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서 이-팔 어린이들이 학살당하고 있다

신기섭 2023. 10. 1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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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전쟁]하마스, 이스라엘 정착촌 어린이들까지 참수
전례 없는 보복에 가자 주민 “아이들이 무슨 죄”
2023년 10월10일 가자지구에 있는 알 시파(al-Shifa hospital) 병원 앞에서 한 남성이 부상당한 아이를 안고 이동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폭력의 광기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어린이들을 전례 없는 재앙으로 몰아가고 있다. 하마스의 대규모 기습 공격이 이뤄진 지 사흘 만인 10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인 정착촌에서 어린아이들이 마구잡이로 학살된 정황이 드러났다.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가자지구에서는 이스라엘군의 전례 없는 무차별 폭격이 이어지고 있다. 양쪽 모두에서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느냐’는 분노의 한탄이 쏟아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10일 이스라엘인 농업 공동체 ‘키부츠’가 있는 가자지구 인근의 ‘크파르 아자’에 진입해 무차별 학살 현장을 확인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 등이 보도했다. 수복 작전에 나선 71부대의 부지휘관 다비디 벤 지온은 “지하드(이슬람 성전) 기계들이 아무런 무기도 없는 주민들을 마구 죽였다. 몇몇 희생자들은 머리가 잘린 것을 확인했다”며 “눈 뜨고 보기 끔찍하다”고 말했다. 영국 더타임스도 이스라엘군의 수색 과정에서 아기를 포함해 온가족이 침실 등에서 몰살당한 사례도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니르 디나르 이스라엘 방위군 대변인(소령)은 머리가 잘린 희생자들 가운데는 어린 아이들도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희생된 어린이가 몇명이고 이 중에 몇명이 참수당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스라엘군의 이타이 베루즈 소장은 “여기는 전쟁터가 아니라 학살의 현장”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날 오후 백악관 연설에서 부모들이 도살되고, 아기들이 살해되며 여성들이 성폭행을 당했다는 “속이 뒤틀리게 하는 보도”들이 잇따르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스라엘 군인들이 10일(현지시각)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대규모 학살이 벌어진 유대인 정착촌 크파르 아자에서 희생자 주검을 수습하고 있다. 크파르 아자/AFP 연합뉴스

키부츠 수복 작전에 참가했던 한 병사는 비비시 기자에게 피로 물든 침낭을 가리키며 이 아래에는 자기 집 마당에서 머리가 잘려 숨진 여성의 주검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몇m 떨어진 곳에는 검게 변색되고 부풀어 오른 하마스 전사의 주검도 놓여 있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이스라엘군이 이 키부츠 내 사망자를 100명 이상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에이피(AP) 통신은 ‘가자 마을’이라는 뜻의 ‘크파르 아자’ 키부츠는 학교와 유대교 회당까지 갖춘, 풍요로운 농업 공동체였으며 주민은 700여명이었다고 전했다. 이 마을은 가자지구와 인접해 있어 그동안에도 하마스의 로켓 공격 위험에 노출돼 왔다. 하지만 7일과 같은 처참한 공격을 당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고 비비시는 짚었다. 전날에도 남부의 베에리 키부츠에서 100명 이상의 희생자가 수습되는 등 가자지구 인근의 이스라엘인 정착촌 희생자가 계속 확인되고 있다.

하룻밤 사이에 지옥으로 변한 이 키부츠에서 서쪽으로 채 10㎞도 떨어지지 않은 가자지구에서는 이스라엘군의 무차별 공습으로 또 다른 지옥이 열리고 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10일 밤 가자지구의 중심 도시인 가자시티 내 하마스 거점 200곳을 폭격했다고 밝혔다.

에이피는 이스라엘군이 지난 2021년 4차 이스라엘-가자 분쟁 때 가자시티의 리말 지구에 있는 하마스 본부를 폭격한 적이 있지만 이번 같은 집중 폭격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은 이날 “가자지구는 절대로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며 공격을 이어갈 것임을 내비쳤다.

무려 220만명이 살고 있는 가자지구는 7일 이후 이어진 수천번의 대규모 폭격으로 완전히 폐허로 변했다. 9일부터는 전기·수도·가스·식량 공급까지 차단된 상태다. 10일 현재까지 900명이 숨지고 4천여명이 다친 것으로 전해진다.

공습으로 집을 잃고 6명의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피란길에 나선 한 여성은 “내 아이들이 대체 무슨 일을 했다고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느냐”고 한탄했다. 그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며 “전기도, 인터넷도, 음식도, 식수도 없다”고 말했다.

리말 지구에서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이건 보복이 아니라 광기다”라며 “지금까지 그들(이스라엘)이 죽인 건 누군가? 하마스 지도자? 아니다. 그들은 수백명의 시민들을 학살했다”고 분노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군 투입 준비를 하는 가운데 가자지구 주민들 사이에서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 과정에서 벌어진 대재앙(나크바)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공포도 확산되고 있다. 가자지구 주민 플레스티아 알라카드(22)은 “말 그대로 안전한 곳이 하나도 없다”며 “이제야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이야기하던 1948년의 대재앙이 이해된다”고 말했다. 나크바는 이스라엘이 1948년 독립을 선언하면서 팔레스타인 주민의 절반가량인 70만명을 그들의 고향에서 몰아낸 사건을 말한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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