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당국 “X에 떠도는 이-팔전쟁 가짜뉴스 즉각 조치하라” 머스크에 경고
유럽연합 규제당국이 일론 머스크에게 ‘X(옛 트위터)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관련 허위 정보가 확산하고 있는 것에 대해 조치를 취하라’고 엄중 경고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1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티에리 브레통 유럽연합(EU)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머스크에게 서신을 보내 “당신이 소유한 플랫폼이 허위 정보와 불법 콘텐츠를 전파하는 데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럽의)디지털 서비스법은 콘텐츠 규제에 매우 정확한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브레통 집행위원은 이와 함께 X 계정에 서신 전문을 공개했다. 관련 서신에서 그는 머스크에게 X가 “불법 콘텐츠에 대한 성실하고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계속해서 유통되고 있음을 발견했다”고 지적하며 “X의 (콘텐츠 규제) 시스템이 효과적인지 긴급 확인 후 취해진 조치에 대해 향후 24시간 내에 우리에게 보고해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CNBC와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전날 엑스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관련 가짜뉴스를 증폭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 관련 가짜 사진과 동영상이 엑스 상에서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다는 것.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 이후 엑스에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공습하는 가짜 콘텐츠나, 시리아 분쟁 영상을 가자지구에서 촬영한 것처럼 조작한 영상이 올라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병원으로 이송됐다는 가짜 뉴스가 올라오기도 했다.
엑스 측은 이후 해당 콘텐츠가 허위나 오해 소지가 있는 게시물이라고 표기했지만, CNBC는 자체 분석 결과 동일한 동영상과 설명이 적힌 게시물 수십 개가 ‘허위’ 표시 없이 확산됐다고 지적했다.
머스크는 지난 8일 자신의 계정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관련) 좋은 콘텐츠를 갖고 있다”며 계정 두 개를 팔로우하라고 추천했다. 문제는 두 계정 모두 지난 5월 미국 펜타곤에서 폭발이 발생했다는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데 일조한 사용자들이라는 것.
그 중 한 계정은 과거 반유대주의 게시물을 올린 이력이 있으며, 가자지구 조직원을 ‘순교자’로 묘사하기도 했다. 이후 머스크는 “양측 입장을 모두 보도하는 게 공정하지만 최대한 정확한 단어를 사용해 달라”며 해당 계정 추천을 철회했다.
올해 본격 시행된 EU의 디지털 서비스법은 X와 같은 대형 플랫폼에게 유해 콘텐츠의 확산 방지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으로, 이를 위반할 경우 연 수익의 최대 6%를 벌금으로 물어야 할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X가 디지털 서비스법의 첫 위반 사례로 기록될 수도 있게된 것이다.
디지털 서비스법이 시행된 이후 유럽 당국이 이처럼 명시적인 경고를 한 것은 처음이다. 앞서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인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전쟁이 발발된 후, X는 순식간에 가짜뉴스의 온상이됐다. 예컨대 비디오 게임의 영상을 짜집기해 ‘하마스가 이스라엘 헬리콥터를 격추했다’고 주장하거나, 미국 백악관의 문서를 교묘하게 조작해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에 8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와 같은 내용이 확산한 것이다.
머스크는 브레통 집행위원의 게시물에 답글로 “모든 것은 오픈 소스이며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고, EU가 지지하는 방식을 따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브레통 집행위원) 당신이 X에 대해 언급한 위반 사항을 대중 모두가 볼 수 있게 나열해 달라”고도 했다. 그러자 브레통 집행위원은 “당신은 이미 폭력에 대한 가짜뉴스 사례를 잘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며 “당신의 말을 입증하는 것은 당신의 몫”이라고 답변했다.
머스크 인수 전의 트위터는 조작되거나 오해 소지가 있는 정보에 대응하기 위해 상당 자원을 투입했었다.하지만 머스크 인수 후 엑스는 허위 정보나 선거 대응팀 인원을 감축했다. 외부 기사 링크를 게시할 경우 제목을 제외하고 사진만 보이게 한 점도 일반 사진과 구분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회적 영향력이 큰 인물이나 기관에 부여하던 ‘블루 체크’ 계정을 일반인도 유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한 점도 허위 정보 확산에 기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분쟁 관련 유포된 가짜 동영상 일부도 유료 인증 사용자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비영리단체인 네트워크오염연구소의 알렉스 골든버그 수석 정보분석가는 CNBC에 “영어로 된 허위 정보는 우선적으로 처리하지만, 아랍어로 된 정보는 간과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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