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원짜리 시계차고 다닌 ‘면세점 대부’…10조 기부하고 떠났다
명품 팔아 억만장자 됐지만
최근까지 소형아파트서 지내
노후자금과 일부 유산 남기고
10조 8000억원 재산 모두 기부
빌게이츠·워렌버핏 “나의 롤모델”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거부이던 피니는 노후 생활을 위해 단 200만달러(약 27억원)와 5명 자녀에게 남긴 일부 유산을 빼고 모두 기부했다. 사망하기 전에도 수 년간 샌프란시스코의 방 두 칸짜리 소형 아파트를 임대해 부인과 함께 노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1931년 미국 뉴저지주에서 태어난 피니는 어릴 때 골프장에서 캐디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공군에 자원 입대했고 전역한 뒤에는 전역자에게 주어지는 장학금을 받아 코넬대에 입학했다. 1956년 미국 코넬대를 졸업한 이후 1960년 면세점 사업에 뛰어들었고 여행·관광 산업이 커지면서 사업은 번창했다.
피니는 1982년 자선재단 ‘애틀랜틱 필랜스로피’를 설립하고 대학·병원·미술관 등에 본격적으로 기부를 하기 시작했다. 재산을 기부할 때는 자신의 이름이 드러나지 않도록 익명이나 가명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즈는 80억달러 규모의 재산을 생전에 전부 기부한 것은 기부가 잦은 미국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기부왕’으로 유명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도 피니를 ‘롤모델’로 꼽았다. 피니가 설립한 면세점 DFS는 공항 등에서 명품을 팔며 성장했지만 정작 그는 15달러(약 2만원)짜리 손목시계를 착용했다. 부의 상징인 호화 요트를 구입하지 않았고 출장을 갈 때도 이코노미석을 이용하는 등 일평생 검소한 생활을 고수해왔다.
피니에게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가 넘는 기부금을 받은 코넬대는 2012년 그에게 ‘업계의 아이콘’이라는 상을 수여했다. 당시 코넬대는 저렴한 시계를 차는 것으로 잘 알려진 피니에게 일부러 13달러(약 1만7000원)짜리 카시오 시계를 선물했다. 이에 피니는 “이베이에 팔 수 있는 물건을 선물해줘 감사하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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