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직장 갑질 논란' KCB… 노동부 "위반사항 적발시 현장 대응"

과도한 스트레스로 유산 후 회사서 실신
직장 내 괴롭힘 요건 충족으로 처벌 가능

서울 영등포구 KCB 사옥. /사진=이재현 기자

종합신용평가회사 코리아크렛딧뷰로(KCB)의 기업 문화에 대해 정부가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최근 KCB에선 한 부서장이 직원들에게 반성문을 써서 동료들 앞에서 공개 발표하게 한 일이 있어 논란이다.

11일 여의도119안전센터에 따르면 지난 9월13일 오전 10시쯤 KCB 건물에서 직원 A씨가 실신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구급차가 출동했다.

A씨는 최근 회사의 워크숍 준비 과정에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아 유산의 아픔을 겪었다. 그는 이후 참석한 워크숍에서 실신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A씨는 과거부터 업무 부담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회사는 개인 건강상 문제로 치부하고, 업무 관련성은 없다고 부인했다.

KCB는 지난달 일부 사업부문 직원들을 대상으로 '자기 비판식' 반성문 워크숍을 진행했다. 직원들은 상부 지시로 워크숍에서 자기 비판 내용을 담은 반성문을 낭독했다. 직장 선배뿐 아니라 후배들 앞에서도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 발표하는 시간을 가져야 했다고 한다. 이를 준비하기 위해 직원들은 몇 주 전부터 반성문을 작성할 수밖에 없었다. 매출 목표 등 사업 실적 달성 여부와 무관하게 자기비판 행위가 이어졌다고 한다.

KCB 직원은 "워크숍을 진행하는 동안 동료들이 받은 스트레스는 말로 다 못할 정도"라며 "긴장과 수치심에 고통스러워하는 직원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직원은 "회사는 직원이 성과를 내도록 하려면 직원을 다그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피해자가 유산한 사실을 개인의 문제로 덮고 아무 조치 없이 A씨를 타 부서로 보내려는 듯 하다"고 말했다.

해당 사안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드릴 말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근로기준법 제 72조의 2항에 따르면 직장내 괴롭힘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가 있을 시 성립된다.

서울고용노동청에 따르면 해당 사안은 직장 내 괴롭힘 성립 요건을 충족한다. 부서장의 지위를 이용해 직원들에게 2주가량의 업무 시간을 침해하면서까지 반성문을 작성하게 했기 때문이다. 또 이로 인한 긴장과 불안 등 정신적 고통과 유산 등의 신체적 고통이 발생해 직장내 괴롭힘의 성립 요건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런 경우 사측에서 사건을 인지한 뒤 적절한 조치를 취했는지 등을 먼저 조사한다"며 "근로기준법 위반사항 적발 시 상황에 따라 관리 감독 강화나 재발 방지 위한 현장 점검 등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직장내 괴롭힘 발생사실을 신고받거나 인지한 경우, 곧바로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객관적인 조사를 할 의무가 있다. 또 직장 내 괴롭힘이 확인된 경우 사용자는 행위자에 대한 징계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를 위반시 각각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KCB 관계자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직원이 유산을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해당 직원에 대해서는 노동법에 따라 적절한 휴식기간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최유빈, 이재현 기자 langsam4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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