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미·이란 대리전?
[앵커]
앞서 보셨듯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이 날로 격화되고 있습니다.
이 전쟁은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국과 하마스를 지원하는 이란의 대리전 양상까지 띄고 있는데요.
지구촌 돋보기에서 허효진 기자와 알아봅니다.
벌써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닷새쨉니다.
배경을 안 짚어볼 수 없겠죠.
[기자]
이번 전쟁이 시작된 가자지구는 '창살 없는 감옥'이라고 불립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지난 2007년부터 16년 동안 이 곳을 장악해 왔는데요.
이스라엘은 그동안 이 곳을 장벽으로 둘러 봉쇄하고 물자 이동도 제한해 왔습니다.
하마스는 유대교 안식일인 현지시간 지난 7일 새벽,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포 5,000발을 쏘며 기습 공격을 감행했는데요.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탄압을 멈추라는 게 하마스가 내세우는 명분입니다.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해 말 재집권 과정에서 팔레스타인을 배척하는 이스라엘 극우파와 손잡았는데요.
네타냐후 총리가 팔레스타인 서안지구를 이스라엘에 합병시키겠다고 밝힌 것이 하마스를 자극했습니다.
[앵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 충돌인데 하마스 공격 배후로 이란이 지목되고 있어요.
이건 왜죠?
[기자]
이란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지역 안보를 위협한다며 그간 하마스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왔는데요.
그래서 이번에도 이란이 도움을 줬다는 외신 보도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란이 지난 2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하마스의 대규모 공격 작전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는데요.
미국 정부는 이란이 직접적으로 개입한 증거는 찾지 못했다면서도 날을 세웠습니다.
[안토니 블링컨/미국 국무장관 : "정상화를 반대하는 게 누구겠습니까? 하마스, 헤즈볼라, 이란입니다. 이스라엘과 사우디 간 관계 개선을 방해하기 위해 공격에 나섰다고 해도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 정상화 움직임을 하마스 공격 배경으로 보고 있는 겁니다.
미국 중재로 이스라엘이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까지 손을 잡게 되면 중동 내 이란의 입지가 줄어들겠죠.
이란은 일단 이번 하마스 공격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앵커]
이렇게 되면 이스라엘과 사우디 관계 정상화를 자신의 외교 성과로 내세우려던 바이든에게도 낭패가 아닐 수 없겠네요.
[기자]
내년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은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 회복에 공을 들여왔는데요.
오랜 숙적이던 이스라엘과 사우디를 화해시키면 역내 안전도 확보하고 이 지역에 영향력을 넓히려는 중국을 견제할 수 있을 거라는 구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전쟁으로 급제동이 걸린 셈입니다.
여기에 이란 배후설까지 나오면서 미국 내에서도 공격의 빌미가 되고 있는데요.
대번에 공화당 대선 유력 후보인 트럼프의 비판이 나왔습니다.
최근 이란에 억류된 미국인 5명의 석방 대가로 동결 자금을 보낸 것을 이번 전쟁과 연결시킨 겁니다.
[도널드 트럼프/전 미국 대통령 : "우리는 60억 달러(80조 원)를 (이란에) 풀어줬습니다. 엄청난 재앙이죠. (이란이) 축적된 엄청난 자금 일부를 가지고 공격에 사용했다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닙니다."]
바이든 정부는 "완전한 거짓말"이라고 반박했지만 이번 전쟁이 바이든 외교 성적표에도 큰 흠집이 된 건 틀림없어 보입니다.
[앵커]
이스라엘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정치적으로 기회가 될수도 있다고요?
[기자]
이스라엘은 즉각적으로 하마스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보복 공습에 돌입했는데요.
수많은 피해에도 불구하고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는 이번 전쟁이 오히려 정치적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그간 이스라엘은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부 권한 축소 등을 놓고 지지율 하락, 야권 반발, 대규모 시위로 몸살을 앓아왔는데요.
하마스의 공격으로 내부가 결집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네타냐후가 그의 적과 정부를 구성한다면 이스라엘의 안보와 국제적 위상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자랑하던 저고도 방공망 '아이언 돔'이 이번 공격에 무참히 뚫렸고, 첩보력에도 한계를 드러내 네타냐후가 이번 전쟁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앵커]
극한으로 치닫는 이번 전쟁이 5번째 중동 전쟁으로 확산할 가능성은 얼마나 되나요?
[기자]
전문가들 사이에선 중동 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란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고요.
이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공격 전선에 합류했는데요.
이를 제외한 나머지 중동 나라들은 민간인 피해는 없어야 한다며 한 발자국 떨어져있는 모양새입니다.
이스라엘를 지지하는 미국은 우선 무기 지원에 나섰는데요.
앞서 설명드렸듯이 바이든의 중동 평화 전략을 위해 중동 전쟁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는 데 외교력을 투입할 거란 전망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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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효진 기자 (h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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