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미국 통화정책과 한국 증시의 향방

2023. 10. 1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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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이 지난달 20일 워싱턴DC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

전 세계 금융시장은 하나로 엮여 있다. 한 지역에서 발생한 뉴스는 즉각적으로 다른 지역에 영향을 미친다. 국제적으로 이동하는 자금에 의한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심리를 통해 즉각적으로 효과가 파급되기도 한다. 이렇게 자금과 정보가 시장을 쉽게 넘나들기 때문에 전 세계 금융시장은 대체로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학자들은 이를 ‘글로벌 금융사이클’이라고 한다. 팬데믹이 터지면서 각국 증시가 동시에 급락한 후 다시 빠르게 회복했고 이후 다시 하락하는 양상은 대부분의 시장에서 비슷하게 전개됐다.

다른 나라가 서로 영향을 미치지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미국 경제 여건이다. 그리고 미국 경제 여건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미국 통화정책이다. 따라서 글로벌 금융사이클을 좌지우지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미국 통화정책의 방향이다. 당연히 우리 증시도 미국 통화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만약 미국 통화정책이 많은 사람이 기대하는 것처럼 완화 기조로 방향을 선회한다면 우리 증시에도 훈풍이 불 것이다.

현재 미국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상당히 크다. 미국 통화정책의 핵심은 연방기금금리의 결정이다. 12인으로 구성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물가안정과 고용 극대화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고려해서 그 수준을 정한다. 올해 마지막 회의는 10월 31일~11월 1일로 잡혀 있는데 지금까지 발표된 지표들로는 정책 방향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물가안정 목표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의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 2%가 목표다. 동 지수는 2022년 3월 8%를 상회하면서 정점을 찍었으나 이때부터 미국이 정책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한 데 힘입어 올해 6월 3.2%까지 낮아지면서 통화정책 기조 변화의 기대를 키웠다.

그러나 7월과 8월 PCE지수 상승률이 다시 각각 3.4%와 3.5%로 조금씩 높아지면서 긴축통화정책 예상이 강화됐다. 그러나 미 연준이 통화정책 결정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는 유가와 농산물 가격 등을 제외한 근원PCE지수 상승률은 전월보다 더 낮은 3.9%로, 2021년 9월 이후 최초로 4%를 하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시장의 우려를 조금은 약화시켰다. 특히 그동안 잘 조절되지 않던 서비스가격이 전월 대비 0.1% 상승에 그치면서 상당히 안정된 것이 통화정책 기조 변화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서비스가격은 임금 및 고용에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미 연준이 통화정책 결정을 위해 주시하는 변수이기 때문이다. 미국 시간 10월 11일 발표될 생산자물가지수(PPI) 및 12일 발표될 소비자물가지수(CPI)도 향후 미국 통화정책을 예측하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여파로 유가가 오른 것도 새로운 변수다. 이는 물가상승 기대를 키워 정책금리 인상 필요성을 강화하는 반면 국채금리 상승과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해 정책금리 인상 필요성을 약화시키는 양면적 영향이 있다.

고용 측면에서는 그동안 긴축통화정책이 지속되면서 작년 하반기부터 시장 상황이 악화되는 추세를 보인다. 실업률이 3%대 중반에서 안정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24개 노동시장지표를 종합해서 작성되는 노동시장상황지수는 하락했다. 이와 함께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불안감도 증가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노동시장 상황의 악화는 통화정책 완화 예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9월 중 비농업 고용이 전월 대비 10.9만명 더 많은 33.6만명 증가한 통계가 최근 발표되면서 국채금리는 상승하고 주가는 하락하는 등 시장은 다시 출렁거렸다.

지난 9월 연방기금금리 동결을 결정한 FOMC 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정책금리가 적정 수준에 도달했는지에 대한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말했었다. 반면 윌리엄스 뉴욕연준 총재는 최근 한 연설에서 정책금리가 목표의 최고 수준 근처에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향후 통화정책 기조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달러스연준의 로건 총재도 최근 국채금리 상승으로 정책금리 인상의 필요성이 줄어들었다고 언급했다. 미국 시간 10월 11일에는 지난 FOMC 회의 의사록이 공개된다. 이것을 보면 당시 물가 및 고용에 관한 내부 판단의 성격, 그리고 FOMC 위원들의 향후 정책전환 필요성에 대한 입장 등을 좀 더 잘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의 차기 회의는 10월 19일로 잡혀 있다. 만약 앞으로 일주일 동안에 발표될 미국의 각종 지표와 정보가 미국의 정책금리 추가 인상을 시사하지 않는다면 금융통화위원회가 독자적으로 추가 금리 인상을 결정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증시도 서서히 방향을 위로 잡아갈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미국에서 긴축정책을 강화할 필요성을 시사하는 정보들이 새롭게 나타난다면 우리나라도 금리를 더는 동결하기 어려울 것이고 그것은 우리 증시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번주는 우리 증시의 향방을 결정하는 중요한 한 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채희율 경기대 경제학부 교수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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