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예산 삭감 ‘집중포화’…야당 “카르텔 근거 있나”[국감 2023]
야당 측 여권의 ‘카르텔’ 의미 불분명 지적
출연연 통합재원에 “주먹구구 운영” 비판
정부가 올해보다 16.6%(5조2000억원) 삭감한 내년 연구·개발(R&D) 예산안을 편성한 것을 강하게 질책하는 목소리가 1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과학자 집단을 이른바 이익집단을 뜻하는 ‘카르텔’로 지목해 예산을 대폭 깎았지만, 무엇이 카르텔인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삭감된 예산안을 증액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 대해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예산안을)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며 “국회에서 논의할 수는 있다고 본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이날 세종시 과기정통부 청사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 허숙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장관을 향해 “ ‘R&D 카르텔’에 대한 분명한 용어 정립이 중요하다”며 “(실제로)카르텔을 찾았는지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카르텔’은 통상 자신의 독점적인 이득을 꾀하려는 의지가 구현된 집단을 뜻한다. 그런데 지난 6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R&D는 제로베이스(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발언을 한 뒤 내년 정부 R&D 예산안이 대폭 줄었다. 내년 정부 R&D 예산안은 올해보다 16.6%(총 5조2000억원)나 삭감됐다. 당시 윤 대통령 발언 뒤 여권에서는 과학기술계에 카르텔이 있다고 주장하며 거들었다.
이 장관은 “윤 대통령은 ‘R&D 카르텔’이 아니라 ‘R&D 나눠먹기’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면서도 “모두는 아니지만 (일부 과학기술계에) 카르텔적 측면이 있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과기정통부는 연구 현장에서 나타나는 ‘비효율적 예산 사용’을 카르텔과 비슷한 의미로 쓰고 있다. 그러나 두 개념은 분명히 다르다는 지적이 과학기술계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된다. 허 의원은 “R&D 예산의 구조조정인지, R&D 카르텔(견제)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국감에서 질의에 나선 박완주 무소속 의원은 “정부 R&D 예산이 감소한 것은 1991년 이후 처음”이라면서 “윤석열 정부의 대선 공약이 ‘과학기술인과 함께 5대 과학강국을 만들겠다’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위해 통합 예산 1000억원을 마련한다고 하는데, 통합예산과 관련한 정책을 (과기정통부에) 달라고 했지만 안 준다”며 “무슨 예산을 그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느냐”고 질책했다.
통합예산은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이 각 기관의 칸막이를 넘어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인 재원이다. 각 정부출연연구기관의 R&D 분야 내년 예산이 20~30% 줄어든 상황을 보완하기 위한 성격의 제도이지만, 구체적인 운영 방향은 알려지지 않았다.
박 의원은 “삭감된 내년 R&D 예산안을 국회가 증액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 장관은 “저희는 (예산안을) 최선을 다해 준비를 했다”며 “국회에서 (이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고 본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국회는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예산 심의에 들어간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뿌려주기식, 유사·중복 R&D를 개선한다는 (예산 삭감의) 기본 취지는 사라지고, 카르텔이라는 부정적인 단어만 남았다”며 “과기정통부에서 말하는 (R&D) 효율화가 무엇인지 명확한 개념을 정해 국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국감에서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내년 정부 R&D 예산안 삭감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 장관이 정부 내 누군가에게서 거친 언어를 동반한 비난을 들었다는 얘기가 있다며, 확인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지난 6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여러 가지 의견들을 잘 경청했다”고 에둘러 넘기며 즉답은 피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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