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경상수지 48.1억달러 흑자, 수출 12개월 연속 감소 '불황형' 여전
5월부터 4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
상품수지 50.6억달러 흑자, 1년5개월래 최대폭
여행수지 개선에 서비스수지 적자폭 축소
수입이 수출보다 더 줄어든 '불황형' 여전
연간 270억달러 흑자 예상한 한은 '상저하고' 전망 유지
상품수지가 1년 5개월래 최대폭 흑자를 냈지만 수입이 수출에 비해 더 큰 폭으로 줄어든 '불황형'은 여전했다. 한국은행은 9월 서비스, 상품수지 개선 등으로 경상수지 흑자폭이 8월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며 '상저하고(하반기 반등)' 전망을 유지했다.
■상품수지 1년5개월래 최대폭 흑자.. 내용은 '불황형'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48억1000만달러 흑자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 5월 이후 4개월 연속 흑자로 지난 7월(37억4000만달러)에 비해 흑자폭이 10억7000만달러 확대됐다.
8월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가 모두 개선됐다. 상품수지는 50억6000만달러 흑자로 지난해 3월(55억7000만달러 흑자) 이후 1년 5개월래 흑자폭이 가장 컸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불황형'이 여전했다. 수출이 1년 전과 비교해 6.5%(37억1000만달러) 줄어들 때 수입이 21%(129억1000만달러) 감소해 흑자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12개월 감소, 수입은 6개월 감소해 수출경기 부진이 이어졌다.
승용차가 수출 호조를 이어간 가운데 원자재·자본재·소비재 수입이 모두 줄어들었다. 이동원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금융통계부장은 "4~5월 원유 수입이 20%대 감소했다가 7~8월 40%대로 감소폭이 확대됐다"며 "작년 7~8월 에너지 위기 발생 가능성에 비해 원유 비축량을 확대했던 데 따른 역(逆)기저효과가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서비스수지는 여행수지 적자폭이 줄면서 적자가 개선됐다. 8월 서비스수지는 16억달러 적자로 직전달(-25억3000만달러)에 비해 적자폭이 축소됐다.
여행수지 적자가 11억4000만달러로 전달과 비교해 적자폭이 2억9000만달러 줄어든 영향이다. 지식재산권사용료 수지는 7월(-3억4000만달러)에서 8월 4000만달러 흑자로 소폭 흑자 전환했다. 이 부장은 "8월 해외출국자수가 전달에 비해 줄었다.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국가 등에서 여행객이 많이 들어왔다"면서 "지식재산권사용료수지는 국내 기업이 해외 자회사로부터 특허권 사용료 수입이 증가하면서 소폭 흑자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를 견인해온 본원소득수지는 기업의 분기 배당지급 영향으로 반토막 났다. 8월 본원소득수지는 14억7000만달러 흑자로 7월(29억2000만달러) 대비 흑자 규모가 축소됐다.
8월 배당수입이 27억달러로 전월대비 6억1000만달러 감소한 가운데 배당지급액이 21억3000만달러로 한달새 13억8000만달러 늘었기 때문이다. 이 부장은 "기업이 매년 5월과 8, 11월 분기별로 배당금을 지급하는데 이번 8월 배당액이 평상시보다 더 많았다"며 "주로 전기전자업종과 금융지주의 배당지급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8월에는 직접투자가 늘어난 가운데 증권투자는 감소하면서 금융계정이 37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직접투자는 내국인의 해외직접투자가 늘어나며 17억1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증권투자는 7월 43억달러에서 8월 40억7000만달러로 줄었다. 고금리 장기화 우려 등으로 내국인의 해외증권투자가 축소되고, 투자심리 위축 등으로 외국인이 국내주식투자를 줄인 데 따른 것이다.
외국인의 국내주식투자는 7월 8억1000만달러에서 8월 -6억5000만달러로 감소 전환했다. 채권투자 또한 단기채권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줄면서 -3억6000만달러를 기록, 5개월 만에 감소 전환했다.
■ 한은 "4·4분기 이후 수출 반등, 연간 270억달러 흑자" 전망 유지
한국은행에서는 4·4분기 이후 수출이 반등할 것이라며 '상저하고' 전망을 유지했다.
이 부장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로 국제유가 불확실성이 커졌고 경상수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수출이 4·4분기 전년동월대비 플러스(+)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은 유효하다"라며 "특히 우리나라 주요 반도체 업체의 중국 공장에 대한 미국 장비 공급이 허용돼서 반도체 업황과 관련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수입도 늘지만 수출 또한 늘면서 전체적인 흐름은 기존 전망에서 바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연간 경상수지 270억달러 흑자 전망도 유지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누적 109억8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는데, 한은 전망치에 부합하려면 9월부터 12월까지 약 160억달러 흑자를 내야 한다. 이 부장은 "9~12월 한달 평균 40억달러 흑자를 내면 연간 전망치를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9월에는 8월보다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9월 상품수지 흑자폭이 확대되고 서비스수지 적자폭은 축소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부장은 "통관기준 수출과 출입국자수를 모니터링한 결과 9월에는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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