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사 박종환, 한국형 축구로 이땅에 '스타 감독' 시대를 열다
박종환 감독은 한국 스포츠계에서 '스타 감독' 시대를 연 주인공이었다. 그는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서 축구 변방 국가였던 한국을 4강에 올려 놓은 뒤 감독으로는 매우 드물게 국민영웅으로 대접받았고 이후에도 그의 행보는 늘 화제를 몰고 다녔다.
박 감독이 이룬 성공 신화의 첫 페이지는 고교 축구부에서 시작됐다. 당시 국제심판이었던 그는 1974년 창단된지 2년밖에 안 된 전남기계공고 지휘봉을 잡았고 이듬해 대통령금배에서 팀을 공동 우승으로 끌어 올렸다.
축구 지도자로 능력을 인정받은 박 감독은 서울시청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서울시청에서 활약했던 고졸 선수들에게 낮에는 훈련을 하도록 했고 밤에는 서울시립대에서 공부하며 대학 졸업장을 따게 도와줬다. 축구에만 전념할 수 없는 환경 속에서도 서울시청은 박 감독의 지도 하에 실업축구를 평정했고 한국 축구 국가대표의 요람으로 불렸다. 박 감독이 서울시청에서 지도한 대표적인 선수는 이태엽(64), 최인영(61), 이문영(58) 등이 있었다. 이 가운데 이문영 골키퍼는 1983년 세계청소년대회에서 박 감독과 함께 4강 신화를 이루는 주역이 됐다.
박 감독은 멕시코 고원 지대에서 펼쳐질 대회에 대비하기 위해 선수들에게 특단의 훈련을 지시했다. 그는 선수들에게 산소 마스크를 착용한 채 트랙을 도는 훈련을 주문했다. 그는 마스크 훈련을 바탕으로 체력을 키운 청소년 대표팀에 새로운 경기 전략도 준비시켰다. 골키퍼가 킥을 통해 공격을 시작하는 방법 대신에 패스를 통해 빌드 업을 하는 작전이었다. 그는 골키퍼의 롱 킥은 장신 선수들이 많은 유럽이나 남미 선수들과 상대할 때 별 효과가 없다는 점을 간파하고 있었다.
멕시코 대회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박 감독에게 무엇보다 필요했던 건 빠른 현지적응 훈련이었다. 문제는 당시만 하더라도 국제대회가 펼쳐지기 1주일 전쯤 현지로 출국하는 게 일반적이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스포츠 공화국' 만들기에 여념이 없던 전두환 당시 대통령은 특별지시를 내려 대회 개막 15일 전에 청소년 대표팀이 멕시코로 출국할 수 있도록 했다.
멕시코 현지에서 박 감독은 선수들에게 콜라 등 청량음료를 먹지 못하도록 했다. 청량음료는 체력전을 펼쳐야 할 선수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선수들의 체력관리를 위해 스스로 현지에서 우족(牛足)을 사서 요리를 하기도 했다. 요리사 역할까지 마다하지 않았던 그의 정성 덕분인지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홈팀 멕시코에 역전승을 거뒀고 8강전에서도 강호 우루과이와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했다. 이즈음 외신들은 빠른 주력을 바탕으로 돌풍을 일으킨 한국 팀에게 '붉은 악령(Red Furies)'이라는 별칭을 붙여줬다.
이후 박 감독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겨냥해 만든 '88 팀'의 감독이 됐다. 정부에서 그의 차 번호를 '1988'로 달아 줬을 만큼 박 감독에 대한 신뢰는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그는 1988년 올림픽에 나서지 못했다. 1984년 LA 올림픽 예선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패한 뒤 박 감독은 88팀 감독에서 경질됐다.
1988년 올림픽이 임박한 상황에서 박 감독은 다시 한 번 대표팀 감독을 맡게 됐다. 하지만 아쉽게도 올림픽이 펼쳐지기 두 달 전에 열린 대통령배 국제축구대회에서 박 감독은 선수들과의 불협화음으로 자진 사퇴해야 했다. 스타 감독이었지만 축구계에서 여전히 비주류 감독으로 스파르타식 체력훈련으로 정평이 나있던 그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던 선수들이 있었던 셈이었다.
평소 박종환 감독은 후배들에게 영원한 축구인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말을 해왔다. 실제로 그는 1990년대 국회의원 출마 제의를 받았지만 이를 거절했다. 그는 한국형 축구로 스타 감독 시대를 개척한 승부사였다. 무엇보다 그는 세계 축구계에 한국 축구의 잠재력을 최초로 알린 주인공이었다. 2002년 월드컵에서 세계인들을 감동시켰던 '붉은 악마' 신드롬의 시작점도 1983년 세계청소년축구대회의 '붉은 악령'이었다.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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