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가 먹튀?…“국비 지원 받고, 사업 운영은 안해”

서울 중구에서 직영으로 운영하는 초등돌봄교실에서 아이들이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 경향신문DB

학부모회 “특별한 문제 없음에도 해지”
아산시 “단체장이 가진 권한이자 역할”
권익위 “해지했음에도 보조금은 받아”

충남 아산시가 송남중학교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청소년방과후돌봄지원) 운영을 위한 협약을 해지한 것과 관련, 국민권익위원회가 아카데미가 다시 운영될 수 있도록 시정하라는 입장을 밝혔다.

11일 권익위 등에 따르면 송남중학교 학부모회가 박경귀 아산시장을 상대로 한 아카데미 협약 해지 부당 민원과 관련해 권익위는 ‘아산시는 아카데미를 다시 운영해야 한다’라는 내용의 권고안을 의결했다.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는 방과 후 돌봄이 필요한 청소년에게 급식을 비롯해 청소년체험활동, 학습지원, 상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성가족부의 사업이다. 사업비는 국비와 지방비 각각 50%다.

전국적으로 아카데미가 운영되고 있는 학교는 350여개다. 송남중학교에서는 지난해부터 운영되고 있다. 사업은 아산시청소년재단이 위탁을 받아 맡고 있다.

앞서 아산시는 지난 1월6일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를 진행했던 지역 4개 학교 중 송남중학교의 운영 중단을 결정했다. 이후 같은달 27일 업무 협약 해지를 통보했다.

‘송남중학교 아카데미의 경우, 특정 학교를 대상으로 운영되고 혜택이 소수에게 집중되기 때문에 민선 8기 시정원칙인 공정과 형평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게 시의 주장이다.

시 관계자는 “지자체는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데 있어 단체장의 시정철학과 정책 방향에 따라 조정할 수 있으며, 이는 시정을 운영하는 데 있어 단체장이 가진 권한이자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송남중학교 학부모회는 “아산시장이 일방적으로 협약을 해지해 올해에는 아카데미가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라며 “운영 과정에 있어 특별한 문제가 없었음에도 운영을 중단한 것은 위법하고 부당하다”라고 반박했다.

송남중학교 학부모회는 박 시장이 부당하게 권리를 빼앗고 공공연히 학부모를 모욕했다는 이유로 지난 8월24일 대전지법 천안지원에 손해배상 청구의 소를 제기하기도 했다.

권익위는 협약을 해지했음에도 이미 올해 국비 지원 예산을 신청해 받은 점과 협약에서의 위·수탁 계약기간 등을 근거로 아카데미 운영을 재개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권익위는 “이미 아산시가 여가부에 송남중학교의 아카데미 운영을 위한 국고보조금을 신청해 받았다”라며 “과거에 아산시는 아카데미 협약을 체결하면서 운영 업무 위·수탁 기간을 2026년 12월31일까지 정하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행정청은 공익 또는 제3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행정에 대한 국민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신뢰를 보호해야하는 등 행정기본법 신뢰 보호의 원칙 등을 고려하면 운영을 재개해야한다”라고 덧붙였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