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CBDC 활용 사례 테스트 ‘기관용 CBDC로, 일반인 실거래까지’
[IT동아 한만혁 기자]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CBDC) 활용성 테스트’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테스트는 ‘기관용(wholesale) CBDC’를 기반으로 한국은행이 구축한 ‘CBDC 네트워크’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기술, 제도 측면과 다양한 활용 사례를 점검한다. 특히 활용 사례의 경우 일반인이 참여하는 실거래 테스트도 진행한다.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이번 테스트를 통해 우리 상황에 최적화된 CBDC 모델을 제시하고 금융 부문의 혁신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의 활발한 CBDC 연구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형태의 화폐를 의미한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화폐와 모양이나 형태만 다를 뿐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
CBDC는 활용 범위, 사용 주체 등에 따라 범용(retail/general-purpose)과 기관용(wholesale)으로 나뉜다. 범용 CBDC는 현금과 마찬가지로 가계, 기업 등 일반 경제 주체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것이며, 기관용 CBDC는 금융기관이 금융기관 간 자금거래, 최종 결제 등에 활용한다.
현재 전 세계 중앙은행은 CBDC에 대해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2022년 국제결제은행(BIS) 연례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중앙은행 중 93%가 CBDC에 대해 연구 및 개발 중이며 2030년까지 24개국 이상이 CBDC를 도입할 전망이다.
범용 CBDC의 경우 주요국은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면서 도입 가능성에 대한 연구 및 개발 강도를 높이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것은 중국이다. 지난 2020년 하반기 5개 지역에서 시범운영을 시작한 이후 대상 지역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2023년 5월 기준 17개 성 26개 구역에서 CBDC인 디지털 위안화를 사용한다. 유럽중앙은행(ECB)은 현재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10월 이후 도입 준비 착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미국, 일본, 영국 등은 현재 기술 연구를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기관용 CBDC에 대한 연구도 확대되는 추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기관용 CBDC 플랫폼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싱가포르 통화청은 기관용 CBDC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다.
한국은행은 범용 CBDC를 중심으로 기술 및 제도적 이슈, 파급효과 등에 대한 다각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지난 2021년 8월부터 2022년 6월까지 기술 측면 모의 실험, 2022년 7월부터 12월까지 금융기관과의 연계 실험을 진행했으며 제도, 통화정책 관련 부분도 검토했다. 이를 통해 한국은행은 범용 CBDC의 경우 주요국 동향을 고려하고 장기적으로 연구 및 개발 역량을 높이기로 했다.
CBDC의 다양한 활용 사례 검증
이번에 발표한 CBDC 활용성 테스트는 기관용 CBDC를 기반으로 한다. 한국은행이 은행간 자금이체 거래에 활용할 수 있는 기관용 CBDC를 발행하고, 참여 은행은 이와 연계된 지급결제 수단인 토큰을 발행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현재 은행들이 중앙은행에 개설한 계좌의 예금(지급준비금)을 활용해 자금거래 및 최종 결제를 수행하는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이번 테스트에 참여하는 금융기관은 은행으로 한정한다. 현행법과의 정합성 등을 고려한 것. 테스트 확대 여부는 현재 정해진 바 없으며, 추후 제도적 이슈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할 예정이다.
CBDC 활용성 테스트는 한국은행이 분산원장 기술로 구축한 CBDC 네트워크 내에서 진행된다. CBDC 네트워크는 한국은행이 구축하고 은행 등 민간 부문이 참여하는 허가형(permissioned) 네트워크로, 외부 네트워크와 연결하지 않을 계획이다. 즉 CBDC 네트워크에서 발행 및 유통되는 가상자산은 해당 네트워크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고, 일반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하거나 별도 구매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이번 테스트를 통해 단순 자금 이체보다는 기존 지급 서비스와 차별화되는 디지털 통화 기능에 주안점을 두고 다양한 활용 사례를 검증할 계획이다. 실제 테스트할 활용 사례는 참여 은행들 및 정부, 금융당국과의 협의를 거쳐 11월 중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국은행,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 참여 은행 등 유관기관은 실무 협의체를 구성하고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CBDC 활용성 테스트에 참여할 시스템 개발 사업자 및 은행은 10월 중 선정하고, 11월 말에 테스트 대상 활용 사례 실증 계획, 참가 은행 등 세부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CBDC 활용성 테스트는 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실거래 테스트도 포함된다. 실거래 테스트는 고객 예금을 기반으로 ‘예금토큰(tokenized deposit)’을 발행해 실제로 활용하면서 관련 내용을 검증하는 것으로, 오는 2024년 4분기에 진행할 예정이다.
참고로 예금토큰은 은행이 기관용 CBDC를 기반으로 분산원장기술을 이용해 발행하는, 예금과 유사한 형태의 디지털 자산이다. 예금토큰 보유자는 현행 계좌이체와 유사한 형태로 다른 사람에게 이전할 수 있다.
실거래 테스트 역시 현행법과의 정합성 등을 고려해 일부 활용 사례에 대해 기간, 금액, 참가 인원 등에 제한을 두고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실거래 테스트가 현행법 체계 내에서 충분한 이용자 보호 조치 하에 진행되도록 관련 사항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국내 상황에 적합한 CBDC 모델 탐색하는 과정
한국은행은 이번 테스트가 가상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개념 검증(PoC), 일반 국민 대상 디지털 통화 테스트를 통해, 미래 통화 인프라의 모형을 제시하고 기존 서비스와 차별화되는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구현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기관용 CBDC와 예금토큰 등을 통한 지급결제 생태계가 현행 시스템의 효율성을 개선하고 결제 수수료 감소, 소비자 편의성 향상 등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이번 CBDC 활용성 테스트는 국내 금융 및 경제 상황에 적합한 CBDC 모델을 탐색하는 과정일 뿐 CBDC의 본격 도입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CBDC 네트워크 또한 최종 확정 모델이 아닌 테스트 모델이다.
하지만 기관용 CBDC의 활용성에 대해 다른 국가의 중앙은행보다 다소 빠르게 테스트를 시작한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긍정적이다. 남들보다 먼저 시작했으니 그만큼 꼼꼼하게 다양한 측면을 테스트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셈이다. 이번에 발표한 계획대로 내년 4분기 실거래 테스트가 완료되면 이후 테스트 확대까지 원활하게 이어져, 국내 환경에 적합한 CBDC 모델이 구축되길 기대해 본다. 물론 제도나 규제에 대한 정비도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글 /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
사용자 중심의 IT 저널 - IT동아 (it.donga.com)
Copyright © IT동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KISA가 소개하는 블록체인 기반 혁신금융 트렌드
- 가상자산 투자사기, 주의할 점은?
- 가상자산 회계감독 지침 설명회 개최 “업계 의견 최대한 반영할 것”
- 애플 ‘M4 프로세서’ 품은 2024년형 아이맥 공개
- 인텔, AI PC를 위한 차세대 인텔 코어 울트라 제품군 국내 출시
- AI PC로 진화한 에이수스 젠북, 직접 체험해보니
- 내 정보 지키는 시크릿 모드, PC·모바일서 쓰는 법 [이럴땐 이렇게!]
- [생성 AI 길라잡이] 스타일 유지하는 이미지 생성형 AI '플라멜'
- 포킷츠 “오직 반려견 발바닥만 생각합니다” [동국대학교 캠퍼스타운]
- [생성 AI 길라잡이] 갤럭시 AI 활용하기 – 브라우징 어시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