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 물질, 인체 축적돼 유해성 발생 가능성 높아” 日 오염수 연구용역 결과 비공개한 질병청

이동준 2023. 10. 1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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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청 장관 “비공개 설정, 몰랐어”
환경부 장관 “오염수 우리 영향 미미, 자신있다”
사진은 지난 8월27일 일본 도쿄전력이 운영하는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처리된 오염수를 바다로 방출하는 시설의 일부인 해수 운송 파이프라인. 됴쿄=AP/뉴시스
정부가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 “원전 오염수 방류 시 6개월에서 2년 이내에 오염수에 의한 영향이 발생 시작하며 방류가 지속되거나 방사성 물질의 반감기 동안 장기간 인체에 축적돼 누적 영향에 의한 유해성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용역 결과를 얻었지만 이를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논란을 부르고 있다.

이에 대해 지영미 질병청 장관은 “비공개 설정은 몰랐다”는 입장인 반면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우리 해역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재차 주장했다.

정부는 그간 일본의 오염수 해양방류가 안전하다고 알렸다. 이 주장에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수산물 먹방을 펼쳐 보이는 등 동참하고 나섰는데, 급기야 이에 화가 난 한 시민이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일본 오염수는 너희가 다 X먹어라”, “친일파 놈들아, 책임져라”라고 목소리를 높인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11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용역 보고서 비공개 논란과 관련 이같이 말해 뭇매를 맞았다.

연구용역은 2021년 1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5개월여간 진행됐다. 문재인 정부 당시 연구용역에 착수해 윤석열 정부에서 사업이 종료됐다.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방사성물질이 포함된 오염수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 정책연구용역사업에 따르면 보고서는 “100mSv(밀리시버트) 이하의 저선량 방사선에 대해서는 아직 인체에 직접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상태이고, 오염수 방류로 인해 방사선에 의한 피폭선량이 현저히 늘어갈 것”이라며 “후쿠시마 원전수 방류에 따른 국민 건강영향평가는 전향적으로 조사되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어 오염수 방류 시 나오는 물질의 각각의 총량과 국민의 수산물 섭취 유통량 조사, 국민 1인당 방사선 누적 총량 등을 전제로 최소 20년 이상의 장기간 추적 조사를 통한 빅데이터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연구진은 “원전 오염수 방류 시 6개월에서 2년 이내에 오염수에 의한 영향이 발생 시작하며 방류가 지속되거나 방사성 물질의 반감기 동안 장기간 인체에 축적돼 누적 영향에 의한 유해성 발생 가능성이 높다”며 “국민들의 안전을 고려해 저준위 방사선 피폭 위험 평가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해 빅데이터 기반 영향 수집 평가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토대로 건강영향 평가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삼중수소의 인체의 유해성은 확실한 연관관계가 없으나 원전주변에서 농도는 유의미하게 높게 측정되므로 관리 필요 △ALPS의 정화능력에 대해서는 검증된 바가 없으므로 신뢰하기 어렵고 최근에 여러 고장사례들이 언론에서 보도 △어종에 대한 오염은 확실히 확인은 되나 극히 미미하며 심해어종에 경우 장기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음 등의 결과를 제시하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질병청이 의뢰한 정책연구용역에는 대한응급의학회·대한재난의학회가 주관기관으로 참여하고, 방사능 재해 전문가인 최대해 차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연구책임자를 맡았다.

강선우 의원은 지영미 청장에 대한 질의에서 “이 보고서로 굉장히 줄다리기 하고 씨름하면서 결국 보도가 나갔고, 질병청이 어젯밤 거의 11시에 반박하는 보도자료를 냈다”면서 “그런데 그 자료조차도 굉장히 허술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해 우리 국민들이 우려하던 모든 것들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 정부 공식 연구 보고서를 통해서 확인됐는데 질병청이 이를 숨겼다”며 “그러면서도 질병청은 비공개 설정한 것이지 연구 결과를 숨긴 것이라고 해명하더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비공개 설정한 것에 대한 법률적인 근거를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1항 5호라고 들면서 그 법률에서 몇 마디만 떼오더니 법률 해석을 완전히 잘못하고 있다”며 “의사결정 과정 진행 중이어서 비공개 결정했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심지어 ‘국민 혼란 가중할 수 있으므로 보도에 신중을 기할 것을 당부한다’며 언론을 압박하는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고 일갈했다.

그러자 지 청장은 “용역사업 결과를 비공개로 설정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강 의원이 문제 제기를 한 후 알았다”고 해명했다.

이에 강 의원은 “보도자료 낸 것에는 법적으로 비공개 했다고 했는데 처음 질병청 사무관이 답하길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안이라 비공개했다’고 하더라”라며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면 정부 공식 용역 보고서도 비공개를 하냐”고 지적했다.

이러한 가운데 최혜영 의원실에서 국감 전 비공개 연구 용역 보고서 목록을 요구했지만 해당 보고서만 제외해 제출한 것과 관련해서는 지 청장이 고개를 숙였다.

한편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이날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우리 해역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재차 밝혔다.

한 장관은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얼마 전 방송에 나가서 환경학자로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는 우리 해역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 전혀 유의미한 수치가 아니다’ 이렇게 얘기를 했는데. 정말 자신 있냐”고 묻자 “네”라고 답했다.

우 의원은 일본이 실시한 방사성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2021년 회계연도로부터 1년간을 시뮬레이션 기간으로 한 것으로, 이를 토대로 30년 동안 오염수를 방류하는 것”이라며 “1년만 평가해서 어떻게 아느냐, 그래서 우리 질병청에서 장기간 영향평가가 필요로 하다는 건데, 1년 평가한 것 가지고 환경부에서 일본이 잘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냐”며 따졌다.

이에 한 장관은 “장기적인 영향평가가 반영돼 있고, 국제사회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 의원은 또 “일본 원자력 자료정보실이 올해 8월 작성한 보고서에 의하면 세슘-137의 경우 알프스(다핵종제거설비)로 처리된 오염수의 최대 2400배 이상의 그런 물질이 지금 그냥 흘러나오고 있고, 오염수도 30년 동안 버리겠다는 134만t 이외에 100t 이상이 매일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것까지 합치면 정화된 오염수 이외에도 그냥 흘러나오는 것들이 엄청나게 많다. 어떻게 안전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냐”고 하자 한 장관은 “그 부분에 대한 것은 지금 모두 2차 방류할 오염수”라고 답했다.

한 장관의 이같은 주장에 우 의원은 “제대로 살펴보고 좀 말하라”며 강하게 질책했다.

그러면서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류하는 것은) 오염수다. 방사성 폐기물이다. 정상(원전)에서 나오는 물질이 아니다”라며 한 장관에게 “과학의 탈을 쓴 억지주장을 한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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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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