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띄워 원격 감시타워·통신부터 부쉈다...하마스 국경 침투 순간
원격 장비만 믿고, 병력은 감축·후방 배치
하마스 “이스라엘이 당하는 것에 우리도 놀라”
지난 7일 이른 새벽, 무려 2000여 명의 팔레스타인 무장 테러조직 하마스 대원들이 가자(Gaza Strip)와 이스라엘 간 국경을 30여 곳에서 뚫고 들어간 초기 수시간 이스라엘군의 대응은 매우 미약했다.
이 결정적인 시간에, 하마스 대원들은 20여 곳의 이스라엘 정착촌에 들어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약 1100명의 이스라엘인들을 잔혹하게 살해했다. 이스라엘의 24시간 국제뉴스 TV인 i24뉴스는 이스라엘군 지휘관의 말을 인용해, 크파르 아자라는 한 마을에선 약 40명의 아기가 일부는 목이 베이는 등 참혹하게 살해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정작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불도저를 동원해 국경 펜스를 밀어버리는 것도 모니터로 볼 수 없었다.
하마스 스스로 자신들의 ‘성공’에 놀랄 정도였다. 하마스의 고위 간부인 알리 바라케는 AP 통신에 “이스라엘군이 이렇게 크게 무너지는 것에 놀랐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군이 초기 대응에 철저히 실패한 것은 이스라엘 군ㆍ정보기관들이 하마스의 공격 준비에 대한 정보를 놓친 것이나, 하마스가 최근 수 개월 이스라엘 공격을 중단하면서 ‘거짓 평화’ 전술을 펼쳐 이스라엘 정보 당국을 감쪽같이 속인 것과는 또 다른 문제다.
◇이스라엘군, 하마스 공격 직전 병력 집중 확인했지만…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10일 “이스라엘 정보당국은 7일 새벽 하마스의 공격이 시작되기 전에 감시 장비를 통해 하마스 병력이 군데군데 집중하는 것을 파악해 가자 국경을 방어하는 이스라엘군 초소에 경보를 보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국경의 이스라엘군 병력은 경보를 받지 못했거나 읽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곧이어 하마스는 드론을 띄워서 국경을 따라서 설치된 감시 타워와 이동통신기지국들에 폭탄을 투하했다. 통신이 두절되고 카메라가 파괴되면서, 후방에서 국경을 모니터하던 이스라엘군 요원들은 더 이상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하마스의 드론은 또 이스라엘군이 국경 요새마다 설치한 원격 기관총들도 파괴했다. 이 기관총들은 이스라엘군이 유사시에 하마스의 지상 침투를 방어할 수 있는 핵심 수단이었다.
감시 타워와 통신 시설이 파괴되고, 원격 기관총까지 무력화(無力化)되자, 하마스대원들은 자유롭게 온갖 센서와 모니터 장비가 장착된 높이 6m의 ‘스마트 펜스’를 부수고 이스라엘 영토로 몰려 갈 수 있었다.
이스라엘 정부는 11억 달러를 들여 3년 반에 걸쳐 구축한 길이 65㎞의 스마트 펜스를 작년 말 완공하면서 “철의 벽(Iron Wall)”이라고 자부했었다. 그러나 이 펜스에 주렁주렁 달린 원격 첨단 장비는 상대적으로 ‘조잡한’ 하마스의 드론이 떨어뜨리는 폭탄에 속절없이 파괴됐다.
◇첨단 원격 감시ㆍ대응 장비에 과잉 의존…병력은 후방으로 후퇴
이스라엘군의 국경 감시 시스템은 거의 전적으로 원격 조종되는 카메라와 센서, 기관총에 의존하고 있었다. 이스라엘군 지휘관들은 이 첨단 원격 모니터링은 난공불락이라고 여겼다. 이스라엘 정부가 세운 스마트 펜스는 지상은 물론, 하마스가 지하로 터널을 뚫어 침투하려는 움직임도 감지할 수 있었다.
첨단 대공(對空)시스템인 아이언 돔(Iron Dome)에 이어 아이언 월로 가자 지구에 대한 ‘철통 방어’를 확신하자, 이곳에서 병력을 빼 또 다른 팔레스타인인 자치 지역인 요르단강 서안(West Bank) 쪽으로 이동시켰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의 첨단 원격 감시 장비는 하마스가 원격으로 조종한 드론 폭탄에 속절없이 파괴됐고, 통신망이 두절되면서 후방의 이스라엘군 지휘소는 국경이 뚫린 사실도 몰랐다. 게다가, 이 장벽은 이스라엘 정부가 믿었던 것과는 달리, 쉽게 무너졌다.
곧 2000명 가량의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30곳에서 국경을 넘어 들어왔고, 일부는 행글라이더를 타고 국경을 넘어 최소 4곳의 이스라엘 군기지까지 공격할 수 있었다. 적잖은 이스라엘 군인은 속옷차림으로 잠을 자다가 살해됐다.
◇국경 경비 맡은 이스라엘 군지휘관들, 기지 한 곳에서 거주하다 살해돼
또 가자ㆍ이스라엘 국경 경비를 맡은 이스라엘군의 고위 지휘관들은 기지 한 곳에서 생활했다. 이 기지가 하마스에 접수되면서, 지휘관 대부분이 살해됐다. 이들이 제거되고 국경 통신망이 끊어지자, 타 지역 주둔 이스라엘군 지휘관들도 국경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다.
또 수도 텔아비브에서도 가자 인근 정착촌들의 심각한 상황을 초기에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 탓에, 수 분만에 현장에 도착할 수 있는 이스라엘 공군 전투기들에 실제로 출격 명령을 내리기까지는 수 시간이 걸렸다.
반격에 나선 이스라엘군을 지휘한 댄 골드퍼스 준장은 “다양한 테러 공격의 전체 그림을 파악하기가 매우 어려웠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하마스로부터 재탈환하려는 정착촌 한 곳을 놓고, 서로 다른 두 부대가 조율없이 집결해 현장에서 다시 임무를 나누기도 했다는 것이다.
◇하마스 “이스라엘군이 곧 우리 공격 막으리라 생각했는데”
하마스 간부인 바라케는 AP 통신에 “우리는 약간의 군사적 목적을 이루고 포로 교환에 쓸 인질들을 생포한다는 계획이었는데, 이스라엘군은 마치 ‘종이 호랑이’ 같았다”고 말했다.
바라케는 이 통신에 가자 지구에는 약 4만 명의 하마스 무장 대원이 있으며, 현재까지 전투에 동원된 대원은 2000명에 못 미친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선, 하마스가 이렇게 드론을 이용해서 정교하게 통신망과 이스라엘 감시 장비를 파괴할 수 있었던 것은 러시아나 이란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추정한다.
하마스의 드론은 또 이스라엘군의 메르카바 전차도 공중에서 폭탄을 떨어뜨려 파괴했다. 드론을 원격으로 조종해서 이렇게 효과적으로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나라가 지구 상에 몇 나라가 되겠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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