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체가 카펫처럼...” 美서 하룻밤 새 철새 1000마리 폐사, 무슨 일

박선민 기자 2023. 10. 11.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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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밤부터 5일 새벽 사이 미시간호변의 유명 무역전시관 ‘맥코믹플레이스’ 레이크사이드에서 센터 주변에서 발견된 철새 사체들. /AP 연합뉴스

미국 시카고에서 하룻밤 사이 약 1000마리의 철새가 집단 폐사하는 일이 벌어졌다. 철새들이 무리 지어 서식지를 이동하던 중 불이 꺼지지 않은 대형 통창 유리 건물을 잇달아 들이받으면서다.

10일(현지 시각) A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밤부터 5일 새벽 사이 미시간호변의 유명 무역전시관 ‘맥코믹플레이스’ 레이크사이드 센터 주변에서 철새 사체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죽은 새들은 대부분 명금류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집단 폐사 원인으로 통유리 건물을 지목했다.

자연사 박물관 ‘시카고 필드 뮤지엄’에서 조류 컬렉션 담당관으로 일하다 은퇴한 윌라드는 “평소 맥코믹플레이스 주변에서 하룻밤 새 최대 15마리의 죽은 새가 발견된다. 40년 이상 이곳을 관찰했으나 이런 규모는 처음”이라며 “본격적인 철새 이동철인 데다 비 오는 날씨, 저층 전시장의 조명, 통창을 이어 붙인 건물 벽 등이 사고를 부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1000마리에 달하는 명금류 사체가 바닥에 떨어져 마치 카펫을 깔아놓은 것처럼 보였다. 처참했다”고 했다.

위스콘신대학 야생동물 생태학 교수이자 조류 전문가인 스탠 템플은 “몸집이 작은 명금류는 난기류와 포식자를 피해 주로 밤에 바람을 등지고 이동하는 습관이 있다”며 “이날 비로 인해 새들이 낮은 고도로 날다가 맥코믹플레이스 조명을 발견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건물 유리창에 부딪혀 죽은 철새들. /엑스

시카고 조류 충돌 모니터링 동물단체 이사 아네트 프린스는 “건물에 충돌한 후 튕겨나갔다 떨어지면서 부상으로 죽은 새들이 더 많았을 것”이라며 “건물에 다가갔을 때 죽어가는 새들과 다친 새들이 카펫처럼 깔려 있었다”고 했다.

코넬대 조류학 연구소의 2019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매년 약 6억마리의 새가 건물 충돌로 사망한다. 특히 시카고는 가을과 봄에 철새들에게 가장 위험한 도시로 선정됐다.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철새 이동 시기에 빌딩 조명을 끄거나 어둡게 해야 한다. 위스콘신대 조류 생태학자 애나 피존은 “철새 떼의 건물 충돌은 밤에 건물 조명을 낮추고 새가 인지할 수 있도록 창문을 디자인하는 것만으로도 쉽게 막을 수 있다”며 “커튼을 달거나 창문에 칠을 하거나 스티커를 붙이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한편 이번에 죽은 철새들은 시카고 필드 뮤지엄에서 연구와 표본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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