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하루' 기주봉 "홍상수 현장선 질문 없다, 감독 인정하기 때문"

최지예 2023. 10. 11.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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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최지예 기자]

/사진 = (주)영화제작전원사

홍상수 감독의 신작 '우리의 하루'에 출연한 배우 기주봉, 박미소, 하성국, 김승윤이 지난 4일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했다.

홍상수 감독의 신작이자 30번째 장편영화인 '우리의 하루'는 지난 5월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주간 폐막작으로 상영된 후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BIFF)에 초청되어 10월 19일 개봉을 앞두고 국내 관객들에게는 부산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는 감독의 신작인 '우리의 하루'와, 지난 4월 개봉한 홍상수 감독의 29번째 장편영화 '물안에서' 두 작품이 아이콘 섹션에 동시에 초청됐다. 아이콘 섹션은 동시대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신작을 소개하는 섹션이다.

/사진 = (주)영화제작전원사
/사진 = (주)영화제작전원사

'우리의 하루'는 부산에서 총 3회 공식 상영과 2회의 GV, 1회의 야외무대인사 시간을 통해 관객들을 만났으며 상영 3회차 모두 전석 매진됐다. '우리의 하루'의 국내 첫 GV에서는 관객들과 이런 대화가 오고 갔다.

Q. 홍의주 시인은 자신의 건강상태와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왜 담배를 계속 피우는 걸까?

기주봉 : 개인적으로 실제 내 상황과 비슷한데, 모르겠다. 저는 의사가 하지 말라고 해도 그냥 그렇게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러다 죽는다고 해도 그렇게 되더라.
송경원 : 영화와 현실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 같다. 이 상황이 홍상수 감독님 영화와 닮아 있는 것 같다. (웃음)

Q. 시나리오와 영화를 봤을 때 어떤 점이 가장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는지

김승윤 : 우선 가위바위보 씬이 굉장히 역동적이고, 가위바위보라는 게임 자체가 우연성에 기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누가 몇 번 지고, 언제 무엇을 내고, 몇 번 마시고 모든 타이밍까지 다 써주실 정도로 감독님 대본은 구체적이고 정확했다. 감독님께서 당일에 대본을 전해주시지만 생각보다 잘 외워지는 편이여서, 롱테이크 촬영이지만 몰입해서 재미있게 찍었던 기억이 있다. 저도 오늘 작품을 처음 감상했는데,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는 알지 못했던 다른 파트의 내용이 대칭을 이루면서 되게 묘한 느낌을 준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게 좀 많이 뭉클했다.

기주봉 : '우리의 하루'를 칸에서 봤을 때 관객석이 대략 천여 석 정도 됐었는데, 작품 속에서 제가 마지막 담뱃불을 붙이는 순간이 지나고 영화가 끝났을 때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박수를 쳐주시더라, 그때 이렇게 정서적인 공감대가 통한 느낌을 받았는데, 오늘도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보면서 반응을 보며 모두 비슷한 걸 느끼고 있구나 싶었다. 새로운 기억이 될 것 같다.

Q. 영화에서 시인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는 재원이라는 캐릭터를 보니 배우분들은 캐릭터 분석, 작품 분석을 하다 보면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질문들이 생각날 때 어떻게 해소하는지 궁금하다.

기주봉 : 사실 홍상수 감독님 현장에서는 질문이 별로 없다. 이렇게 하면 뭔가가 감독의 속에서 꿰뚫고 있는 작품상 연결이 되겠구나 이렇게 인정을 하고 시작하기 때문에 다른 의문이나 다른 생각은 따로 하지 않게 되더라.

김승윤 : 그런 질문들이 생겼을 때 배우로서 어떻게 더 고민하고 연기로 승화시켜야 할지는 앞으로도 계속 고민하고 표현해 나가야 하는 부분인 것 같다.

송경원 : 이 영화에서 전하고자 하는 것을 굳이 꼽자면 "의미를 두지 마라" 혹은 "모든 걸 이해하려고 하지 말라"는 그런 대사들을 통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의미를 고정하는 순간 사실은, 아까 관객분들이 불안에 대해서 말씀해 주신 것처럼, '불안'이라고 하면 그 불안을 표현해 내어야 하지만 사실 배우들이 했던 작업은 내가 특정 불안을 표현했다기보다 저절로 스며 나왔다는 쪽에 가까운 것 같고, 감독님은 그런 순간들을 포착해 주셨던 쪽에 가까운 게 아닐까 싶었다. 다만 이건 저는 100분의 1의 의견이고 여러분이 느끼시는 바 대로 다 할 수 있도록 열린 영화니까, '고추장 라면의 강렬함', '담배 피고싶은 욕망' 이런 것들을 각자 가지고 가시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사진 = (주)영화제작전원사

Q. 꼭 작품에 한정하지 않더라도, 배우분들은 실제로 삶을 어떻게 채워가고 계시는지 궁금하다.

하성국 : 저는 불안하고 알 수 없는 그런 기분이 들면, 눈앞에 작은 성취를 좀 맛보려고 하는 편인 것 같습니다. 아침에 이불을 제 손으로 잘 갤 수 있다는 것이라든지, 음식을 내가 만들어 먹을 수 있다든지…하는 그런 것들 몇 가지가 쌓이면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하루가 굉장히 잘 지나갔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하는 것 같다.

박미소 : 저는 사실 불안해야 안정적이도 하다, 요즘은 좀 행복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면서 살기도 하는데, 그런데 저는 그게 더 불안한 것 같다. 그래서 불안할 때도 그 느낌과 감정을 귀하게 여기고 온전히 느끼려고 하는 것 같다.

김승윤 : 저는 영화 속 고양이 이름인 '우리'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바가 있듯이 우리 자신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됐다. 그래서 그 고양이가 뛰어내렸다든지, 밥을 몇 개를 먹을 수 있다든지 하는 것들은 사람의 입장에서 하는 말과 시선이고 사실 '우리' 옷장에서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 어떤 정답이 아닌, 자기만의 본능으로 살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 현장이 항상 즐겁고 감사한 이유는 감독님과 좋은 선배님들이 계셔서이기도 하지만, 그날 대본을 받아서 그 대본 한 장에 충실하고 컷 소리가 나면 저도 집으로 돌아가서 다 잊어버린다. 제 대사나 제가 했던 연기들을, 그래서 "그 순간 순간에 충실해서 오늘 하루가 의미가 있었다"라는 생각이 감독님 현장에 갈 때마다 든다. 그래서 '우리의 하루'라는 제목은 감독님 현장과 참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송경원 : 저는 홍상수 감독님의 이번 작품을 보면서 영화와 배우들이 닮아 간다는 생각을 했는데 , 지금 이 GV시간도 그랬던 것 같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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