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서울대병원 노조 파업 첫날…환자들, “진료 보다 서류 발급 시간 더 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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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너무 밀렸어. 일이 진행이 안 되네."
골절상으로 서울대병원에 두 달째 입원 중인 70대 여성 A씨는 "의료 인력들이 교대로 자리를 비우면서 무기한 파업을 진행하는 게 환자 입장에서 안심되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파업이 길어지면 문제가 생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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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첫날 간호사 비롯한 직원 700명 참여
병원 측 “진료 차질 아직은 없다”고 하지만
“파업 길어지면 환자 입원에 문제 생길 수도”
“사람이 너무 밀렸어. 일이 진행이 안 되네.”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1층 의무 기록 복사 창구에서 쉴 새 없이 일하던 직원이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환자들 접수 순번을 안내하는 화면 아래쪽에는 파업으로 인해 업무가 많이 지연되고 있다는 내용이 적힌 업무 지연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창구 앞에서 만난 50대 남성 안 모씨는 “아침에 와서 진료를 받고 보험 관련 서류 제출 때문에 의무기록사본을 떼러 왔다”며 “진료 때는 한 20분 정도만 대기했는데 오히려 서류 발급을 더 오래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안씨는 15분을 더 기다린 뒤에야 의무기록사본을 발급받을 수 있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 분회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대병원 시계탑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과 출정식을 열고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서울대병원 측에 따르면 파업 첫날에는 조합원 3800명 중 700여명이 참석했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서울대병원과 서울시보라매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임상병리사, 의료기사 등으로 구성돼 있다.
매일 1000명에 가까운 인원들이 번갈아 가면서 파업에 참여할 예정이긴 하지만 응급실, 중환자실 등 환자 생명과 직결된 업무를 맡은 인력들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다. 때문에 인력 부족으로 진료에 차질이 발생하는 상황은 아직까진 없는 상황이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진료나 수술 현장에 인력이 부족해 문제가 생겼다는 보고는 현재까지는 없다”고 말했다.
소화기 문제로 한 달에 한 번 서울대병원 대한외래를 찾는 김귀남(72)씨는 “평소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살짝 더 길긴 했지만 진료는 문제 없이 받았다”고 말했다. 이날 대한외래 지하 2층에 있는 내과 접수 창구는 8개 중 6개만 운영했다. 비어있는 창구에는 파업으로 창구를 축소 운영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다만 진료에 문제가 없다 해서 환자들이 파업을 좋게 보는 건 아니었다. 골절상으로 서울대병원에 두 달째 입원 중인 70대 여성 A씨는 “의료 인력들이 교대로 자리를 비우면서 무기한 파업을 진행하는 게 환자 입장에서 안심되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파업이 길어지면 문제가 생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도 “응급실, 중환자실은 문제가 없겠지만 인력이 빠져 입원을 받을 수 없다는 병동이 있는 점은 추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직무성과급제 폐지, 공공의료 수당 신설, 어린이병원 병상수 축소 금지와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 주장하고 있다. 또 인력 충원, 실질임금 인상, 노동조건 향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인력 부족이 환자 안전 문제와 직결될 수 있다며 병원 측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무리한 요구”라며 맞서고 있다.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은 본관 1층에 붙인 본인 명의 대자보를 통해 “민주노총 소속의 서울대학교병원 노동조합은 병원이 감당할 수 없는 인력·임금인상은 물론 근로조건과 무관한 것들을 요구하고 있다”며 “노동조합이 환자 여러분의 건강과 생명을 볼모로 파업을 강행할 경우 그 피해가 환자 여러분께 돌아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특히 임금 인상의 경우 병원 측과 환자들 공감을 이끌어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공시된 국립대병원 보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대병원 신입사원 초임 보수액은 4932만원으로 전국 국립대병원들 중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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