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뉴스타파 의견진술 듣는다… 인터넷 보도 심의 1호

김고은 기자 2023. 10. 11.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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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배 녹취록 보도 관련... '위법' 논란에도 심의 강행
삭제·차단 등 시정요구나 행정처분 검토 예상

결국 뉴스타파까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심의와 제재를 받게 됐다. 방심위는 11일 통신심의소위원회를 열어 지난해 대선을 사흘 앞두고 뉴스타파가 공개한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를 심의 안건으로 상정하고, 제재조치에 앞서 의견진술을 청취하기로 결정했다. 인터넷 언론사 보도가 방심위 심의를 받는 최초의 사례인 것은 물론, 방심위가 방송이 아닌 언론 보도를 제재한 첫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커졌다.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 통해 민원 접수…언론 보도론 처음

뉴스타파가 방심위 심의대상에 오른 것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앞서 방심위는 당시 뉴스타파를 인용해 보도한 방송사들을 ‘긴급심의’ 안건으로 상정해 과징금 등의 중징계를 줄줄이 결정했다. 다만 인터넷 기반 매체인 뉴스타파는 방심위 심의대상이 아니어서 ‘원 보도’를 심의하지 않고 인용 보도만 심의한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는데, 방심위는 지난 21일 “인터넷 언론사의 온라인 콘텐츠 관련 불법・유해정보에 대해서도 심의를 확대 추진한다”고 밝히며 끝내 뉴스타파를 심의대상으로 끌어왔다. 당장 ‘월권’ ‘위법’이란 비판이 제기됐으나, 방심위는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등을 들어 원래도 인터넷 언론사 기사와 동영상이 통신심의 대상에 포함되지만, “언론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 통신심의소위 심의대상으로 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현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그러나 ‘가짜뉴스’ 심의와 인터넷 언론 보도 심의 확대의 위법성 문제는 전날(10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에서도 핵심 쟁점의 하나였다. 이날 통신소위 회의에서도 야권 측 윤성옥 위원이 “방심위의 가짜뉴스 심의는 근거 법률이 없어 위법하다”고 거듭 지적했으나, 황성욱 소위원장을 비롯한 여권 측 위원 2인은 지난달 26일 출범한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를 통해 접수된 사안이고, “민원이 있으면 (심의를) 해야 하는 것”이라며 절차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여권 위원 다수 의견으로 뉴스타파 보도에 대해선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제8조 3호 카목 ‘그 밖에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우려가 있는 내용’을 적용해 심의하고 의견진술을 청취하기로 결정됐다. 유일한 야권 측인 윤성옥 위원은 “근거 법률이 없어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각하” 의견을 냈다.

김우석 위원은 같은 규정 제8조 4호 다목의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타인을 모욕하거나 사실 또는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정보’ 조항이 “딱 떨어진다”며 두 조항을 같이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015년 방심위가 동 규정을 개정하며 고위 공직자 등 공인의 경우 제삼자의 신고를 제한하는 기준을 마련했던 사실을 사무처로부터 지적받았다. 이에 따르면 뉴스타파 보도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 혹은 그 대리인이 민원을 제기할 때만 심의할 수 있다는 의미여서 명예훼손 관련 조항은 제외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뉴스타파 인용 보도는 이미 ‘과징금’ 등 중징계받아

그러나 뉴스타파 보도에 대해 ‘사회질서 위반’, ‘사회 혼란 야기’ 등의 규정을 적용한 것 또한 논란이 예상된다. 윤성옥 위원은 상위법인 방통위법 제21조(심의위원회의 직무) 4호와 같은 법 시행령 제8조 1항의 직무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하며, 특히 일명 ‘미네르바 사건’ 때 공익을 해할 목적이라도 허위통신정보를 처벌하는 것에 위헌 결정이 난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는 2010년 당시 판결에서 “허위의 통신 자체가 일반적으로 사회적 해악의 발생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님에도 ‘공익을 해할 목적’과 같은 모호하고 주관적인 요건을 동원하여 이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국가의 일률적이고 후견적인 개입은 그 필요성에 의심이 있다”며 ‘허위사실유포죄’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지난해 3월6일 뉴스타파가 보도한 김만배 음성파일 /뉴스타파

그런데도 김우석 위원은 “법 해석이 잘 안 됐다고 좌고우면해서 행정처분을 안 하면 그 피해를 어떻게 감당해야 하느냐”며 “문제가 있으면 선제적으로 해결하고 헌재 재판을 가든 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타파로 인해 민의가 왜곡됐으니 “국민이 피해”란 취지다. 김 위원은 “이 사안 자체가 얼마나 큰 사안인지에 대해 시각들이 다른 것 같다”며 “만약에 이렇게 선거했다고 하면 대한민국 역사의 물꼬가 바뀌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위원과 황 위원은 “미리 판단하는 게 아니라 일단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하자”는 취지로 의견진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뉴스타파에 대해선 그대로 제재조치가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방송과 달리 방심위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많지 않다. 방심위가 직접 할 수 있는 조치 중엔 삭제 또는 접속차단 등의 시정요구가 있는데, 사업자 즉 뉴스타파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만이다. 다만 뉴스타파가 네이버 등 포털 콘텐츠제휴(CP)사인 만큼 포털을 통해 자율규제 명목의 삭제·차단 요청 등이 이뤄질 수 있다. 그 밖에 수사 의뢰도 가능하나 이미 뉴스타파 관련해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관할 지자체(서울시) 등록 취소 신고, 신문법 위반 사례 검토 등이 가능하다고 방심위 사무처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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