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금리는 700년 동안 하락해왔다. 그럼 앞으로는?[딥다이브]
금융시장 관심이 온통 ‘금리가 얼마나 더 오를까’에 쏠려있습니다. ‘이제 고금리가 뉴노멀(New normal)’이란 기사도, “금리 7%대 시대가 온다”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의 경고도 부쩍 자주 보이는데요.
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
711년에 걸친 실질금리 하락
채권금리는 1311년부터 꾸준히 하락해왔습니다. 그것도 아주 규칙적으로.
오늘 소개해드리려는 논문 ‘장기채 실질금리의 장기 추세(Long run trends in long maturity real rates)’의 결론입니다. 지난해 첫 발간 뒤 개정을 거쳐 올해 7월 다시 나온 따끈한 논문인데요.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바바라 로시 바르셀로나경제대학 교수, 폴 슈멜징 보스턴대학 교수의 공저입니다.
논문에 따르면 700년이 넘는 조사 기간 동안 이 직선에 가까운 장기 궤적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벗어난 사건은 딱 두가지뿐이라고 합니다. 하나는 14세기 중반(1346~1353년) 유럽 전역을 휩쓸어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사라지게 만든 페스트(흑사병). 다른 하나는 1550년대 후반 유럽을 뒤흔들었던 프랑스·스페인·영국의 잇따른 국가 부도(디폴트) 사태입니다. 이밖의 다른 사건의 경우(예-나폴레옹 전쟁)엔 단기적인 이탈은 있었지만 곧 실질금리가 추세선으로 되돌아왔기 때문에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다고 합니다.
이 논문의 기본적인 데이터는 폴 슈멜징 교수가 2019년 발표한 하버드대 박사학위 논문(‘장기 실질금리와 안전자산 트렌드, 1311-2018’)에서 나왔습니다. 역사학을 전공한 그는 각국 기록보관소에 잠들어있던 라틴어로 된 자료까지 파헤쳐서 데이터를 모았는데요. 경제학 컨퍼런스에서 1970년대 이후 고작 40여 년의 데이터를 가지고 ‘금리의 역사’를 논하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아서” 연구를 시작했다고 얘기합니다. 금리의 역사를 다시 제대로 쓴 거죠.
금리는 평균으로 돌아간다
이 논문에 따르면 1300년대 10%대였던 장기채 실질금리는 꾸준히 하락해, 최근 100여 년 동안은 1% 안팎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장기 추세 기준으로 실질금리 제로 시대가 멀지 않았다는 뜻이죠. 시장금리가 무섭게 뛰고 있는 지금 시점에 이 논문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요?
실질금리가 다시 올라서 마이너스를 탈출하는 건 당연한데(평균 회귀), 그렇다고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되돌아가진 않을 거란 뜻입니다. 예컨대 다이먼이 언급한 7% 금리 시대 같은 건 웬만큼 인플레이션율이 치솟지 않고서는 어렵단 얘기이죠. RBC(캐나다왕립은행) 자산운용의 수석 전략가 토마스 가레트슨 역시 이 논문 내용을 인용하며 이렇게 해석합니다. “미국과 전 세계의 기준금리가 역사적으로 높은 현재 상황은 금융위기 이후 시대에서 벗어났다기보다는(새로운 ‘뉴노멀’이라기보다는) 일탈일 가능성이 더 커 보입니다.”
생산성 좋아지면 금리는 오를까 내릴까
그 답은 아직 잘 모릅니다. 연구자들은 구조적 추세가 있다는 건 확인했지만 무엇 때문인지는 정확히 밝혀내지 못했다는데요. 유동성 증가와 채무불이행 위험의 감소, 두 가지를 유력한 이유로 짐작하고 있다고만 합니다.
현대 경제학에서는 의심의 여지 없는 진리로 받아들여지던 주장(생산성 향상→실질금리 상승)이지만 역사적 데이터는 전혀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경제학 교과서를 새로 써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데요. 금리·통화정책·경제성장에 대한 기존 이론을 뒤흔드는 역사적 증거의 발견. 앞으로 또 어떤 이야기로 연결될지 궁금합니다. By.딥다이브
이자율 데이터는 그리스·로마시대는 물론 심지어 바빌로니아 시대 기록도 남아있다고 합니다. 다만 중세시대 자료가 텅 비어있어 연속적인 데이터를 구하기 어려울 뿐이라는데요. 방대한 역사 속 금리 기록의 조각을 한데 모아 퍼즐을 맞춰보니 의외로 단순한 답이 나오더라는 연구 결과가 흥미로워서 소개해드렸습니다. 이래서 역사를 알아야 하는 건가 봅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면
-1311년부터 2022년까지 8개 선진국의 장기채 실질금리를 집계한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실질금리(=명목금리-기대인플레이션율)의 뚜렷한 장기 하락 추세를 확인할 수 있는데요. 1년에 0.017%포인트씩, 그러니까 100년에 1.7%포인트 하락합니다.
-웬만해선 이 장기추세를 거스를 수 없습니다. 잠시 일탈할 순 있어도 다시 평균으로 회귀하죠. 중앙은행의 출현과 세계대전, 현대적 통화정책 도구의 발명도 통계적으로 추세를 바꾸지 못했습니다.
-팬데믹으로 추세보다 더 많이 떨어졌던 실질금리가 다시 평균으로 돌아가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다만 다시 돌아갈 ‘평균’은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보다는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실질금리는 생산성이 향상된다고 올라가지 않습니다. 오히려 반대로 떨어질 뿐이죠. 정부지출 확대와 AI 기술 발전이 실질 중립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거란 주장을 역사 데이터는 정면으로 부정합니다.
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
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23 미스코리아’ 진 최채원…美 대학 ‘디자인 전공’ 재원
- 검찰, “이재명에 현금 전달” 주장 박철민에 징역 2년 구형
- 유인촌, 국정감사 도중 노래 불렀다? 국감장 ‘빵’ 터진 이유
- 이준석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민주당이 지면 이재명 정계 은퇴해야”
- 29억 원대 가상화폐 사기·수사 무마 청탁한 40대 구속
- 한동훈, 예술의전당 관람에…“모자 쓰고 조용히 갔어야” 야권 비판
- ‘멕시코 4강 신화’ 박종환 전 축구대표팀 감독 별세
- “꼭 살아”…10개월된 쌍둥이 숨기고 하마스에 저항한 이스라엘 부부
- 北무기로 이스라엘 공격?…하마스, ‘F-7로켓’ 사용 정황
- 손헌수, 7세 연하 미모 예비신부♥ 공개…단아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