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된 우리 아파트도 B등급인데 새아파트가 D등급?" [이미연의 발로 뛰는 부동산]

이미연 2023. 10. 11.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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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검단신도시'에서 재현 중인 '광주 화정'의 붕괴사고
대형사고 발생 2년여 가까이 지나도 '도돌이표 대처'만
10일 국토위 국정감사에서 증인석에 나란히 선 이한준 LH 사장과 임병용 GS건설 대표이사. 사진 연합뉴스
인천 검단 AA13-1BL, 2BL 정밀안전진단 결과. 출처 허종식 의원실
인천 서구 검단 AA-13-2블록 아파트 건설현장 지하주차장 붕괴 모습. 사진 국토부

"GS건설과 LH간의 협의가 아직까지 잘 되지않아 입주예정자 보상 등이 지체되고 있습니다. 다음주 월요일이죠, 10월 16일 날 LH 국감이 있습니다. GS건설은 그 전까지 합리적 보상안을 마련해 오시기 바랍니다."(10월 10일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정재 의원이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임병용 GS건설 대표이사에게 주문한 내용)

안녕하세요 금융부동산부 이미연입니다. 이번 시간 주인공들은 닮은 듯 살짝 다른 '인천 검단'과 '광주 화정'의 악몽입니다. 입주예정자들의 악몽은 현재진행형이고, 최근 지어진 신축 아파트에 입주했거나 분양을 받은 사람들마저 불안의 블랙홀로 빨려들어갔습니다. 이 정도면 가히 '국민패닉' 사태라고 불러줘도 될 수준이 아닐까 합니다.

시간을 살짝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작년 초였죠. 2022년 1월 11일, 광주 서구 화정동 신축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굉음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붕괴 모습이 담긴 영상은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미친듯이 공유되면서 대한민국은 순식간에 혼돈 그 자체가 됐습니다.

"한겨울 강풍에 타워크레인이 쓰러지며 발생한 사고다", "국지적인 지진이 발생한 게 아닌가" 등의 두려움이 퍼졌고, 일각에서는 "북한이 미사일을 쐈을 것"이라는 설까지 튀어나왔습니다. 그 전국적인 관심에는 건설노동자들과 인근을 지나던 이들이 무사하길 바라는 희망도 묻어있었습니다.

결국 노동자 6명이 사망한 해당 붕괴사고의 범인은 '부실시공'과 '무단 구조변경' 등이 지목됐습니다. 처분받지 않았느냐-라고 물으실 분들이 계실 듯 합니다. 네 아닙니다. 화정아이파크 붕괴 관련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의 처분은 현재까지...음...나온 내용이...흠;;;

아닌데? '역대 최고 수위'라는 16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본 적이 있다-고 주장하실 분들을 위한 간단 브리핑 갑니다. 처분은 또 광주였죠, 2021년 6월 '학동 재개발 구역 철거현장 붕괴 사고'로 버스 승객을 포함해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건에 관한 겁니다. 현산은 하수급인 관리의무 위반 혐의로 받은 '영업정지 8개월' 처분을 '과징금 4억원 납부'로 대체했고, 부실 시공 관련 영업정지 8개월 처분은 현재 취소 소송이 진행 중입니다.

현산의 화정아이파크 전면재시공 결정은 사고 발생 114일만에야 나왔습니다. 현산 측에 따르면 "입주예정자들과의 입장 조율에 시일이 걸렸던 것"이라고 합니다.

반면 올해 4월 29일에 발생한 인천 검단신도시 LH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에 GS건설은 사고 발생 67일만인 7월 5일 '전면재시공'을 발표하며 현산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를 보이는 듯 했습니다. 국토부가 특별안전진단 결과를 발표하는 날이었는데요. 철근은 물론 건설사업자도, CM(건설사업관리, Construction Management)도 없어 '총체적 부실'이라는 표현까지 나와 GS건설이 긴급하게 발표했다는 해석이 많았습니다.

"단지 전체를 전면 재시공하고, 입주 지연에 따른 모든 보상을 다하겠다."

당시 업계에서도 '깜놀'했습니다. 무량판 구조의 지하주차장만 무너졌고, 단지가 거의 다 지어진 상태라 현산과는 다른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거든요. 발주처와 상의없이 내린 결정이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한달 뒤에 나올 처분 수위에 크게 긴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처분은 어찌 나왔냐구요? '영업정지 10개월'이 나왔지만 최종 확정까지는 어디보자...앞서 현산의 경우를 참고해보신다면 가까운 시일 내로는 쉽지 않을 듯 합니다.

