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크닉의 계절, 1인 배달용기 연간 1300개…“재활용은 절반도 안돼”[김예윤의 위기의 푸른 점]

김예윤 기자 2023. 10. 11. 10: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추석부터 개천절까지, 길 것만 같았던 연휴가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갔습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긴 연휴가 끝나고부터 다음 주말(20일)까지 쾌청한 가을 하늘이 이어진다고 합니다. 산들산들 날씨도 좋겠다, 가족 친구들과 야외로 피크닉 계획하는 분들 많을 것 같습니다.

피크닉에 직접 도시락을 싸가는 분들도 있겠지만 보통은 두 손 가볍게, 배달 음식을 시켜먹는 경우가 많지요. 한 사람이 1년 동안 배달 음식을 시켜 먹으며 발생하는 배달용기는 몇 개나 될까요?

●1인당 배달용기 연간 1300여개

지난달 8일 오후 서울 여의도한강공원에서 한 시민이 일회용 배달용기를 이용해 음식물을 먹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배달음식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2017년 2조7000억, 2019년 9조 7000억 원이었던 배달음식 시장 규모는 2020년 17조, 2021년 25조 원을 넘어서는 등 팬데믹 동안 최전성기를 맞았습니다. 5년 사이 규모가 10배 가까이 커진 것입니다.

이와 함께 급증한 것은 배달용기 플라스틱 용기 사용량입니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주요 배달앱 3곳에서 배달음식 10종을 주문해 조사한 결과,보통 한 번에 배달되는 2인분 한 끼 식사에 평균 18개, 중량 기준으로는 147.7g의 플라스틱 용기가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8개나 될까 싶을 수 있지만 천천히 생각해보세요. 음식뿐 아니라 각종 밑반찬, 숟가락과 젓가락 등이 다양한 크기의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배달됩니다.

소비자원은 한 사람이 일주일에 평균 2.8회 배달 음식을 주문한다는 조사를 토대로 계산할 때 1인당 연간 평균 1341개, 10.8kg의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민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사용량의 12%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배달용기 성분 탓, 재활용률 절반 아래

한국소비자원 제공

‘재활용되면 그래도 괜찮겠지.’
쏟아져나오는 배달용기 일회용품을 분리수거하며 ‘합리화’하는 마음과 달리, 배달용기 일회용품 중 재활용이 가능한 비율은 전체 중량의 최대 45.5%로 조사됐습니다. 재활용률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입니다.

재활용품 선별시설에서 실제 재활용이 가능한 재질(PP, PE, PET 페트병)은 64.2%였고, 이 중 선별시설에서 매립·소각되는 비닐제거가 안된 실링용기(6.8%), 스티커가 부착된 용기(2.1%), 소형 칼·용기(9.8%) 또는 중량이 너무 낮아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 등을 제외한 수치입니다.

재활용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는 이보다 더 낮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분류되는 폴리프로필렌(PP) 소재는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분류되지만, 단순히 PP 소재여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PP의 함량이 높아야 실질적으로 재활용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관계자는 “보통 PP 함량이 70% 이상은 돼야 자동차, 가전 소재로 쓸 수 있는 등 부가가치 있는 재활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대다수 배달용기는 원가 절감 등을 위해 PP와 다른 소재를 혼용해 (함량이) 70% 이하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플라스틱 배달용기 성분 고민해볼 때

지난달 8일 오후 서울 여의도한강공원에서 한 시민이 일회용 배달용기를 버리고 있다. 뉴스1

한국소비자원에서는 △플라스틱 배달용기를 재활용이 가능한 재질로 전환하고 △실링용기는 PP재질의 뚜껑 형태로 △소형 반찬 용기는 일체형 또는 대형으로 표준화하는 등 현재 사용되고 있는 플라스틱 용기를 개선할 경우 실질적인 재활용률을 약 78.5%까지 높일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재활용 업계 관계자는 “배달용기 제작업체 입장에서는 경제성과 제작 편의를 위해 PP 외 다른 소재를 섞어 만들었는데, 소재를 단일화하려면 정부의 인센티브 등 유인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아무리 재활용률을 높인다 하더라도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일회용 배달용기 사용 자체를 줄이는 것이겠죠. 한국소비자원은 “배달앱 사업자 역시 어플리케이션(앱) 내에서 다회용기나 그릇을 사용하는 등 플라스틱 줄이기를 실천하는 소비자를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여기에는 생산자·사업체뿐 아니라 우리의 노력도 조금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조금은 번거로울 수 있지만 일회용기나 일회용 수저 대신 집에서 내 그릇, 내 수저를 챙겨나가 담아 먹을 수 있겠죠. 잘 손이 가지 않는 불필요한 밑반찬은 아예 빼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마침 올해부터 한강공원에는 플라스틱 소재 일회용 배달용기 반입이 단계적으로 금지됩니다. 올해 잠수교 일대를 시작으로 내년에는 뚝섬·반포한강공원, 2025년에는 한강공원 전역이 ‘일회용 배달용기 반입 금지구역’으로 운영된다고 하네요.

이왕 다가올 정책, 올 가을 나들이부터 일회용품 줄이기에 익숙해지는 연습을 하면 어떨까요. 잠깐의 귀찮음이 오래도록 아름다운 가을날로 돌아올 겁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