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아니다, 잠깐만요"…과감해진 이종호, 'R&D 논란' 방어전

세종=김인한 기자, 박상곤 기자 2023. 10. 11.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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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께서 'R&D(연구·개발) 카르텔' 발언을 하신 적이 없습니다."

현 정부 초대 과기정통부 장관인 이 장관이 두 번째 국감에서 발언 수위를 높인 배경은 R&D 삭감 논란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허숙정 의원이 "윤 대통령이 말한 'R&D 카르텔'을 찾았나"라고 묻자 이 장관은 "대통령은 'R&D 카르텔' 발언을 하신 적 없고, 나눠먹기 근절을 언급한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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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국정감사]내년도 'R&D 예산 삭감'에 국감 이슈 집중
"尹대통령 R&D 카르텔 발언 없었다"...野 의원들과 설전
"부모-자식간 용돈 줄여도 문제"…'부적절한 비유' 비판에 "발언 취소"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종호 장관이 위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께서 'R&D(연구·개발) 카르텔' 발언을 하신 적이 없습니다."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발언이다. "윤 대통령이 R&D 카르텔을 지적한 후 내년도 예산이 졸속 삭감됐다"는 야당 의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 장관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받아쳤다.

이 장관은 이날 오전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과방위원들의 질의에 "잠깐만요" "전혀 아니다" "그렇지 않다" "그런 이야기 누가 말씀하셨나요" 등 연거푸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과방위 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이 "여유가 생기신 것은 좋은데 지나치게 가볍게 답변하시진 말아달라"고 지적할 정도였다. 현 정부 초대 과기정통부 장관인 이 장관이 두 번째 국감에서 발언 수위를 높인 배경은 R&D 삭감 논란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종호 장관이 위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10.11.
이 장관, R&D 예산 삭감 비유 논란…"부모자식 간 용돈 줄여도 문제 생겨"
이 장관은 이날 국감에서 민주당 의원들과의 설전도 피하지 않았다.

고민정 의원이 'R&D 예산 삭감으로 후배(연구자)들이 떠나고 있다'고 지적하자, 이 장관은 "그게 꼭 지금 이슈로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고 의원은 "정치인도 아니고 연구자 출신인 장관이 어떻게 후배들에 대해 그렇게 얘기하냐"고 질타했다. 이어 고 의원이 "충북 오송 지하차도, 서울 이태원 참사 등에도 국민 안전 관련 R&D를 대폭 삭감했다"고 주장했지만, 이 장관은 "전혀 그렇지 않다. 공공 안전 관련한 (R&D 예산) 부분들은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맞섰다.

허숙정 의원이 "윤 대통령이 말한 'R&D 카르텔'을 찾았나"라고 묻자 이 장관은 "대통령은 'R&D 카르텔' 발언을 하신 적 없고, 나눠먹기 근절을 언급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연구비를 쉽게 받기 위해서 불법적인 요소가 들어가거나, 주인이 정해져 있는 과제들이 실제로 있다"며 "R&D 관련 불법적인 요소가 나와 조사를 받는 사례를 명확하게 카르텔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고민정 민주당 의원이 연구개발 예산 삭감 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2023.10.11.


일부 난감한 질문에는 즉답을 피하거나 농담으로 대처하는 여유도 보였다. 민형배 의원이 '윤 대통령이 표현하기 힘든 거친 언어로 이 장관을 비판했다고 한다'고 말하자, 이 장관은 "여러 의견을 잘 경청했다"며 즉답을 피했다. 민 의원이 재차 '최근 들어 그만두고 싶다는 말씀을 자주 하신다고 들었다'고 하자, 이 장관은 "그런 얘기 누가 하던가" "제게 자료를 제출해 주시라. 농담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부적절한 비유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국가 R&D 예산 삭감에 따른 과학기술계의 반발에 대해 이 장관은 "부모와 자식 간 용돈을 좀 줄여도 문제가 생길 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 의원은 "그렇게 비유할 일은 아니다"라고 비판하자. 이 장관은 "발언을 취소하겠다. 당연히 (국가 R&D가) 중차대한 일이고 훨씬 더 깊이 있는 일이라고 이해한다"고 수습했다.

아슬아슬한 수위의 발언이 이어지자 과방위원장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대신 국감을 진행하던 조승래 의원은 "여유가 생기신 것은 좋은데, 그렇다고 지나치게 가볍게 답변하시지는 말아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자 이 장관은 "죄송하다"며 "장관직에 하루하루 무거운 책임으로 임하고 있다"며 자세를 낮췄다.

세종=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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