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원 통계’ 적용하면, 재건축 부담금 1조원 늘어난다고?

최종훈 2023. 10. 1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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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준 의원, 국토부 국감에서 주장
“KB 통계가 맞다는 전제부터 오류”
서울 반포동 일대 아파트 단지.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전국 51개 재건축 단지의 재건축초과이익 부담금 산출 때 최근 감사원 감사에서 조작 의심을 받고 있는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적용하면 민간 통계를 적용할 때와 견줘 전체 부담금이 1조원 가까이 늘어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게 사실이라면 부동산원 통계 재산정 필요성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추산 결과는 민간 통계가 맞다는 잘못된 전제에서 출발한 것으로, ‘과대 포장’이라는 반박도 나왔다.

지난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통계 조작으로 주택 가격 변동률을 낮게 만들어 전국 24개 재건축 단지 조합원이 내지 않아도 될 부담금 약 1조원을 더 내게 됐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이 부동산원에서 ‘재건축부담금 예정액 검증보고서’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재건축 부담금 예정액을 통보받은 51개 단지의 부담금은 총 1조8613억원이었다. 이는 부동산원의 주택가격 변동률을 적용해 산출한 수치다. 그러나 유 의원이 케이비(KB)국민은행 통계를 적용했더니 부담금이 9552억원으로 낮아졌다. 그 차이가 9061억원에 달한다.

재건축 부담금은 재건축으로 인한 집값 상승분 일부를 조합이 정부에 내는 것이다. 재건축 종료 시점 주택가액(준공 시 집값)에서 재건축 개시 시점(추진위원회 설립 시점)의 주택가액과 개발 비용을 제외한 뒤 정상 집값 상승분(정기예금 이자율 또는 해당 시·군·구 평균 주택가격 상승률 중 높은 비율 선택)을 빼 산출한다. 평균 주택가격 상승률이 낮을수록 부담금을 더 많이 내는 구조다. 따라서 민간 통계보다 집값 상승률이 더 낮은 문재인 정부 부동산원 통계를 사용하면 재건축 부담금이 크게 늘게 된다는 게 유 의원의 주장이다.

유 의원이 분석한 결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재건축 단지의 경우 부동산원 통계로는 1인당 2억6200만원의 부담금을 내야 하지만, 케이비 통계로는 50만원이 부과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부동산원 통계상 집값 변동률이 47.76%, 케이비 통계는 163.14%로 차이가 나는 데 기인한다. 서울 강남구의 한 재건축 아파트는 부동산원 통계에 따라 가구당 3억4700만원의 부담금을 내야 하지만, 케이비 통계를 활용하면 내야 할 부담금이 없어진다. 이 역시 부동산원 통계의 집값 상승률이 44.39%, 케이비 통계는 133.75%로 차이가 크다.

유 의원이 “재건축 부담금 산정에 사용되는 통계가 조작됐다면 다시 산정해야 하는데, 방법이 있느냐”고 묻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재건축 부담금 산출식의) 정상 집값 상승분은 신뢰할 수 있는 통계에 근거해야 부담하는 국민이 수용하게될 것”이라면서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결과를 보고 그 내용에 따라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은 ‘케이비 통계는 옳다’는 것을 전제로 둔 주장이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반박했다. 홍 의원은 “집값 통계 조작이 문제가 되는 건 주간 통계인데, 재건축 부담금은 월간 통계, 실거래가격지수 등 여러 지수를 포함해 산정하는 주택 가격 상승률을 기초로 한다”면서 “이를 과대 포장해 주택 소유자가 엄청나게 큰 세금을 부담하게 되는 것처럼 주장하는 건 시장에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케이비와 부동산원의 집값 통계는 표본, 조사목적, 조사방식 등의 차이로 인해 같은 시점 조사에서 통계 수치가 항상 큰 격차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두 기관의 집값 통계 차이를 한 쪽의 조작의 결과로 설명하는 것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본다. 특히 지난달 감사원이 지적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원의 통계 조작 의심 시기는 2017년 6월~2021년 11월인데, 이 당시 정부의 부당한 압력에 따른 통계 조작이 실제 있었다고 가정해도 두 기관의 장기 시계열상 현격한 집값 통계 차이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유 의원 분석에서 두 기관의 집값 통계가 감사원이 밝힌 수준보다 지나치게 큰 차이를 보이는 점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서울 강서구의 한 재건축 단지는 사업 개시 시점부터 종료 시점까지 주택가격 상승률이 케이비 통계로는 182.19%, 부동산원 통계로는 3.97%로 무려 45.9배 차이를 보였다. 이 단지 재건축 사업기간이 10년 정도 소요됐다고 가정해도 이런 정도의 현격한 집값 통계 차이가 발생한 비교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었다. 감사원은 지난달 통계 감사 결과 보도자료에서 문 정부 시기인 2017년 5월부터 2022년 5월까지 5년간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케이비 통계가 62.2%, 부동산원이 19.46%로 42.74%포인트의 차이를 보였다고 적시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51개 단지의 재건축 부담금이 집값 통계 차이에 따라 어느정도 증가하는 것인지 파악하려면 부동산원과 케이비 통계를 비교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른바 ‘통계 조작’에 따른 부동산원 주택가격 상승률의 내부 오차 폭을 확인한 뒤 이에 근거해 부담금을 재산정하는 게 맞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럴 경우 51개 단지 재건축 부담금은 부동산원이 추정한 1조8613억원에서 소폭 낮아지는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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