방문했고, 정원 도시를 선포하거나 국가정원 지정, 정원박람회 유치에 뛰어들고 있는 점은 순천정원박람회의 효과가 아닐 수 없다고도 분석했다.
이 때문에 정원박람회를 이끈 노 시장은 정원으로 도시의 판을 바꾸고 대한민국을 흔들 수 있었던 ‘영업비밀’에 대한 강의 요청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노 시장은 지난 5월 기초 지자체장 최초로 서울시 ‘미래 서울 아침특강’ 연단에 선 이래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산림연찬회, 지방자치학회 학술대회, 연합뉴스TV 경제포럼 등에서 순천의 혁신 사례를 강의했다.
여러 강연과 인터뷰를 통해서 노 시장은 한결같이 ‘삼합’의 힘을 강조했다.
그는 "한 도시가 바뀌려면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가 필요하다. 과거로 회귀하려는 리더가 뽑히면 도시는 후퇴한다. 제시된 비전을 실현할 실력 있는 공직자도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 둘이 있어도 충분조건인 품격 높은 시민 없이는 도시를 바꿀 수 없는데, 순천에는 시민·공직자·시장의 완벽한 삼합이 있었다"고 삼합을 성공의 기반으로 치켜세웠다.
실제로 2023 박람회를 준비하며 노 시장이 국가정원과 도심과 연결하는 축이자, 차보다 사람이 대접받는 상징적 공간으로 ‘그린아일랜드’를 제안했을 때 조직위 직원은 아스팔트 도로를 걷어내지 않고도 잔디를 식재하는 방법을 고안해 공기와 비용을 크게 단축했다.
순천시민들도 박람회 성공을 위해 힘을 모았다. 도시 외곽으로 통하는 주요 도로가 통제됐지만 획기적인 도시 변화를 위해 불편을 감수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시민 기부금 20억 원에 더해 자원봉사자·해설사·일류플래너·모범운전자 등 4,200여 명의 시민이 박람회장 곳곳에서 헌신하는 등 시민의 참여가 빛을 발했다.
◇정원조성부터 운영시스템까지 탁월…모방 도시에서 창조·수출하는 도시로
폐막 20일을 앞둔 2023정원박람회는 일본이나 유럽식 정원 설계 방식을 벗어나, 우리 정서에 맞게 창조한 정원으로 전문가들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10년 전 정원박람회 경험이 없던 때에는 해외 사례를 모방하는 데 그쳤으나, 그간 쌓은 노하우로 고유한 정원 모델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노 시장이 별도의 총괄 가드너 없이 직원들과 함께 직접 디자인에 나섰고 도로에서 정원이 된 그린아일랜드, 저류지가 푸른 잔디광장으로 변한 오천 그린광장, 국내 최초 전기 배터리로 운행하는 정원드림호, 정원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가든 스테이 등 정원 선진국에도 없던 독보적인 콘텐츠들이 만들어졌다.
정원박람회를 관할하는 기구인 AIPH(국제원예생산자협회, 회장 레오나르도 캐피타니오)는 지난 9월 순천에서 제75회 정기총회를 열고 정원박람회 현장을 확인한 후, 노관규 시장에게 내년 봄 카타르 총회에서 순천의 노하우를 세계에 공유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교통체증, 안전사고, 잡상인, 바가지요금 없는 탁월한 운영시스템도 주목받았다. 중소도시 한 곳이 통째로 옮겨온 듯 21만 명의 관람객이 몰린 날에도 교통대란이 발생하지 않았던 바탕에는 최첨단 ICT 장비를 활용한 스마트 관제시스템과 더불어 넉넉한 주차면수 확보, 시내버스 구간 조정, 셔틀버스 운행, 시민들의 자발적인 차량 2부제 운동 등 전방위적인 노력이 합을 이뤘다.
지난 8월에는 이러한 운영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한국의 행정안전부에 해당하는 부처 직원들이 정원박람회장을 찾았고, 조직위는 피플카운팅 시스템, 안전 드론, 웨어러블 CCTV 등을 활용한 안전관리 방안을 적극 전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원 조성부터 행사 운영에 이르기까지, 불과 10년 전 유럽의 정원과 사례들을 베껴오기 급급했던 순천이 10년 만에 국내를 넘어 해외에 콘텐츠와 노하우를 수출하는 도시가 된 것이다.
