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超긴축으로 물가 겨우 잡았는데’…이·팔 사태로 커진 경제 불확실성
‘인플레-통화 긴축-경기 위축’ 또 밟나
수출 회복·경기 반등 노리던 韓 경제도 ‘흔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무력 충돌로 중동 정세가 급류를 타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등 세계 경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벌어진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재현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전쟁이 이란과 미국으로 확산할 경우 상당한 경제적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9일(현지 시각)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일 대비 4.3% 오른 86.38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는 4.2% 오른 88.15달러에, 두바이유는 3.1% 오른 88.54달러에 거래됐다.
중동에서 분쟁이 일 때마다 연쇄적으로 발생한 국제 유가 급등은 이번에도 재발했다. 전쟁 당사국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원유 생산국은 아니지만 하마스의 배후에는 이란이, 이스라엘의 뒤에는 미국이 있다.
이 같은 국제유가의 가파른 인상은 물가 상승을 견인하는 요인이 된다. 특히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원유 감산 계획을 밝혔음에도 이란이 원유를 증산하며 유가 급등을 막아오던 상황이었다. 이번 전쟁으로 이란발 유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마스의 배후가 이란이라는 보도가 나오며 서방의 대(對)이란 제재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수송량은 최대 2000만배럴로 세계 공급의 20%를 차지한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유가는 최대 배럴당 15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원 수요가 많아지는 겨울을 앞둔 시점에 전쟁이 발발했다는 점도 물가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자원 확보 경쟁으로 치달아 유가가 빠르게 뛰어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중동지역의 무력 분쟁과 전쟁은 국제 유가 상승을 불러오고,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으로 우리 국민들의 물가 부담을 가중시켜 왔다”며 “고물가와 이자 부담 증가는 국민들의 실질 소득 감소 효과를 가져오고, 경기회복세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 급등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주요국의 대응 수단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등 주요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발생한 고물가에 대응해 대대적인 통화 긴축을 유지하고 있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대폭 올린 상황에서 추가로 금리를 인상한다면 경기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은 유가 상승 위험을 초래하고 높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경기 위축을 야기할 수 있다”면서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금리 인상 기조의 막바지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국제유가가 급등할 경우 물가 상승 압력을 재확산시키거나 경기 위축 속도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어 연준으로선 셈법이 복잡해졌을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경기 위축이 심화하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역시 타격을 입게 된다. 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감소 전환한 수출이 이달 들어 플러스로 전환하는 등 경기 반등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중동에서의 무력 분쟁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들어 중동에서 ‘데탕트’(긴장 완화) 흐름이 이어지며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관계 정상화, 미-이란 관계 회복 등이 논의되다 갑자기 전쟁으로 상황이 반전됐다”면서 “다만 전황이 확대된다거나, 국제금융시장이 급변하는 등 이상징후는 포착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 상황에서는 에너지 안보가 가장 핵심 이슈”라며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관련 사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컨틴전시 플랜을 점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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