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뛰다 갑니다" 아자르, 천재의 은퇴 소감…첼시+레알 모두 레전드에게 행운을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프리미어리그 황제에서 역사상 최악의 먹튀로 전락한 에당 아자르(32)가 축구화를 벗었다.
아자르는 지난 1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아자르는 "적절한 시기에 멈춰야 할 것 같다"라고 담백하게 결정을 발표했다.
그는 "16년 동안 축구 선수로 뛰면서 700경기 이상 출전했다. 이제 프로 선수의 길을 접기로 했다. 그동안 내 꿈을 이뤘고, 전 세계 많은 경기장을 누비면서 즐겁게 뛰었다"며 "훌륭한 감독, 코치, 동료들을 만날 수 있어 행운이었다. 좋은 시간을 함께한 모든 분께 감사를 드린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아자르는 2007년 프랑스 리그앙 릴에서 프로 선수로 출발했다. 시작부터 벨기에는 물론 유럽 축구를 지배할 재능을 마음껏 뽐냈다. 스피드, 드리블, 결정력 모두 갖춘 아자르에게 프랑스 무대는 좁았다. 이미 아자르는 2010-11시즌과 2011-12시즌 연거푸 리그앙 최고의 선수로 빅리그가 눈여겨보는 자원이 됐다.
아자르는 팀을 우승시킬 수 있는 키플레이어였다. 릴에서도 2010-11시즌 파리 생제르맹을 이겨내며 리그앙 정상으로 이끌었다. 개인의 힘으로 우승시키는 자원이 필요했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가 아자르를 품었다.
첼시는 2012년 아자르에게 3,300만 유로(약 469억 원)를 지불해 영입을 완료했다. 아자르는 프리미어리그를 서서히 지배해 나갔다. 첼시 데뷔 시즌부터 13골 13도움으로 10-10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아자르를 중심으로 전술이 펼쳐지면서 더욱 만개한 기량을 과시했다. 아자르는 스스로 상대 수비를 부술 줄 알면서 동료에게 도움도 주는 만능 플레이어로 자리잡았다.
첼시를 통해 프리미어리그 왕에 등극했다. 첼시에서 7년을 뛰면서 352경기에서 110골 92도움을 올렸다. 우승컵을 안기는 에이스답게 첼시에 2014-15시즌, 2016-17시즌 두 차례 정상 등극의 맛을 보여줬다. 유럽대항전에서는 2012-13시즌과 2018-19시즌 두 차례나 유로파리그 우승을 안겨 첼시에서 사실상 모든 걸 이뤄냈다.
아자르는 첼시에서 성공적인 삶을 보내면서도 도전을 택했다. 첼시와 계약 만료를 1년 남겨두고 레알 마드리드로 향했다. 2019년 당시 레알 마드리드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유벤투스로 떠나고 간판이 사라졌을 때다. 기대했던 가레스 베일은 부상과 불성실함으로 에이스 지위를 내려놓은 상황이었다. 호날두의 그림자를 지워낼 카드로 같은 위치에서 에이스 역할을 할 아자르를 낙점한 레알 마드리드는 상당한 투자를 결정했다.
사실 아자르는 첼시와 계약을 1년밖에 남겨두지 않아 이적료가 크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레알 마드리드는 아자르에게 기대하는 바를 보여주듯이 1억 유로(약 1,421억 원)의 이적료를 첼시에 건넸다. 아자르에게도 연간 3,000만 유로(약 426억 원)의 연봉을 약속했고, 포스트 호날두가 되어달라는 의미로 등번호 7번까지 배정했다.
아자르는 레알 마드리드에 입성하고 빛을 잃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뛴 4년 동안 프리메라리가 우승 2회, 코파 델 레이 우승 2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 UEFA 슈퍼컵 우승 1회,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우승 1회 등 빛나는 업적이 따라왔지만 정작 아자르가 참여한 비중은 없었다. 그저 레알 마드리드 일원으로 지켜본 우승이었다.
아자르는 7번 등번호가 무색하게 벤치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자기 관리 실패에 따른 잦은 부상으로 전력외가 됐다. 레알 마드리드가 챔피언스리그를 우승한 2021-22시즌 아자르는 13경기 중 고작 3경기만 뛰었다. 그것도 84분에 불과했다. 사실상 아자르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보내며 얻은 영광에 발만 담궈왔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아자르의 기록은 매우 열악하다. 스페인 언론 '아스'에 따르면 2019-20시즌 22경기 1,545분 1골, 2020-21시즌 21경기 896분 4골, 2021-22시즌 23경기 926분 1골, 2022-23시즌 10경기 424분 1골. 총 4시즌 동안 76경기 7골만 기록했다.
아자르도 현실을 파악한 듯 지난 여름 레알 마드리드와 결별했다. 계약 기간은 아직 남았지만 합의 하에 남남이 됐다. 아자르는 약 4개월 동안 미국메이저리그사커(MLS), 사우디아라비아 등 변방의 러브콜을 받았다. 유럽의 클럽들도 아자르가 더 이상 경쟁력을 보여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아자르도 고민 끝에 은퇴를 택했다.
아자르가 뛰려면 더 뛸 수 있었겠으나 "잘 뛰다 간다"는 그의 은퇴 발언처럼 미련 없이 축구화를 벗기로 했다. 아자르의 조금은 이른 은퇴 선언에 그가 거쳐간 소속팀들은 하나같이 고마움을 표했다.
릴은 "아자르는 우리에게 최고의 선수였다. 정말 고마웠다"라고 성명서를 발표했고, 가장 화려하게 빛났던 첼시도 "아자르는 월드클래스다. 우리의 역대 최고 선수 중 하나였다. 우리의 마음에 영원히 기억될 추억을 안겼다. 행복한 은퇴 생활을 보내길 바란다"라고 진심을 다했다.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해 마음이 쓰릴 레알 마드리드도 "아자르는 2019년에 우리에게 왔고 4년을 뛰었다. 우승도 8번이나 했다"며 "그에게 감사하고 애정을 보냈다. 은퇴 후 새로운 삶을 응원한다"고 고별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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