◇ 폐막까지 아직도 20일, 절정 달한 습지·가을 정원이 마지막까지 감동 선사
목표 관람객은 달성했지만, 끝없이 펼쳐진 은빛 갈대와 흑두루미의 군무가 아름다운 순천만, 억만 송이 국화와 코스모스가 만개한 국가정원은 여전히 붐빈다. 절정에 달한 가을 정원을 보기 위해 10월 일평균 10만 관람객들이 정원박람회장을 찾고 있다. 조직위는 막바지 관람객들을 위해 폐막 직전까지 다양한 문화공연과 대단위 행사를 준비해 풍성한 추억거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오천 그린광장에서는 순천시와 전라남도가 공동으로 주최한 ‘제1회 남도 영화제’가 11일부터 나흘간 열린다. 이 기간 기타리스트 박주원, 강산에 밴드 등이 출연해 남도의 가을과 어울리는 음악을 선물한다. 27일과 28일에도 광장을 무대로 열리는‘청춘 마이크’ 페스티벌에서 11개 공연팀과 힙합 그룹 에픽하이가 특별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또 12일부터는 ‘2023국제농업박람회’가 정원박람회장 인근 생태문화교육원 일대에서, 13일부터는 ‘제104회 전국체육대회’가 전남 소재 70개 경기장에서 개최됨에 따라 전국의 수많은 농업인과 체육인, 체육팬들도 정원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정원박람회 폐막식은 31일‘새로운 시작, The 높게’라는 주제로 개최된다. 조직위와 순천시는 폐막행사에 앞서 순천시와 함께 어린이 뮤지컬·한복 패션쇼 등 세대별 참여형 프로그램과 레크리에이션을 준비, 성공적인 박람회 개최부터 폐막까지 에너지를 모아준 순천시민을 위한 대축제를 기획하고 있다.
오후부터 이어질 공식 폐막행사는 214일간의 정원박람회 성과를 돌아보고 앞으로 순천이 나아갈 미래 비전을 공유하는 자리로 꾸려질 예정이다.
◇ “대도시 꿈꾸지 않는다… ”정원 그 이상의 순천, 정원은 다시 무대가 된다
노관규 시장의 다음 목표는 순천을 대한민국이 세계에 내놓고 자랑할 수 있는 도시로 만드는 것이다.
정원박람회는 목표가 아닌 ‘수단’임을 꾸준히 역설해 왔던 노 시장은 박람회 사후 활용 방안으로 굴뚝 없는 친환경 사업인 애니메이션을 선택했다. 코로나19 이후 OTT 플랫폼의 파이가 급속히 커지고 K-콘텐츠의 위상이 세계적인 수준에 이른 만큼, 부가가치가 높은 문화콘텐츠 산업을 착실히 키워 지금까지와는 전혀 새로운 형태의 도시를 창조하겠다는 것이다.
순천시는 이미 완벽하게 조성된 정원이라는 무대 위에, 작품 하나로 영화·음반·캐릭터·퍼레이드 등 확장성이 무궁무진한 애니메이션을 입혀 지속적인 수요층을 창출하는 것은 물론, 지역의 젊은이들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줄 계획이다.
노 시장은 9월 일본을 방문해 세계박람회장 일부를 애니메이션 테마파크로 조성한 지브리파크 사례를 확인하고, 가칭 ‘K-문화콘텐츠 산업 특구’를 목표로 기회발전특구 지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노 시장은 “순천은 대도시를 꿈꾸지도, 따라 하지도 않는다. 정원박람회가 그랬듯 우리 도시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제대로 집중하고 투자한다면, 온갖 부작용을 만들어 내는 수도권 일극체제의 대한민국 판도가 분명히 바뀌게 될 것”이라며 순천의 미래 비전을 설명했다. 노 시장은 11일부터 진행되는 시정보고회에서 보다 구체적인 추진 방향을 시민들과 대외에 공유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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