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이·팔 각각 수장과 전화 협의 조율…균형 외교 모색"
하마스 공격 '테러' 규정 美등과 온도차…양쪽에 자제 촉구
[서울=뉴시스] 김예진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중동 정세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일본 정부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각각 수장과의 전화 협의를 조율하고 있다고 11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마흐무드 압바스 수반과 각각 전화 협의를 목표로 조정에 돌입했다.
다만 성사 여부와 효과는 전망할 수 없다고 신문은 짚었다. 기시다 총리와 압바스 수반과 전화 협의가 실현되더라도 가자지구를 실효지배 중인 하마스와의 직접적인 협상은 할 수 없기 때문에 사태 타개 여부도 불투명하다.
일본 외무성의 한 간부는 신문에 "일본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쌍방과 이야기 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며 물밑에서 사태 진정을 위해 움직일 생각을 시사했다.
일본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쪽 모두와 대화하는 '밸런스(균형) 외교'를 모색하고 있다.
일본이 원유 90% 이상을 중동 지역에서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유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중동 지역 평화·안정이 에너지 안보 상 관점에서 중요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평소에도 이스라엘, 아랍 국가들과 우호 관계를 구축해왔다.
지지통신도 원유의 9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 정부가 사태가 더 악화되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쪽 편을 들지 않고 양쪽에게 (사태) 진정을 요구하는 등 밸런스를 중시한다"고 했다.
기시다 총리와 일본 정부의 발언을 살펴보면 중립적인 모습을 더 잘 알 수 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8일 엑스(X· 트위터)를 통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과 관련 "죄 없는 일반 시민에 대한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강하게 비난한다"고 밝혔다. 하마스가 민간인 등을 납치한 데 대해서는 "조기 해방을 강하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테러라는 표현을 피하고, 민간인 피해에 대해서만 주목한 모습이다. 하마스의 공격을 테러로 규정하고 친구인 이스라엘에게 협력하겠다는 미국, 영국 등 서방 국가와 비교하면 차이가 선명하다.
지지통신도 "미국은 하마스 공격을 테러로 단정하고 있다. 일본과는 온도차가 있다"고 짚었다. 원유 안정 공급을 염두에 두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양 측 모두에게 자제를 요구하는 자세를 강조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도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하마스의 공격을 규탄한다면서도 "국제사회와 협력하며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쌍방에 대한 (사태 진정에 대한) 촉구를 강화하겠다.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동남아시아를 순방 중인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외무상도 중동 각국과 소통하며 협력을 확인하고 있다.
가미카와 외무상은 지난 9일 이스라엘의 이웃나라이자 수교국 요르단의 아이만 사파디 부총리 겸 외교장관과 전화 협의를 가졌다. 10일에는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의 수교국 아랍에미리트(UAE)의 압둘라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외교장관과도 유선 협의했다.
가미카와 외무상은 양 측과 이스라엘, 하마스 간 사태 악화 방지, 조기 사태 진정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10일 총리 관저에 정보연락실을 설치했다. 가자지구 등의 '위험 정보'를 레벨 4로 격상했다.
외무성은 방문·체류에 주의가 필요한 국가·지역에 대해 레벨1~레벨4 등 4단계로 나누어 위험정보를 내리고 있다. 레벨 4가 가장 높은 수준으로 '대피 권고'다.
일본 정부는 현지 정세를 주시하며 자국민의 안전 확보에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며, 10일 기준 일본인의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소수의 일본인이 가자지구에 있으나, 이들 모두와 연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총리 관저의 한 간부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섬멸 작전에 나서지는 않을지 기도할 뿐이다"고 아사히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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