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카드 기록만으로 연장근로수당 지급하라고요?
이광선 변호사의 '노동 프리즘'
주 52시간제가 시행된 지 5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실무에서는 근로시간 위반 문제 등이 이슈가 되고 있다. 근로시간에 대한 관리 미숙으로 인해 회사 대표가 형사처벌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허다하고, 법원과 달리 연장근로를 판단하는 고용노동청 관행에 대해서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출입카드 기록이 연장근로 근거?
일선 고용노동청에서 근로감독을 나오면 연장근로수당이 제대로 지급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하면서 근로시간을 출입카드나 지문인식기에 찍힌 시간을 기준으로 근로시간을 산정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근로감독관이 일부 시간을 조정해 주겠다며 출입카드 기록 시간을 기준으로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면 시정지시로 끝내고,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형사절차로 진행한다고 하여, 인사담당자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이를 인정하고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고 끝내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출입기록 카드나 지문인식기에 찍힌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는 것이 타당한가? 연장근로에 대한 입증책임은 누구에게 있고, 사용자가 연장근로가 없었음을 입증하지 못하면 연장근로가 인정되는 것인가?
고용노동청의 실무관행과 달리, 민사소송에서 시간외근로수당 청구에서 연장근로 자체에 대한 입증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원고(근로자)에게 있고, 형사소송에서 주 52시간을 위반하여 근로기준법 위반죄가 문제될 경우 그 입증책임도 유죄를 주장하는 검사에게 있다.
하급심 판례 중에는 사무실 출입시 지문인식기의 기록을 기준으로 연장근로 제한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에서 '지문인식기의 기록은 근로자의 최초 출입 및 최종 퇴거를 알 수 있는 시각일 뿐 이를 실제 근로의 시작 및 종업시간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다(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2014고정704 판결). 이와 유사한 사례에서도 대형 화물트럭 운전기사의 근로시간을 차량에 장착된 전자식 운행기록장치의 운행기록만으로는 증명할 수 없다고 하면서, 전자식 운행기록장치의 운행기록은 차량의 시동을 키고 끈 시점일 뿐 근로의 개시나 종료로 볼 수 없다고 보았다(청주지방법원 2019. 10. 18. 선고 2018나8485 판결).
최근 대기업이나 IT기업 등 다수의 기업들이 사옥 내에 헬스클럽, 카페, 도서관, 안마기 등 자유롭게 개인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을 두고 있는 경우가 많고, 선택적 근로시간을 채택하여 근로자들이 자유롭게 근로시간을 선택하여 근무하는 경우가 많아서, 출입카드 기록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용노동청에서는 이를 기준으로 근로시간을 산정하여 시정지시를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와 시스템 차원의 보완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원칙적으로는 연장근로에 대한 입증책임이 연장근로가 있었음을 주장하는 측(근로자, 검사)에 있지만, 현재 입법안 중에는 사용자에게 근로시간에 대한 입증책임을 부여한 경우도 있으므로 유의가 필요하다.
우선 회사는 명시적으로 출입카드나 지문인식기의 시간은 근로시간이 아니라는 점과 근로시간을 산정하는 원칙을 명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PC 온오프(ON-OFF)제를 철저히 시행하여, 근로시간 초과시 자동으로 PC가 꺼지도록 하고, 사전 연장근로 신청의 경우에만 PC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며, 일정 시간 자리를 비우면 자동으로 'PC OFF' 또는 로그아웃되도록 하여 PC를 통한 실제 근로시간 관리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 PC를 잘 사용하지 않는 직무의 경우 근로자 스스로 출근, 퇴근, 휴게시간을 입력하도록 하고, 연장근로시 사전 승인신청을 하도록 하여 사전 승인 없이 연장근로하는 경우가 발생하는지 지속적인 관리를 해야 한다.
◆선택근로제도 1주단위 근로시간 관리해야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한 경우에는 정산기간(보통 1개월)이 끝날 때까지 근로시간 관리 없이 그냥 둘 것이 아니라 매일 근로시간을 입력하도록 해야 한다. 주기적으로 근로시간을 체크하거나 시스템상으로 자동으로 1주 기준 일정 근로시간을 초과할 경우 자동으로 관리자와 해당 근로자에게 통보되도록 해 정산기간 평균 1주 52시간이 초과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근로자가 출장 또는 그 밖의 사유로 근로시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업장 밖에서 근로하여 근로시간을 실제적으로 산정하기 어렵다면 근로시간을 인정하는 간주근로시간제를 운영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근로기준법 제58조 제1항). 다만 사업장 밖에서 근로하더라도 사용자의 구체적인 지휘감독이 미치는 경우 등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하면 제외될 수 있다.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통상적으로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그 업무의 수행에 통상 필요한 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보지만, 그 업무에 관하여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를 한 경우에는 그 합의에서 정하는 시간을 그 업무의 수행에 통상 필요한 시간으로 간주할 수 있다(제58조 제2항). 따라서 간주근로시간제를 도입한다면, 처음부터 분쟁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를 통해 근로한 것으로 인정하는 시간을 정해두는 것이 좋다.
한편, 관리·감독 업무를 담당하는 자의 경우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시간, 휴일, 휴게 관련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근로기준법 제63조 제4호, 시행령 제34조). 그런데 어떤 경우 '관리·감독 업무를 담당하는 자'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 근로기준법에서는 아무런 정함이 없다. 다만, 최근 하급심 판례는 '경영방침의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지, 근로조건의 결정 기타 노무관리에 있어서 경영자와 일체적 관계에 있는지, 출퇴근 시간에 관하여 엄격한 제한을 받지 않고 자기의 근무시간에 자유재량권을 가지는지, 관리직 수당 등 그 직위에 따른 특별한 수당을 받고 있는지 등을 기준'으로 관리·감독 업무 종사자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4. 13. 선고 2021가합585474 판결). 그리고 '중간 관리·감독자의 경우라도 스스로 근로시간을 조절할 권한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관리·감독자인지 여부를 판단하면 될 것이고, 야근이나 연장근무를 할 때 상급 관리자의 지시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중간 관리·감독자도 관리·감독 업무종사자'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의정부지방법원 2017. 6 23. 선고 2016가단22653 판결).
또한, 연장근로수당과 관련해서 보상휴가제를 도입하면서도 근로기준법의 규정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아 추가로 연장근로수당 지급의무가 인정되거나 형사처벌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수당에 갈음하여 보상휴가를 부여할 수 있는데(제57조), 이 경우 반드시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1. 7. 14. 선고 2011다23149 판결 등). 근로자대표란 과반수 이상의 근로자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다면 그 노동조합,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다면 근로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의미한다.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가 없는 보상휴가제는 근로기준법상 보상휴가제가 아니므로 연장근로수당을 별도로 지급해야 한다. 또한, 연장·야간 및 휴일근로 시 가산임금과 동일하게 시간당 1.5배에 해당하는 보상휴가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근로자가 제공한 보상휴가를 사용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에 대한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근로기준과-6641, 2004.12.10.)
이광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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