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30일' 강하늘 "나의 최고 전성기는 지금 이 순간"

모신정 기자 2023. 10. 11.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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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30일'서 이혼 앞둔 변호사 정열 역 맡아
“시나리오의 경계 안에서 연기하는 것이 배우로서 제1 원칙”
배우 강하늘 /사진=티에이치컴퍼니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배우 강하늘이 코미디와 로맨스가 결합된 신작 '30일'로 가을 관객을 찾았다. '30일'은 지적인 매력과 얼굴마저 잘 생긴 변호사 정열(강하늘)과 미모와 재력을 겸비한 영화 PD 나라(정소민)이 서로에게 반해 결혼에 골인하지만 결국 서로의 찌질함과 광기에 못견뎌 이혼을 결심하고 이혼 법정에까지 선 찰나 함께 교통사고를 당해 동반기억상실증에 걸리며 벌어지는 좌충우돌 상황을 그린 영화.

전작 '위대한 소원'과 '기방도령'에서 출중한 코미디감을 선보였던 남대중 감독이 연출한 '30일'은 추석 연휴 직전 개봉한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설경의 비밀'과 '1947 보스톤', '거미집'이라는 대작 경쟁작들을 제치고 개봉 첫날인 3일 17만1937명의 관객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30일' 흥행의 1등 공신 강하늘을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한국이 만났다. 강하늘은 '30일'의 출연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저는 작품을 고를 때 무조건 대본만 본다. 앉은 자리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에 읽혔다면 그 작품을 택하는 편이다. 이번에 조민수 선배님도 '작품을 선택할 때 감독님도 체크하고 이전 작품 혹은 스타일, 같이 일하는 스태프들도 꼼꼼히 알아보고 해야 네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다'고 조언을 해주셨다. 100% 맞는 말씀이고 좋은 말씀이다. 하지만 저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이야기다. 저는 일단 대본만 본다. 무조건 대본만 본다. 해당 감독님의 사전 작품 같은 건 신경쓰지 않는다. 이 대본이 재미있으면 하게 된다. 그것 하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배우 강하늘 /사진=티에이치컴퍼니

강하늘이 연기한 정열은 지적인데다 잘생긴 외모, 변호사라는 직업까지 가진 겉으로 보기엔 완벽남에 가까운 인물이다. 어려운 역경을 이겨내고 나라와의 결혼에 성공하지만 사소한 생활습관, 가치관 차이로 인해 이혼의 위기를 맞이하게 되고 갑작스럽게 교통사고를 당한 두 사람은 동시에 기억상실증에 걸리는 기상천외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눈만 뜨면 서로를 헐뜯고 놀려대기 바빴던 두 사람이 동반 기억상실증에 걸린 후 다시 서로에게 로맨틱한 감정을 느끼게 되면서 벌이는 연애의 밀당이 영화의 주된 핵심 포인트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결혼에 대해 특별히 다른 관점을 가지게 되었다거나 더 깊이 고민해보게 됐다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다만 주위 결혼한 친구들의 다양한 모습들이 떠올랐어요. 제 주위 친구들은 대부분 결혼을 했는데 여전히 알콩달콩 행복한 친구들도 있고 반대로 부부 싸움을 한 것에 대한 상담을 해오는 친구들도 있죠. 이번 작품을 하면서 든 생각은 '만날 사람은 어떻게든 만나게 되어있다'는 점이었어요. 하지만 저라면 한번 헤어졌던 연인과 다시 사귀지는 못할 것 같아요. 만약 동반 기억상실증에 빠진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죠."(웃음)

배우 강하늘 /사진=티에이치컴퍼니

강하늘은 초창기 드라마 '상속자들'(2013)이나 '미생'(2014),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2016)에서 집안 좋은 엄친아나 대기업 사원, 왕자 등의 캐릭터를 맡아 도회적 이미지 혹은 기품 넘치는 모습들을 훌륭히 소화해냈다. 청년의 순수함과 열정을 펼쳐 보인 영화 '동주'(2016), '청년경찰'(2017) 등은 여전히 수많은 팬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다. KBS 2TV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2019)을 통해 대중들의 폭넓은 사랑과 동시에 KBS 연기대상 최우수상,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 2020 APAN AWARDS 미니시리즈 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2007년 드라마 '최강! 울엄마'로 데뷔해 어느새 배우 17년차가 된 지금 그의 연기관은 어떻게 바뀌어 왔을까.

"카메라의 렌즈사이즈와 각도, 조명 등에 대해 예전보다 많이 알고 있다는 걸 깨달을 때 '제 연기 경험이 쌓여가고 있구나' 깨닫게 되요. 17년이 넘는 시간동안 연기하며 성장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 오로지 제 힘만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정말 운이 잘 닿았다고 할까요. 앞으로도 그 운이 계속 닿을지 어떨지는 알 수 없는 일이고요. 다만 이것 하나는 분명합니다. '제가 지금 찍고 있는 작품의 한 장면에 최선을 다하자'는 다짐을 늘 해요. 미래의 어떤 모습을 바란다거나 특별한 이상향을 그리고 있지 않아요. '오늘 찍어야 할 것에 충실하자'는 마음이 점점 더 확고해져 갑니다."

배우 강하늘 /사진=티에이치컴퍼니

전작 '스물', '청년경찰', '동백꽃 필 무렵' 등을 통해 발군의 코미디 감각을 드러냈고 '30일'에서 찌질함이 넘치는 너드남 캐릭터로 가을 관객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강하늘은 배우로서 자신이 지닌 원칙을 묻는 질문에는 웃음기를 거두고 번득이는 냉철한 답변을 내놨다. 그는 "매작품에 임할 때 저 스스로 마인드컨트롤을 하는 부분이 있다. 배우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이라고 본다. 재미있게 만들어진 스토리를 목소리와 행동으로 맛있게 전달하는 것이 배우의 몫이다. 시나리오를 앞서 가려거나 넘어서려고 하면 제 스스로에게 브레이크가 걸리더라. 현장에서 촬영할 때 작품 너머로 안나서려 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대본을 가장 재미있게 들려드리려 한다"고 말했다.

전성기를 묻는 질문에 꽤 흥미로운 답이 돌아왔다. 스스로에게 거는 주문 혹은 다짐이 그를 한발씩 앞으로 딛게 하는 원동력으로 보였다.

"어릴 때부터 항상 현재가 최고점이라 믿고 살아왔어요. '지금이 내 최고점이다' '바로 이전 작품이 최고점이다'라고 생각해왔죠. 데뷔 초기 영화 '평양성'이나 드라마 '최강 울엄마', 연극 공연을 할 때도 저 스스로 최고점에 있다고 믿어왔어요. 어찌 보면 제가 스스로를 속인다고 보실 수도 있는데 상관없어요. 저는 언제나 최고점에 있었다고 믿고 있어요. 만약 먼 미래에 작품에서 아무도 나를 찾지 않아서 다른 일을 해야만 할 때도 최고점일 거예요. 뭔가 분명히 다른 살 길을 찾아내서 살고 있을 것 같아요. 그 때도 스스로 최고점이라 여기고 있을 거예요."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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