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지상전 임박…공성전? 요새전? 이스라엘의 ‘딜레마’

김서영 기자 2023. 10. 11.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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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지상전 감행 의사 연일 밝혀
본격 진입 땐 양측 충돌 규모 더 커질 듯
하마스에 다국적 인질 약 150명 붙잡혀
“이스라엘 군사적 선택지 제한된 상황”
10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상공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탄이 발사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의 전쟁이 5일 차를 넘기면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 작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상전이 본격적으로 벌어지면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까다로운 시가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마스가 붙잡고 있는 이스라엘 인질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10일(현지시간) CNN·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진입이 임박했음을 보여주는 신호가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경계를 따라 군사력을 증강하고 포위를 강화하고 있다. 가자지구와 평행하게 뻗어있는 이스라엘 232번 고속도로는 사실상 양측을 가르는 경계선이 됐다. 이 도로를 둘러싼 지역에서 공습과 대포 소리가 들리고 탱크가 지나갔으며 군용 헬리콥터가 비행하는 모습이 포착했다. 도로 주변에는 하마스 무장대원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시신도 드러났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둘레를 대부분 확보했다고 밝힌 상황이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9일 밤 가자지구 인근 자국민들에게 대피를 준비하고 72시간 동안 필요한 음식과 물, 보급품을 충분히 마련하라고 전달했다. 이는 “가자지구로의 지상전이 임박했다는 분명한 신호”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스라엘은 지상전을 감행하겠다는 의사를 연일 밝혔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날 새벽 가자지구 국경 지대에서 자국군에 연설하면서 “군대에 관한 모든 제한을 해제한다. 전면적인 공격을 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하마스는 가자지구의 변화를 원했는데, 그들이 생각했던 것과는 180도로 바뀔 것이다. 그들은 이 순간을 후회할 것이다. 가자지구는 결코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 역시 이날 “포격의 중점은 정확성이 아니라 피해”라고 언급했다.

시가전,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략은
10일(현지시간) 공개된 위성 사진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거 지역의 모습이 담겨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으로 건물들이 새까맣게 타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제 초점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재점령하려 할 것인지에 쏠린다. 지상전을 전개한다면 어떤 방식을 택할 것인지도 관건이다. 가자지구는 인구 밀집도가 높고 건물이 빽빽한 지역으로, 시가전이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디언은 과거 충돌 사례를 토대로 “가자지구의 지형이 작전에 제한을 주기 때문에 이스라엘군은 같은 접근 경로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CNN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전에 가자지구에서 지상 작전을 벌일 때 난민 캠프로 이어지는 좁은 골목을 피하는 전략을 택했다. 그러면서 가자지구와 다른 지역 간의 연결을 차단하고 도시 주변을 통제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가자지구의 지형에 익숙한 하마스에 최대한 유리한 상황을 내주지 않으려는 선택이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로 본격 진입한다면 양측의 충돌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가자지구에는 하마스뿐만 아니라 이슬라믹 지하드(PIJ), 팔레스타인 해방인민전선(PFLP), 팔레스타인 해방민주전선(DFLP) 등 수많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가 존재한다. 이들이 하마스만큼의 전력은 아니지만 어느 수준으로 저항할지는 미지수다.

하마스가 이번에 생각보다 강한 군사력을 보여줬고 이다음 벌어질 상황에도 대비가 돼 있으리란 점도 변수다. 하마스는 가자지구에 익숙하며 과거 이스라엘군이 침투했던 경로를 알고 있다. “이들은 대전차 지뢰와 대전차 유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스라엘군의 전략을 잘 알고 있는 숙련된 사령관들로 구성돼 있다”고 가디언은 평가했다.

객관적으로 이스라엘보다 전력 열세인 하마스는 전면전을 피하고 지형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마스는 과거 시가전에서 민간인 및 민간시설을 방패로 활용하는 법을 배웠고, 이번에도 급조폭발장치(IED), 터널, 심리전 등을 비롯해 과거 교전에서 성공적이었던 전략을 되풀이할 것으로 보인다. 알자지라는 “하마스는 기습공격, 매복 및 저격 등의 전략을 사용해 사상자를 최소화하고 직접적인 대결을 줄여 작전을 극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하마스 대원들은 이스라엘이 접근하기 가장 부담스러운 곳, 즉 인구가 밀집된 난민 캠프에 숨어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CNN은 전했다.

인질 어쩌나…이스라엘의 딜레마
10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항구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이 같은 분석을 종합하면 가자지구 지상전은 이스라엘 측의 피해도 수반할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의 중화기와 공군력은 하마스를 압도하지만, 이번엔 약 150명의 다국적 인질이 붙잡혀 있어 난제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공격을 지속할 경우 인질을 한 명씩 살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가디언은 “이스라엘은 군사적 능력과 의지를 갖고 있지만, 이는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에게 막대한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며 이스라엘 인질이 억류될 위험도 있다”고 짚었다. CNN 또한 “이스라엘 지도자들이 하마스를 치명적으로 날려버리려고 하는 만큼, 양쪽의 대가는 매우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스라엘로서는 현 시점에서 물러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하마스가 이스라엘 민간인을 기습 공격한 이후 이스라엘 정부는 하마스를 무너뜨리라는 강력한 압박을 받고 있다. 하마스를 붕괴시키려면 일시적으로나마 가자지구를 재점령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2008년부터 2021년까지 벌어진 네차례의 이스라엘-하마스 충돌은 모두 결론 없이 끝났고 하마스는 그 후에도 여전히 건재하다는 사실이다.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 출신 척 프레일리히는 “이번 전쟁의 목표는 ‘이전과는 다르게 끝나기’이다. 분명한 승리가 있어야 한다.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해야 할 것”이라고 AP통신에 밝혔다.

리처드 하스 미 외교협회(CFR) 명예회장은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기고한 ‘이스라엘의 딜레마’란 글에서 “인질 때문에 이스라엘의 군사적 선택지가 제한돼 있다. 시가전보다 어려운 군사 작전은 거의 없고, 과거 시가전에서 많은 이스라엘 군인들이 목숨을 잃거나 포로가 됐다”고 분석했다. 또한 “작전의 전략적 목표에도 문제가 있다. 하마스는 조직이자 이데올로기이기 때문에 제거될 수 없다. (하마스를 없애려면) 군사적 대응 외에 외교적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스라엘은 예비군 약 36만명을 소집했다. 이는 이스라엘 인구(약 920만명) 약 4%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1973년 욤키푸르 전쟁 이후 50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동원이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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