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거래에 갑질까지"…금감원, 증권사 CB 기획검사 결과 발표

우연수 기자 2023. 10. 1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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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상 정보 이용해 수십억 '꿀꺽'…추가 검사 예고
IB부서 도덕적 책무 강조…"일반투자자 이익도 고려해야"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금융감독원이 증권사 기업금융(IB)부서 임직원이 직무상 지득한 정보를 본인·친인척 등 사적 전환사채(CB) 투자에 이용한 사실을 확인했다. 증권사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담보채권 취득·처분시 '갑질'을 하거나, CB 발행사 최대주주에게 편익을 제공한 사례 등도 확인했다.

금감원은 사모 CB 보유 규모가 큰 증권사 A사에 대한 기획검사를 실시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잠정 발견했다고 11일 밝혔다.

앞서 금감원은 사모 CB 매매·중개 과정에서 증권사의 불건전 영업행위에 대해 올해 중점 검사사항으로 선정했다.

그 중 사모 CB 보유가 큰 증권사 A사에 대해 8월16일부터 9월22일까지 검사를 실시, 업무 과정에서 자본시장 신뢰를 훼손하는 중대 위규 혐의가 있는지 점검했다.

점검 결과 금감원은 기업금융업무를 담당하는 IB본부 임직원들이 상장사의 사모 CB 발행 관련 주선·투자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직무상 정보를 이용해 관련 CB를 직원, 가족 등의 자금으로 취득하는 등 사적 이익을 추구한 사례를 확인했다.

증권사 IB부서는 발행사와 인수, 주선, 투자 계약 등을 체결한 뒤 사모 CB에 직접 투자하거나 기관·개인 등 다른 투자자를 섭외해 사모 CB에 투자하곤 한다. 이 과정에서 담보가치 평가, 발행사 상황, 증권사 내부 투자 검토 심의 자료 등 직무 정보를 얻게 된다.

A 증권사 IB 본부 직원들은 지득한 정보를 이용해 본인, 가족, 지인 등이 업무 대상 CB를 두차례 투자하고 수십억원 상당의 수익을 거뒀다.

직원 본인, 가족, 지인 자금을 모집하고 가족·지인 명의로 1차적으로 조합에, 2차적으로 특수목적법인(SPC)에 자금을 납입한 뒤 B 상장사 CB를 조합 및 SPC를 통해 취득·처분한 결과 수십억원 상당 수익을 거뒀다.

1차 사적 CB 투자의 경우 가족, 지인들이 조합과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해 자금을 납임했다. 2차 사적 CB 투자의 경우 가족, 지인들이 SPC가 발행한 사모사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납입했다.

또 A 증권사 고유 자금은 안정적이되 수익률은 낮은 선순위로 투자되는 상황에서, 직원 및 가족 등 자금도 조합·SPC 형태로 후순위 투자되는 사실은 소속회사(A 증권사)에 알리지 않았다.

(사진=금융감독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담보채권 취득·처분시 소위 갑질을 하거나 발행사 최대주주 특수관계인에게 편익을 제공한 사례 등도 확인됐다.

A 증권사는 CB 일부 종목을 발행사로부터 최초 취득하면서 발행사에게 CB 전액 상당 채권을 담보로 제공하도록 했다. 담보채권의 취득은 A사 채권부서를 통해서만 이뤄졌으며, A사는 본인들이 보유하고 있던 채권도 담보채권으로 매각했다.

A사는 발행사에게 국채 또는 AA 이상 채권들로 구성된 담보채권 가능 목록을 2~3개 내외로 제시하고 그 중에서 취득하도록 해, 발행사의 담보채권 선택 범위가 일정 제한됐다.

A사가 담보채권을 해제해 발행사가 신규사업 지출, 운영자금 사용 등에 쓸 수 있도록 동의한 사례는 없었으며, CB 투자금액 회수 차원에서만 담보채권 해제를 동의했다.

장외파생상품을 통해 발행사 최대주주가 CB 전환차익을 얻을 수 있도록 편익을 제공한 정황도 발견했다.

상장사 C사의 특수관계자(사실상 최대주주)가 최소자금으로 C사 발행 CB의 전환차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줄 것을 요청하자, 증권사는 C사 발행 CB를 취득한 후 이 중 50% 상당 CB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장외파생상품(TRS) 계약을 이 특수관계자와 맺었다. 이는 A 증권사가 CB 관련해 개인과 맺은 유일한 TRS 거래였다.

해당 TRS 계약은 거래상대방에 대한 신용평가도 수행되지 않았으며, 장외파생상품 계약의 담보는 10% 상당 금액만 수취됐는데 이는 주식·메자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여타 담보대출 또는 파생상품 거래의 담보비율 대비 현저히 낮았다. 통상 증권사 주식담보대출 또는 차액결제거래(CFD) 거래의 경우 40~50% 수준 금액을 담보로 수취한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 결과 확인된 사익추구 행위 등에 대해 법규 위반소지를 검토한 후 엄정히 조치할 예정이다.

또 기업금융 과정에서 다른 사적 추구행위 개연성이 존재하는 만큼, A 증권사에 대한 추가 검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은 증권사 IB부서가 사모 CB 발행, 유통 정보를 업무상 먼저 지득하고 발행조건이나 투자자 주선 등을 발행사와 논의하는 지위에 있는 만큼, CB 발행사 주식에 투자하는 일반투자자의 이익도 고려해야 하는 책무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oincidenc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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