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령 스카이다이버` 오른 104세 美 할머니, 8일 만에 영면

세계 최고령 스카이다이버, 도로시 호프너 할머니. [AP=연합뉴스]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며 지난 주 '세계 최고령 스카이다이버'에 등극한 미국 시카고의 104세 할머니가 영면에 들었다.

그는 '푸른 창공에서 지상으로 자유 낙하하는 기분'을 한 번 더 만끽해보고 싶어 했던 꿈을 지난 1일 성공적으로 마친 뒤 기네스협회 공식 인증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10일(현지시간) 시카고 트리뷴에 따르면 지난 주 시카고 인근 오타와의 '스카이다이브 시카고 공항'에서 스카이다이빙 세계 최고령 신기록을 세워 전 세계적인 관심을 모은 도로시 호프너 할머니가 전날 수면 중에 평화롭게 영면에 들었다.

평생 독신으로 산 호프너 할머니의 '의붓 손자' 조 코넌트는 "할머니는 지칠 줄 몰랐다. 낮잠을 자거나 계획을 취소하는 일도 없었다"며 그의 사망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할머니는 주변 사람들에게 먼저 말을 거는 따뜻한 분, 나이 들어서도 항상 재치가 넘치는 분, 모든 일에 열정적인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호프너 할머니는 지난 1일 생애 두 번째 스카이다이브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당시 할머니는 소형 항공기를 타고 1만3500피트(약 4115m) 상공으로 올라가서 전문가와 함께 창공으로 뛰어내린 지 약 7분 만에 지상에 안착했다.

100세 때 처음으로 스카이다이브에 도전했었다는 할머니는 "당시에는 전문가에게 떠밀려 점프한 게 못내 아쉬웠다"며 이번에는 주도적인 점프를 감행했다.

할머니는 점프수트도 입지 않은 사복 차림에 귀마개도 없이 고글만 낀 상태였다. 자신감 넘치는 표정, 미소 띤 얼굴로 낙하하며 그는 전 세계인에게 영감을 주고 '불굴의 도전정신'을 보여주었다고 트리뷴은 전했다.

착지에 성공한 할머니는 보행보조기에 의지해 응원해준 사람들 앞으로 걸어가서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해요. 꿈을 이루기에 너무 늦은 나이란 없어요. 모두 알고 있죠?"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호프너 할머니는 세계 신기록 수립 이후 미국 주요 매체 뿐 아니라 전 세계의 다양한 매체에서 '화제의 뉴스'로 다뤄졌고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코넌트는 "하루 평균 5건의 인터뷰 요청이 있었다. 독일의 한 잡지사는 취재기자와 사진기자를 시카고까지 보내 9일 저녁 할머니와 저녁 식사를 같이 하며 인터뷰할 예정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호프너 할머니는 "'하늘에서부터 평화롭게 낙하하는 체험'을 한 번 더 해보고 싶었다. 세계 신기록 수립에는 별 관심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할머니는 다음 목표로 열기구에 첫 도전 해보고 싶다고 밝혔으나 그 꿈은 끝내 미완으로 남게 됐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