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초점] 코미디 생태계 뒤집혔는데...'개콘' 부활, 기대되시나요?

최보란 2023. 10. 1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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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콘서트' [KBS 제공]

'개그콘서트'가 돌아온다. 2020년 6월 폐지 이후 3년 반 만이다.

tvN '코미디 빅 리그' 마저 '휴지기'를 선언하며 퇴장한 지금, KBS 2TV '개그콘서트'는 방송 채널의 유일한 코미디 프로그램으로서 그 명맥을 지키게 됐다.

'개그콘서트'는 1999년 9월 4일 처음 방송돼 수많은 스타들과 유행어를 배출했으며, 21년 동안 시청자들의 일요일 밤을 책임진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대명사다.

그러나 2020년 6월 "달라진 방송 환경과 코미디 트렌드의 변화 그리고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한계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새로운 변신을 위해 잠시 휴식기를 갖는다"라며 사실상 종영했다.

공개 코미디가 모두 사라지고 희극인들이 설 자리가 많이 사라진다는 아쉬움이 컸기에, 일단은 코미디쇼의 부활이라는 명분만으로도 환영받는 분위기다. 최근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에서 김준호 씨, 김대희 씨 등이 "후배들이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라며 반가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려가 만만치 않다. '개그콘서트'가 폐지 이유로 들었던 달라진 방송 환경과 코미디 트렌드의 변화는 더욱 극심해졌다. 이는 스스로 자초한 것이기도 하다. '개그콘서트' 폐지 당시만 해도 유튜브에서 코미디는 아직 블루 오션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개그콘서트'가 없어지자 제 살 길을 찾아 나선 코미디언들이 너도나도 유튜브로 향하면서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무대를 잃은 코미디언들이 넘어오면서 '숏박스', '피식대학', '엔조이 커플', '나몰라패밀리 핫쇼' 등 수많은 채널이 생겨났고 불과 몇 년 사이에 코미디는 유튜브 대세 아이템이 됐다. '숏박스'는 '개그콘서트' 막내나 다름없었던 신인 개그맨 김원훈, 엄지윤, 조진세 씨가 주축이 된 채널이다. '피식대학'은 KBS와 SBS 공채 개그맨 출신인 김민수, 이용주, 정재형 씨가 의기투합했고, '엔조이 커플'은 SBS '웃찾사'로 데뷔했던 손민수 씨와 임라라 씨가 만들었다. 유튜브 콘텐츠에서 선보인 '길은지'(이은지 씨), '서준맘'(박세미 씨), '다나카'(김경욱 씨) 등이 '부캐' 열풍과 더불어 큰 인기를 누리면서 예능 프로그램에서 러브콜을 받기도 했다.

유튜브 채널 코미디 콘텐츠들은 이제 웬만한 예능 프로그램을 뛰어넘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올해 열린 '제59회 백상예술대상'에서는 플랫폼 환경의 변화에 맞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방송된 프로그램을 비롯해 1인 창작자들의 웹 콘텐츠까지 심사 범위에 넣었다. 최초의 코미디 레이블인 메타코미디도 탄생했다. 이곳에 속한 피식대학, 장삐쭈, 숏박스 등 인기 크리에이터들은 지난 9월 한자리에 모여 스탠드업 코미디쇼를 개최하기도 했다. 유튜브 코미디가 주류로 안착한 셈이다.

베테랑 예능인들까지 유튜브로 뛰어들었다. '국민 MC'라 불리는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 씨 등이 유튜브 세상에 뛰어들면서 코미디 중심축은 더욱 기울고 있다. 유재석 씨의 '핑계고'는 모든 회차가 100만 조회수를 기본으로 넘기며 호응을 얻고 있고, 강호동 씨도 '강호동네방네'를 통해 여행과 먹방으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19금 토크의 대가 신동엽 씨는 음주 토크쇼 '짠한형 신동엽'으로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했다. 최근 이경규 씨는 '르크크 이경규'라는 채널을 개설해 토크쇼부터 스탠딩 코미디까지 도전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세대를 막론하고 코미디언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이 기획부터 연기까지 다되는 '창작자'들이기 때문이다. 유튜브 세상에서 이들이 물 만난 고기처럼 활약하는 것이 어찌보면 자연스럽다. 특히나 방송에서 심의라는 선을 지켜야 했던 코미디가 벽을 넘으면서 시너지가 폭발했다. 이는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가장 큰 약점으로 '개그콘서트'가 극복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아직 전략을 알 수 없지만 일단은 젊은 신인이 주축이 된 신선함으로 승부수를 띄울 듯하다. '개그콘서트'는 지난 5월 크루를 공개 모집하며 뉴페이스 발굴에 나선만큼 신인 코미디언들과 MZ세대를 겨냥한 코너를 전면에 내세울 전망이다. '개그콘서트' 부활과 관련한 누리꾼의 반응은 온라인 코미디의 매운맛을 본 시청자들이 예전 공개 코미디의 순한 맛에 만족할까라는, 새로움을 기대하는 댓글이 많이 보인다. 물론 정통 코미디쇼가 그리웠다면 반기는 댓글도 없지 않지만, 그렇다고 예전의 방식을 고수한다면 공백기 동안 뒤집힌 코미디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

그런데 이름은 바꾸지 않았다. '개그콘서트'와 선을 긋고 새로운 코미디쇼로 정체성을 어필할 수도 있었겠지만, 레전드 코미디 프로그램의 명성을 걸고 돌아왔다. 단지 후광 효과를 노린 것만은 아니길. 폐지와 부활을 반복하는 공개 코미디의 악순환을 이번엔 끊을 수 있을지, '개그콘서트'는 오는 11월 12일부터 매주 일요일 밤 10시 25분 다시 막을 올린다.

YTN 최보란 (ran61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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