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개편에 '물 만난' 강남 학원가…긴급 입시설명회 잇따라
"대입제도 수시로 바꾸는 교육당국이 가장 큰 문제"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문·이과 구분을 없애고 내신 평가를 기존 9등급에서 5등급으로 바꾼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이 발표되자 강남 학원가가 '물 만난 물고기'처럼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유명 학원마다 긴급 입시설명회를 개최하면서 학부모들의 '불안 마케팅'을 이용한 사교육 조장에 나서고 있다. 학부모들은 "불안한데 어떡하냐"며 입시설명회에 몰려들면서 대입 개편 대비에 경황이 없는 모습이다.
일부에서는 자꾸만 입시제도를 바꾸는 교육 당국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강남 학원가 "장사철 만났다"…긴급 입시설명회 '열풍'
11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날 대치동 D학원을 시작으로 강남의 유명 입시학원들이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에 어떻게 대비할지 강의하는 내용의 긴급 입시설명회를 잇달아 개최할 예정이다.
이날 오전 '2028 입시 긴급설명회'를 개최한 D학원은 '핵폭탄급의 2028 대입제도 개편 시안 발표,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하고 대응하라!'는 모토를 내걸었다.
이날 오전 1차 긴급설명회에 이어 주말인 15일 2차 설명회를 개최하는 이 학원은 '내신, 더 중요해지다', '수능, 선택의 유불리가 사라지다',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등 3개 주제로 나눠 강의를 했다.
이 학원의 긴급 입시설명회 개최 소식은 전날 강남과 목동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갔고, 학원에 참가 신청이 쇄도했다.
이날 아침 일찍부터 이 학원 주변의 스타벅스 등 커피숍은 설명회에 참여하려는 학부모들로 만원을 이루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목동의 한 중학교 2학년생 학부모는 "우리 애부터 적용되는 입시 제도인데, 어제 기사를 봐도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며 "오늘 입시설명회에서 얘기를 들어봐야 우리 애도 대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전부터 시작된 설명회는 문을 열자마자 200여명의 학부모가 강의실을 5분 만에 꽉 채웠다. 자리가 없어 뒤편에 서 있는 학부모도 수십명이었다.
강사들은 "2028 대입 개편안은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 "입시제도가 바뀌니 전략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며 설명에 열을 올렸다.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안은 올해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치르는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적용된다. 이날 D학원의 긴급 입시설명회도 중2·중1·초등학교 학부모를 대상으로 했다.
아울러 아래층에서는 제도가 바뀌기 전 마지막 세대인 중3 학부모를 위한 설명회도 동시에 열렸다.
D학원을 시작으로 유명 학원들은 주말까지 집중적으로 긴급 입시설명회를 개최하면서 2028 대입 제도에 대비한 입시 전략을 강의한다.
오는 겨울에는 매년 겨울방학에 다음 학년 교과과정을 선행 학습하는 '윈터스쿨'이 더욱 성황을 이룰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통상 윈터스쿨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중3 학생들이 많이 수강하는데, 2028 대입 개편으로 새 입시제도를 적용받는 중2 학생들도 대거 몰릴 것이라는 얘기다.
"왜 이렇게 자주 바꾸나" 불안한 학부모들, 교육당국에 '분통'
교육당국은 고교 내신 평가를 개편해 과잉 경쟁을 해소하고, 선택과목의 유불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28 대입 개편 시안을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자녀들의 진학 준비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학부모 입장에서 교육당국의 잦은 입시제도 변경은 분통을 터뜨리게 한다.
중3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중2 학생들이야 새 입시제도에 맞춰 지금부터 준비하면 되지만, 우리 아이는 만약 입시에 실패해 재수하게 되면 정말이지 대책이 없다"며 "무엇 때문에 이렇게 입시제도를 자주 바꾸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대입 제도를 개편할 때마다 사교육비 경감을 내세우지만, 정작 입시제도의 잦은 개편이 사교육 시장을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남의 한 스타 강사가 "우리가 이렇게 돈을 잘 버는 것은 모두 교육부 덕분이다. 교육부가 자주 입시제도를 바꿔주니 불안한 학부모들은 우리한테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다.
이번 대입 개편도 사교육 시장을 키울 요인은 충분하다고 입시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새 대입 개편안에 따르면 2028학년도부터는 문·이과를 불문하고 수능 탐구영역에서 통합사회, 통합과학을 모두 치러야 한다.
이 경우 문과 지망생은 과학탐구 영역까지 공부해야 하고, 이과 지망생도 사회탐구 영역까지 공부해야 해 사교육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구나 과학 등 탐구영역의 선택과목이 없어져 모든 수험생이 공통과목에 응시하게 된다.
이에 입시업계는 과학탐구와 사회탐구보다 학습량이 많고 성적을 올리는 데 시간이 걸리는 수학과 국어에서 변별력이 생길 것으로 전망한다. 결국, '승부'는 수학과 국어에서 판가름 나기 때문에 이 과목에는 더욱 많은 학생이 몰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내신 평가가 기존 9등급에서 5등급으로 바뀌고, 과학 등의 수능 선택과목이 없어진 탓에 대학들이 학생 선발의 변별력을 위해 '수능·내신·대학 자체 평가' 등을 모두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입시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내신이나 수능 중 하나에 초점을 맞춰 준비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내신과 수능을 동시에 준비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며 "대학별로 변별력 강화를 위해 고사 등을 도입하면 그것까지 준비해야 하는 '삼중고'를 겪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sf@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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