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피해 호소했던 표예림… 지목된 유튜버 "잘못 없다"
"표씨 거짓 주장에 해명 영상 올렸을 뿐"
표씨, 유튜버와 고소 11건...경찰조사 앞둬
학교폭력 피해자 표예림(28)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 영상을 통해 한 유튜버로부터 스토킹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유튜버는 "표씨의 거짓 주장에 거듭 해명해왔을 뿐"이라며 "잘못이 없다"는 입장문을 냈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12년간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뒤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렸던 표씨가 전날 부산진구 초읍동 성지곡수원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타살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표씨는 사망 당일 오전 자신의 유튜브 커뮤니티에 장문의 글을 올려 유튜브 채널 '무엇이든 표현하는 남자'(이하 무표남) 대표인 A씨로부터 스토킹 피해 등을 당해왔다고 호소했다.
표씨와 A씨의 유튜브 영상에 따르면, 이들의 인연은 7월 학교폭력 피해자 단체 활동을 함께 하기 위해 만나며 시작됐다. 하지만 곧 이 과정에서 갈등이 생기며 사이가 틀어졌다. 그러던 중 표씨는 지난달 12일 라이브방송을 통해 "최근 성범죄 이력이 있는 자로부터 스토킹을 당하고 있다"고 고백하며 A씨에 대한 두려움을 표했다.
그러자 일주일 뒤(9월 19일)부터 A씨는 '무표남' 채널을 통해 표씨의 스토킹 피해 주장이 거짓이란 취지의 영상을 수차례 올렸다. 해당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표씨를 향한 악성 댓글까지 늘었다. 표씨는 사망 직전 라이브방송에서 "(A씨가) 자기 채널에 나에 대한 저격 영상을 많게는 하루에 여러 개씩 올리는 걸 봤다"며 "꽃뱀이라고, 사기꾼이라고 댓글까지 달리는데 '내가 이렇게까지 욕먹을 짓을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괴로웠던 심정을 전했다.
A씨는 표씨의 사망으로 비난 여론이 커지자 10일과 11일에 걸쳐 입장문을 냈다. A씨는 무표남에 올린 입장문에서 "표씨의 명복을 빈다"면서도 "스토킹했다는 주장은 거짓이고 문자메시지 내역 등을 모두 공개할 수 있다"고 했다. 또 "표씨가 법적 공방에 위기감을 느끼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는 범죄 혐의로 인하여 피해를 봤지, 잘못한 것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계속 거짓의 사실을 적시하여 명예훼손하는 덧글, 장난 전화, 모욕성 덧글에 대해서는 엄단하겠다"라며 "터무니없는 거짓의 사실로 누군가를 해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생전 표씨를 도왔던 탐정 유튜브 채널인 '카라큘라'는 전날 표씨 사망 소식에 "너무나 슬프고 황망한 심정"이라고 애도의 뜻을 전했다. 이어 표씨가 스토킹을 당했다고 말한 A씨를 겨냥해 "고인에 대한 지속적 비난·비방 영상 게시로 사이버 불링(온라인에서 특정인을 상대로 지속적으로 모욕·협박하는 행위)과 스토킹을 한 장본인이 있다"며 "지구 끝까지 그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밝혔다.
카라큘라 주장에 대해 A씨는 "표씨의 일방적인 주장에 놀아날 수 없어 계속해서 해명하는 영상을 게재했을 뿐"이라며 "이후 시청자들이 표씨 유튜브 채널에 찾아가 악성 댓글을 다는 것까지 내가 어떻게 가로막을 수 있겠느냐"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표씨는 A씨로부터 명예훼손 등 혐의로 다수의 고소를 당해 경찰 조사를 앞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부산경찰청 등에 따르면 표씨는 A씨로부터 4건의 고소를 당했고, 표씨가 A씨를 상대로 경찰에 제출한 고소장도 7건이었다. 경찰은 "피고소인이 사망한 건에 대해선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표씨는 1월부터 유튜브와 방송 등을 통해 자신의 학교폭력 피해 사실을 꾸준히 폭로해왔다. 학교폭력 문제를 다뤄 화제가 된 넷플릭스 드라마 '더글로리'와 겹치면서 '현실판 더글로리'로 불리기도 했다. 표씨는 4월 학교폭력 공소시효를 폐지해 달라는 국민청원을 제기, 9월 학교폭력 피해자가 성년이 되는 시점부터 공소시효가 적용되는 내용이 담긴 형사소송법 개정안 발의를 이끌어냈다.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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