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전기차 불공정 보조금 조사 나선 EU "풍력·철강도 해보자"
중국 미래성장동력 풍력터빈도 조사목록에
EU(유럽연합)가 중국산 전기차에 이어 풍력터빈, 철강 등 중국의 핵심 수출품목에 대한 불공정 보조금 조사를 검토한다. 독일과 등 수출국가들을 주요 축으로 이뤄졌던 중국-EU 간 밀월이 미중갈등을 계기로 사실상 종결되는 분위기다. 미래 성장동력 산업을 중심으로 경제블록화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11일 로이터와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EU는 중국산 풍력발전기용 터빈과 중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불공정 보조금 혜택 조사 여부를 검토 중이다. 해당 제품에 대해 중국 정부가 과도한 보조금을 지급해 WTO(세계무역기구) 규정을 위반했는지를 조사한다는 의미다.
조사 결과 중국산 풍력발전기용 터빈과 철강제품의 보조금 규모가 공정 경쟁을 저해한다고 판단될 경우 막대한 상계관세가 부과된다. 사실상 중국 제품의 유럽 대륙 수출길이 막힌다는 의미다.
중국에너지국에 따르면 중국 풍력발전 용량은 6월 말 기준 3억8900만kW(킬로와트)로 단일국가 중 단연 1위다. 엄청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풍력발전기 핵심인 터빈 등 기술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가장 큰 무기는 물론 낮은 가격이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풍력발전 설치점유율 상위 15개 기업 중 10개가 중국 기업(총 56%)인데, 그중 가장 큰 골드윈드(13%)의 점유율은 1위인 덴마크 베스타스(14%)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아직은 중국 내 설치가 대부분이지만 유럽 등 주요시장에도 저가공세를 펼치고 있다.
EU의 상계관세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13일엔 중국산 순수전기차에 대해 같은 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중국산 배터리가 탑재된 순수전기차와 풍력발전기 터빈은 중국이 중점을 두고 있는 미래 에너지 신성장동력이다. 철강은 두말할 것 없는 중국의 수출 효자 상품이다. 중국의 대유럽 핵심 수출품목이자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수출 제재가 추진된다는 의미다.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대중국 제재에 EU가 본격적으로 동참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수출주력 국가들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EU와 중국 간 밀월도 사실상 끝나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진행 중인 전기차 조사는 폭스바겐이나 벤츠, BMW 브랜드를 중심으로 중국과 긴밀하게 협력 중인 독일 자동차 산업엔 큰 타격일 수밖에 없다. 이탈리아는 중국의 핵심 대외전략인 일대일로(신실크로드) 탈퇴 의사를 밝힌 상태다.
EU와 중국의 밀월 종식은 미중갈등이 첨예해지는 가운데 시간문제나 다름없었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기름을 부었다.
국제사회에서 경제적으로도 고립되고 있는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인민일보는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를 통해 "불공정 보조금 조사는 유럽 풍력터빈 시장의 '보호우산'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당한 무역행위에 대해 EU가 자국 시장을 보호하려는 의도로 억지로 불공정 보조금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는 거다.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EU의 대중국 수출규제 움직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정치적 이유가 복잡하게 얽혔다. EU는 미국과도 철강재 및 알루미늄 관세 분쟁을 벌이고 있는데 오는 20일 미국서 열리는 미-EU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분쟁을 마무리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EU가 미국과의 철강분쟁을 종식하는 동시에 중국과의 분쟁을 시작하는 그림이 연출된다.
정치적 이유를 차치하고라도 핵심 품목에 대한 보조금 조사는 미국과 EU, 중국을 중심으로 가속화할 수밖에 없는 보호무역 경제블록화의 한 단면이다. 코로나19(COVID-19)를 거치며 공급망 리스크가 드러난 가운데 일정 경제규모를 확보한 국가들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장벽을 높이 칠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 가지 이유로 중국에 대한 서방의 압박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 측이 이에 상응하는 보복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타임스는 "EU의 전기차 조사가 이미 시장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위험한 전략"이라며 "풍력터빈에 대한 조사를 즉시 중단하고 보호무역의 길을 따르지 않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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