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박한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 '가자 점령' 아닌 '하마스 무력화' 목표

김예슬 기자 2023. 10. 11.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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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가자지구 봉쇄 이후 당근·채찍 함께 제공
가자지구 점령하려면 장기간 희생 불가피
10일 (현지시간) 이스라엘 ‘아이언 돔’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남부 도시 아슈켈론 상공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인 하마스의 로켓을 요격하고 있다. 2023.10.11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공격에 대응해 근 10년 만에 지상군 투입 초읽기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간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당근과 채찍을 함께 주던 이스라엘이 태도를 바꾼 것은 우선 하마스의 군사력을 무력화하기 위해서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10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팔레스타인 측 사망자는 최소 900명, 이스라엘 사망자 수는 1200명을 넘어서며 양측 사망자를 합치면 2100명이 넘는다. 여기에 이스라엘군이 발견한 하마스 조직원들의 시신 1500구까지 합치면 총사망자 수는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지상군 투입을 예고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가자지구를 둘러싼 철책 인근에서 군인들에게 연설하며 "하마스는 현상의 변화를 원했고 변화는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가자지구에 있던 것들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스라엘은 2005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방위군(IDF)이 철수한 이후 하마스의 위협을 제거하는 방향이 아닌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2006년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며 가자지구를 통치하자, 이스라엘은 이듬해부터 장벽을 세워 가자지구를 봉쇄했다.

가자지구 내 주민들은 지하 터널을 통해 식량, 연료, 의약품, 기계 등을 조달했으나, 이스라엘 측에서는 하마스가 이 터널을 통해 무기를 들여온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스라엘은 자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 한 가자지구에 대해 전면전을 감수하지는 않아 왔다. 아울러 이스라엘은 위험 관리 차원에서 수천 명의 가자지구 주민들이 이스라엘 땅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취업 허가를 발급하며 유화책을 제공하기도 했다.

2021년 5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충돌이 있었음에도 이스라엘은 취업 허가를 받은 팔레스타인 주민 수를 꾸준히 늘렸고, 올해 이스라엘에서 일하는 팔레스타인인 숫자는 2만 명까지 늘어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은 이란의 지원을 받고 공개적으로 이스라엘을 파괴하겠다고 하는 하마스를 제거하려는 열망과 하마스를 제거하려면 오랜 전쟁이 필요하고 잠재적으로 많은 생명이 희생될 수 있다는 현실 사이에서 오랫동안 갇혀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싱크탱크 민주주의 연구소의 요하난 플레스너 소장은 이러한 이스라엘의 정책을 두고 "안보를 희생한 이념이었다"고 평가했다.

10일 (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인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대응한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가자 항의 보트서 연기가 솟아 오르고 있다. 2023.10.11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이처럼 이스라엘이 지금까지 가자지구 점령이나 하마스 축출에 나서지 않은 건 장기적인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평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 지상군 투입이라는 초강수를 두더라도 가자지구 점령까진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이스라엘 보안 기관은 오랫동안 하마스의 목을 자르려면 일회성 단기 군사 작전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며, 광범위한 캠페인이 이스라엘 당국에 많은 어려움을 안겨줄 것이라고 오랫동안 믿어 왔다"고 전했다.

이어 "하마스의 최근 공격으로 이스라엘 내에서 상대적으로 진보적이고 평화를 추구하는 이들도 관점이 변했다. 이스라엘은 딜레마에 빠졌다"며 "지상군이 없으면 하마스를 막을 수는 없지만, 지상군을 투입한다는 것은 분쟁 후 팔레스타인을 책임지기 위해 막대한 돈을 쓸 뿐만 아니라 양측 모두 필연적으로 많은 인명을 잃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투입되더라도 하마스를 완전히 없앤 뒤 가자지구를 장악하기 위해서는 하마스가 무기를 제조하지 못하도록 군대가 가자지구에 계속 남아 있어야 한다. 하마스는 현재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금속 배관이나 비료, 상업용 폭발물을 바탕으로 로켓을 개조하고 제작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번 공격의 목적도 일단 하마스를 무력화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첨단 방공 시스템인 '아이언돔'을 뚫고 기습하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전문가들은 하마스의 미사일 등 전력을 정확히 추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하임 레게브 유럽연합(EU)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포린폴리시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의도는 가자지구를 점령하기보다는 단순히 하마스의 능력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가자지구에 거주하는 정치분석가 음카이마르 아부 사다 역시 WSJ에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진정으로 뿌리 뽑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20년 동안 머물렀지만 탈레반은 끝나지 않았고, 전 세계가 이슬람국가(IS)에 맞서 싸웠지만 그들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말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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