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받지 못한 세월호 진상규명, 언론 탓 컸다

김효실 기자 2023. 10. 11.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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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일어난 세월호 참사는 '언론 참사'이기도 했다.

9주기를 맞은 2023년 5월에는 전국언론노동조합을 통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관련 보도 평가와 권고: 사실이 아닌 것으로 구성되는 진실은 없다' 보고서도 냈다.

—보고서에 "참사의 진상규명이 내용상으로는 완성되었지만 사회적인 공인을 획득하지는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썼다.

—하지만 아직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인식이 더 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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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21]

김성수 기자가 세월호 모형을 들고 침몰 원인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뉴스타파 유튜브 갈무리

2014년 일어난 세월호 참사는 ‘언론 참사’이기도 했다. 시민들이 언론에 바랐던 최소한의 기대치는 저품질·선정적 저널리즘 행태로 산산조각이 났다. 시민들은 정부 발표와 기성 언론을 모두 믿을 수 없어서 유가족 소셜미디어(SNS)와 대안 언론을 찾아나섰다. 2015년 <한겨레21>이 기성 언론에 속하지 않은 저널리스트 10명을 만난 것도 저널리즘 문제를 짚기 위해서였다.(제1058호 “1주기 지나면 세월호는 사라지겠죠” 참조)

김성수 <뉴스타파> 기자를 처음 만난 것도 이때다. 그는 참사 뒤 9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진상규명을 위한 취재·보도를 멈추지 않았다. 언론계의 각종 관행이 참사의 진실을 찾는 데 도움이 되기는커녕 방해가 된다는 문제의식도 여전했다. 9주기를 맞은 2023년 5월에는 전국언론노동조합을 통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관련 보도 평가와 권고: 사실이 아닌 것으로 구성되는 진실은 없다’ 보고서도 냈다. 언론의 ‘부족한 취재·보도’ 사례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후속 조처를 구체적으로 권고했다.

—보고서에 “참사의 진상규명이 내용상으로는 완성되었지만 사회적인 공인을 획득하지는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썼다.

“진상규명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세월호의 침몰 원인과 구조 실패 문제. 전자는 과학의 영역이다. 지난 9년 동안 총 9개 국가기구가 수사·감사·조사를 했고, 조선해양학계도 많이 노력했다. 그 결과 잠수함 충돌 같은 ‘외력설’이 제기한 의혹은 기각됐다. 중고선 도입 뒤 무리한 증개축과 일상적 화물 과적, 부실 고박, 평형수 감축 등으로 복원성이 취약한 상태였던 세월호가 사고 당일 기계 고장으로 침몰했다는 ‘내인설’이 타당한 설명으로 남았다. 구조 실패도 ‘해경과 선원이 공모해서 일부러 승객을 구하지 않았다’ 등의 기획설은 탈락됐으며, 그들의 무능함과 안일함이 겹쳐서 결과적으로 구조를 안 한 것과 다를 바 없어진 것으로 봐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인식이 더 큰데.

“진상규명 내용이 사회적 공인을 획득하지 못했다는 게 그런 의미다. 9년여 조사를 거치면서 ‘그날 배가 왜 쓰러졌고 왜 제대로 구조하지 못했는가’에 대한 합리적 설명이 가능한 근거가 축적됐다. 하지만 이런 얼개를 잘 설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매체가 없다.”

세월호 참사 관련 보도 모습. 뉴스타파 유튜브 갈무리

—2015년 <한겨레21> 인터뷰에서 기성 언론사의 출입처 중심 취재 시스템, 자체 검증이 약한 ‘받아쓰기’ 보도 등의 문제점을 짚은 게 이번 보고서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그렇다. 일부 기자는 과거 보도 참사를 만회하려고 애썼지만, 출입처 시스템에 갇혀 세월호 이슈를 지속해서 취재하지 못하다보니 조사위 발표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하고 내는 등 결과적으로 과거와 비슷한 문제적 보도 행태를 보였다. 또한 언론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이런 상황을 만든 데는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등 조사위와 진상규명 운동 진영의 영향도 있다. 이 영역에 대해선 조사에 참여한 박상은씨의 <세월호, 우리가 묻지 못한 것>을 참조하면 된다.(제1421호 “세월호 진실 밝히려면 조사-수사 분리했어야” 참조)”

—<뉴스타파> 이야기도 묻지 않을 수 없다.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 보도로 ‘희대의 대선공작’을 한 언론으로 몰렸다.

“<뉴스타파>가 조직적으로 대선에 개입했다는 건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당장은 피곤하고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런 프레임과 싸워 이기는 게 힘든 일은 아닐 것 같다.

다만 해당 보도가 <뉴스타파>의 취재·보도 시스템의 변화 필요성을 보여준 게 아닌가 생각한다. 조직을 대표하는 의견이 아닌 사견이다. 우리 조직의 최대 강점이자 무기는 ‘시간’이다. 내가 세월호 취재를 오래 할 수 있었던 건 내가 뛰어나서라기보다 <뉴스타파>라는 조직에 속해서 가능한 일이다. <뉴스타파>는 출입처를 가질 수 없는 매체이고 탐사보도를 지향한다. 단 한 명의 기자가 붙더라도 오래 취재하며 팩트를 확인하는 보도물을 내놓기 때문에 완성도가 높아진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사건·사고처럼 시급하게 대응해야 하는 이슈도 존재한다. 이런 이슈에 대한 조직적 대응력을 높이는 변화가 필요하지 않은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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