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예산 삭감 ‘집중포화’…야당 “카르텔 근거 있나”[국감 2023]

이정호 기자 2023. 10. 1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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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 국감서 R&D 삭감 문제 제기
야당 측 여권의 ‘카르텔’ 의미 불분명 지적
출연연 통합재원에 “주먹구구 운영” 비판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 등의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올해보다 16.6%(5조2000억원) 삭감한 내년 연구·개발(R&D) 예산안을 편성한 것을 강하게 질책하는 목소리가 1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과학자 집단을 이른바 이익집단을 뜻하는 ‘카르텔’로 지목해 예산을 대폭 깎았지만, 무엇이 카르텔인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삭감된 예산안을 증액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 대해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예산안을)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며 “국회에서 논의할 수는 있다고 본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이날 세종시 과기정통부 청사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 허숙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장관을 향해 “ ‘R&D 카르텔’에 대한 분명한 용어 정립이 중요하다”며 “(실제로)카르텔을 찾았는지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카르텔’은 통상 자신의 독점적인 이득을 꾀하려는 의지가 구현된 집단을 뜻한다. 그런데 지난 6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R&D는 제로베이스(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발언을 한 뒤 내년 정부 R&D 예산안이 대폭 줄었다. 내년 정부 R&D 예산안은 올해보다 16.6%(총 5조2000억원)나 삭감됐다. 당시 윤 대통령 발언 뒤 여권에서는 과학기술계에 카르텔이 있다고 주장하며 거들었다.

이 장관은 “윤 대통령은 ‘R&D 카르텔’이 아니라 ‘R&D 나눠먹기’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면서도 “모두는 아니지만 (일부 과학기술계에) 카르텔적 측면이 있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과기정통부는 연구 현장에서 나타나는 ‘비효율적 예산 사용’을 카르텔과 비슷한 의미로 쓰고 있다. 그러나 두 개념은 분명히 다르다는 지적이 과학기술계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된다. 허 의원은 “R&D 예산의 구조조정인지, R&D 카르텔(견제)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국감에서 질의에 나선 박완주 무소속 의원은 “정부 R&D 예산이 감소한 것은 1991년 이후 처음”이라면서 “윤석열 정부의 대선 공약이 ‘과학기술인과 함께 5대 과학강국을 만들겠다’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위해 통합 예산 1000억원을 마련한다고 하는데, 통합예산과 관련한 정책을 (과기정통부에) 달라고 했지만 안 준다”며 “무슨 예산을 그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느냐”고 질책했다.

통합예산은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이 각 기관의 칸막이를 넘어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인 재원이다. 각 정부출연연구기관의 R&D 분야 내년 예산이 20~30% 줄어든 상황을 보완하기 위한 성격의 제도이지만, 구체적인 운영 방향은 알려지지 않았다.

박 의원은 “삭감된 내년 R&D 예산안을 국회가 증액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 장관은 “저희는 (예산안을) 최선을 다해 준비를 했다”며 “국회에서 (이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고 본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국회는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예산 심의에 들어간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뿌려주기식, 유사·중복 R&D를 개선한다는 (예산 삭감의) 기본 취지는 사라지고, 카르텔이라는 부정적인 단어만 남았다”며 “과기정통부에서 말하는 (R&D) 효율화가 무엇인지 명확한 개념을 정해 국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국감에서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내년 정부 R&D 예산안 삭감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 장관이 정부 내 누군가에게서 거친 언어를 동반한 비난을 들었다는 얘기가 있다며, 확인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지난 6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여러 가지 의견들을 잘 경청했다”고 에둘러 넘기며 즉답은 피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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