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신경 쓰지 말고, AG에 인생을 걸어라” SSG 26세 국대 중견수의 맹폭, 어린왕자식 격려가 시작이었다[MD광주]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여기 신경 쓰지 말고, 아시안게임에 인생을 걸어라.”
SSG 주전 중견수 최지훈(26)은 올 시즌 113경기서 452타수 122안타 타율 0.270 2홈런 30타점 65득점 20도루 OPS 0.679다. 그러나 최근 10경기 타율 0.385로 보정된 결과다. 그 정도로 올 시즌 최지훈의 타격은 침체됐다. 타율 0.304 10홈런 61타점을 찍은 작년의 페이스가 아니었다.
그 와중에 항저우아시안게임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었다. 최지훈의 마음은 이래저래 편하지 않았을 것이다. 안 풀리는 타격에 대한 스트레스, 이대로 팀을 잠시 떠나는 것에 대한 미안함,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에 대한 책임감까지.
그러던 와중 김원형 감독이 격려를 건넸다. “여기 신경 쓰지 말고, 대표팀에 가서 최고의 성적을 내고 와라. 거기에 포커스를 맞춰라”고 했다. 10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김원형 감독에게 이 얘기의 풀이를 들어보니 “국대가 처음인데, 거창해도 인생을 걸어야죠. 중견수 자리는 지훈이에게 가는 것이고”라고 했다.
대표팀 외야수가 윤동희(롯데)의 합류로 겨우 4명이었다. 이정후(키움)의 하차로 최지훈의 풀타임 중견수는 예약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는 최지훈에겐 위기이자 기회였다. 2번 중견수로 고정되면서 19타수 10안타(1홈런) 5타점. 태국전서는 스리런포까지 터트렸다. 성인대표팀 첫 무대에서 제대로 날았다.
물론 태국, 홍콩, 중국 등 KBO리그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투수들을 많이 만난 건 사실이다. 그러나 국가대표라는 중압감 속에서 거둔 성적이라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최지훈은 김 감독 말대로 아시안게임서 인생을 걸었고, 금메달로 병역혜택까지 받게 됐다.
김 감독은 “어차피 여기에 신경 쓴다고 타격이 더 좋아지는 건 아니니 마음 편하게 하라는 뜻에서 그렇게 얘기했다. 마음이 편해지면 반등하지 않겠나. 이제 돌아왔으니 쓴소리를 많이 하겠다. 대표팀에서 했던 것처럼 할 것이다”라고 했다.
최지훈은 10일 경기서 2안타를 날리며 아시안게임 기운을 이어갔다. 경기를 앞두고 “체면치레를 하고 온 것 같아서 뿌듯했다. 가기 전에 부담이 있었다. 내가 아직 어리지만 대표팀에선 나이가 있는 편에 속해서 잘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도 했다. 실제 내가 말을 많이 하고 이끌었던 건 없다. 우승도 하고 와서 홀가분하다”라고 했다.
대표팀 생활을 하면서 고참 역할을 경험해본 것도 수확이다. 최지훈은 “그런 역할을 하는 선수들을 보고 배웠다. 앞으로 대표팀에서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 멤버들을 자주 보지 않을까. 내가 실제로 말을 많이 하지는 않았다. 야구장에서 행동으로 보여주자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두 번이나 상대한 대만 좌완 린유민보다 결승 막판에 등장한 우완 류즈룽이 더 위력적이라는 반응도 내놨다. 당시 류즈룽은 4이닝 1피안타 6탈삼진 1볼넷으로 한국 타선을 묶었다. 2-0으로 이겼기에 망정이지, 린유민에게 2점을 못 뽑았으면 큰일 날 뻔했다.
최지훈은 “린유민은 상대할 만했다. 그런데 그 오른손투수는 우리나라에서도 던지면 손에 꼽을 수 있는 구위를 갖고 있었다. 감히 말할 수 있지만, 대만이 이제 당연히 이길 수 있는 나라가 아니라는 걸 느꼈다. 한국야구가 많이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물론 본인도 발전에 대한 갈망을 확인했다. 최지훈은 “나는 아직 정상의 선수도 아니고, 계속 발전해야 한다. 그 선수들에 맞추는 게 아니라 야구선수라면 끊임없이 발전해야 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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