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을 못 믿지' 시장과 '업무에 손 놓은' 직원들
전남 나주시가 민선 8기 윤병태 시장 취임 이후 채용 중인 임기제 공무원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10일 나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윤 시장 취임 후 지난 달까지 채용된 임기제 공무원은 모두 92명이다. 현재 근무 중인 임기제 공무원 93명 중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윤 시장 결재로 채용된 셈이다.
지난 달 말 현재 나주시 공무원 수는 1195명이다. 나주시 인구 11만 7072명이니 공무원 1명당 주민수는 98.1명이다. 광양시 등 전남도내 다른 4개 시와 비교해 공무원 숫자가 많다. 거주 인구가 많은 다른 도시들이 꼭 인구에 정수비례해 공무원 숫자를 늘릴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도 나주시 공무원 숫자는 '여유' 있는 편에 속한다. 해당 지자체를 취재해 자료를 모은 아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임기제 공무원 숫자도 나주시가 압도적으로 많다.
전남도를 벗어나 경북 영주시와 비교해도 임기제 공무원 숫자는 많다. 영주시는 지난 3월 말 기준 인구수 10만 1838명이다. 지난해 연말 기준 공무원수는 1141명. 나주시와 인구나 공무원수가 비슷하다. 그러나 영주시가 밝힌 현재 근무중인 임기제 공무원은 모두 10명 뿐이다.
임기제 공무원은 전문지식·기술이 요구되거나 임용관리에 특수성이 요구되는 업무를 위해 채용하는 경력직 공무원이다. 일반 임기제·전문임기제·시간제선택제임기제 ·한시 임기제 등으로 나뉜다.
결국 공무원 숫자가 부족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나주시가 임기제 공무원을 많이 채용하는 것은 전문성이나 특수성 때문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도 쉽게 수긍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나주시 미디어 담당관은 대학 전공(신문방송학)이나 사기업체 홍보팀 업무 경력 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는 지난 지방선거 당시 윤병태 후보 수행비서를 한 것이 더 큰 채용 이유아니냐는 의심을 받는다. 정책팀장의 전문성은 더욱 모호하다. 사기업체 근무 경력은 확인되지만 어떤 일을 했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 정책팀장 역시 윤 시장 선거 캠프에서 선관위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그나마 지방지 기자 출신으로 광주시 대변인실, 강진군 기획홍보실 근무 경험이 있는 홍보팀장은 최근 전문성과 거리가 있는 일처리로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8일 열린 모 케이블방송사의 마라톤 대회를 나주시가 후원한다는 이유로 나주시 대회처럼 시정홍보자료를 작성해 배포했기 때문이다.
임기제 공무원이 근무태도로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열린 나주시 의회에서 한형철 의원은 시정 질의를 통해 나주시공익활동지원센터 A 팀장의 불성실한 근무 행태에 대해 질타했다.
한 의원은" A팀장는 오전 9시 출근 후 11시쯤 출타한 뒤 복귀시간 확인이 안 됐다"며 "채용된 후 45일 동안 2시간만 근무하는 행태에 대해 나주시가 철처히 감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주시 임기제 직원의 인건비는 연간 최저 4000만원에서 최고 5700만원에 이른다. 기본수당을 모두 포함한 일반직 공무원 연봉으로 보면 대략 7년차인 8급 6호봉 연봉(3990여만원)에서 15년차인 7급 13호봉(5660여만원)에 해당한다. 이것저것 다 합쳐 연봉 3160여만원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일반직 공무원들 입장에서 어느 날 갑자기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임기제 공무원이 곱게 보이기 힘든 상황이다. 원래 취지대로 전문성이나 특수성을 갖고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그렇지 않다면 일 잘하는 공무원들의 사기를 꺾기 십상이다.
실제 나주시 다수 공무원들은 "시장이 직원을 믿지 못해 임기제 채용을 남발하고 있다. 남은 임기 동안 더 많은 임기제를 채용해 그들과 시정을 이끌면 된다"며 "읍면동으로 전보를 요구하는 본청 직원들이 상당히 많다. 직원들을 믿지 못하는 시장은 성공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복수 나주시 자치행정국장은"행정조직 내 전문성을 담보키 위해 임기제 공무원들을 채용했다"며 "민선 7기 보다 다소 많은 임기제 채용을 했으며, 임기제와 업무 중복 등으로 직원들의 불만의 소리를 듣고 있다. 더 세심히 살펴 채용에 신중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나주(전남)=나요안 기자 lima6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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