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뜯어보기] 이 엄동설한에 상장하겠다고 나선 1세대 벤처캐피탈
상장 당일 예상 유통물량 33.34%
올해 상반기 실적 부진은 변수
1세대 벤처캐피탈(VC)인 캡스톤파트너스가 설립 15년 만에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 최근 고금리로 VC업계에 혹한기가 불고 있는 가운데 구주매출 없이 전량 신주로 공모하는 구조를 짜 기업공개(IPO) 흥행 성공을 노리고 있다. 다만 상반기 실적이 지난해보다 크게 모자란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VC는 외부 자금을 유치해 펀드를 조성하고, 그 돈으로 벤처기업과 같은 모험자본에 투자해 수익을 낸다. 위험이 크지만 기대 수익이 높은 기업 여러 곳에 투자해 전체 수익률을 보전한다. 펀드를 운용함으로써 받는 관리보수와 기업을 성공적으로 매각했을 때 주어지는 성과보수가 주 수익원이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캡스톤파트너스는 내달 코스닥 시장에 입성할 계획이다. 오는 26일부터 내달 1일까지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한다. 일반 청약은 내달 6~7일이다.
2008년 설립된 캡스톤파트너스는 초기 투자 및 신성장 산업 투자에 강점을 가진 VC로 평가받는다. 설립 이래 15년 동안 잠재력 있는 유망 기업 170여 개사에 투자했다. 캡스톤파트너스의 현재 운용자산 AUM 규모는 약 4649억원이다.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최대 480억원 수준이다. 주요 포트폴리오로는 직방과 당근마켓, 컬리, 마이리얼트립 등이 있다.
소위 ‘잘 나가는 VC’라 할지라도 상장은 필요하다. 상장하면 펀드 규모를 키워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VC는 외부 자금을 유치하더라도 일정 비율을 펀드에 출자해야 한다. 1000억원짜리 펀드를 만들 때 VC가 자체 자금 100억원을 내는 식이다. 물론 그만큼 위험도 커진다. 많은 돈이 묶일수록 펀드 운용에 책임을 다할 것이란 인식에 펀드 출자자들도 약정금 증가를 선호하는 추세다.
캡스톤파트너스는 159만6000주를 100% 신주 모집하는데, 공모가 상단 기준 공모 예정 금액은 57억원이다. 통상 구주매출 비중이 높으면 기존 투자자가 투자금 회수에 집중하는 모양새로 보여 청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데 이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 주주들이 보유 지분에 대한 보호예수를 설정한 점은 긍정적이지만, 상장 당일 예상되는 유통 가능 물량은 전체(1170만2500주) 중 33.34%(444만9250주)로 적다고는 할 수 없다. 최대주주인 송은강 대표(26.16%)와 임원진인 황태철 부사장(8.57%), 장정훈 상무(0.99%) 물량은 2년간 묶인다. 하나캐피탈과 다산벤처스는 각각 9.13%, 17.94%를 보유했는데 보유 지분을 삼등분해 1개월, 6개월, 12개월간 보호예수를 설정했다.
희망 공모가 범위는 3200~3600원이다. 몸값은 주가수익비율(PER) 평가 방법으로 산정됐다. 자산총계 규모가 크지 않은 상장 VC 3곳과의 비교를 통해 상대평가했다. 캡스톤파트너스가 선정한 비교기업 그룹은 상장 VC 3곳(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 스톤브릿지벤처스, 컴퍼니케이파트너스)이다.
3개 VC의 지난해 실적과 올해 상반기 실적이 반영됐다. 해당 기업들의 지난해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각각 19.91배, 9.99배, 13.34배다. 올 상반기 기준 PER은 각각 24.91배, 8.03배, 20.06배다. 결과적으로 캡스톤은 몸값 산정에 적용된 14.45의 PER을 적용받게 됐다. 여기에 14.87~24.32%의 할인율을 적용해 지금의 공모가가 나왔다.
캡스톤파트너스의 악화하는 실적은 약점으로 꼽힌다. 캡스톤파트너스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9억4100만원에 그쳤다. 지난해 61억2400만원의 순이익과 비교하면 크게 줄었다. 만약 올 상반기 기준으로만 몸값을 계산했다면 예상 시가총액은 지금의 절반 수준에 그칠 뻔했다. 또 최근 고금리 기조로 VC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실적이 더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상장 VC의 주가 흐름이 실적과 꼭 연동되진 않는다는 점이 변수다. 올 상반기 상장을 마친 LB인베스트먼트 주가는 공모가 밑을 맴돌고 있다. 27년 업력의 LB인베스트먼트가 상반기 적지 않은 수익을 올렸음에도 주가는 부진하다. LB인베스트먼트는 올해 상반기만 30억372만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지난해 순익(38억7400만원)에 근접했다.
이는 VC 주식을 장기 투자가 아닌 테마로 접근하는 투자자들이 많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통상 VC 주식은 해당 VC가 보유한 기업이 매각되거나 상장을 앞뒀을 때 단기적으로 주가가 급등하곤 한다. 올 하반기 상장한 반도체 설계 기업 파두 상장을 앞두고 컴퍼니케이파트너스의 주가가 급등락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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