다만 최근 GS건설의 전면재시공 결정이 또 다른 부실시공 결과를 은폐하기 위한 용도가 아니냐는 의문도 나옵니다. 미인증 순환골재가 레미콘 원자재로 사용되면서 주거동 콘크리트 강도가 떨어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어제 국토위 국정감사에서는 한 의원이 임병용 대표에게 '부실시공을 감추기 위해 선제적으로 전면재시공을 발표한 것이 아니냐'라는 취지로 질문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실제 붕괴사고가 발생한 지하주차장을 포함해 주거동까지 구조안정성 정밀안전진단 결과, 17개동 중 A등급은 단 1개동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새 아파트 아니냐고요? 맞습니다. 애초 올해 말 입주 예정이었던 신축아파트임에도 당장 재건축이 가능한 D등급이 무려 3개동이나 나왔습니다. 잠깐. E등급도 있습니다. 이미 붕괴한 2블록의 지하주차장입니다.

GS건설의 사고 보상 관련 문제도 불거졌습니다. 입주예정자들에게 '6000만원 무이자 대출'과 '3000만원 무이자 대출+7500만원 유이자(주택도시기금 금리 적용) 대출' 가운데 하나를 택하는 보상안을 제시했고, 중도금 대위변제는 빠졌습니다.

아참 전면재시공으로 인한 5년간의 입주지체 보상금도 빠질 수 없죠. 가구당 추정 보상금은 전용면적 84㎡ A타입 기준으로 9000만원이라는데요, 입주예정자 측은 소득세·주민세 400만원과 5년간 중도금 대출이자(연 6.29% 적용) 5100만원을 빼면 순 보상액이 3500만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럼 광주 화정아이파크 보상은 어떻게 진행됐냐-고 궁금해 하실 분을 위해 냉큼 찾아왔습니다. 주거비 1억1000만원 무이자 대출과 중도금 대위변제 보상이 합의됐고, 지체 보상금은 가구당 약 9100만원이 책정됐다고 하네요.

전면재시공 선언 후 GS건설과 LH는 재시공 비용 부담 관련 현재 책임공방도 벌이고 있다고 합니다. 이 여파로 보상이 원활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자 어제 국감에서 국토위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양측의 이견은 알아서 조율하고, 입주예정자들이 더이상 시위에 나서지 않도록 보상부터 진행하라"고 주문했습니다.

이번 시간 첫 문단에 기억하시나요. 김정재 의원의 주문에 임 대표이사는 "일주일 이내에 합의를 한다는 것은 너무 무리일 것 같다. (합리적 보상)안은 마련해 보겠다"고 답했습니다.

자 이쯤에서 슬슬 정리 들어가겠습니다. 검단 LH 아파트 철근 누락이 불거진 덕분(?)이라고 해야할까요. 현재 검단신도시에서 건설 중인 또다른 공공분양 아파트의 철근 누락 여부 조사 결과, 외벽 철근이 빠진 채 시공됐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무려 30%가 누락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입주예정자들은 "최대 75% 누락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추가 제보가 오기도 했습니다.

뉴스를 통해 이 내용을 알게된 검단신도시 AA21BL 입주예정자협의회는 "주거동 벽체의 주철근 누락, 주차장 기둥부 부실시공 등 알려지지 않은 내용들이 얼마나 많을지 상상조차되지 않는다"며 "비단 저희 단지만의 문제가 아니고 검단신도시 전체의 문제다. LH는 붕괴가 발생하지 않아 안일하게 생각하고 쉬쉬하며 적당히 대처하고 시간만 때우려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시공 중인 아파트 붕괴한 충격적인 사고가 발생한지 2년 가까이 지났고, 유사한 사고가 한차례 더 발생하면서 '무량판 포비아'가 전국적으로 확산됐습니다. 일각에서는 'K 부실'이라는 비난도 나오고, 어제 작성한 D등급 관련 기사에는 "30년된 우리 아파트도 B등급이다. 설계·시공·감리회사들 처벌하라"는 댓글이 달립니다. 제가 처벌만능주의자는 아닙니다만 이렇게 도돌이표로 발생하는 사고와 파도파도 나오는 부실시공의 깊은 뿌리에는 '주무부처와 처벌 관계기관들의 책임 회피'가 가장 무겁게 깔려있지는 않을까라는 생각 한스푼 얹고 이번 시간 마무리하겠습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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