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도·기시다도 움직이는데, 시진핑 '이-팔 전쟁' 중재에 나설까?
- 기시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지도자와 통화 방안 조율
- 시진핑 대신 외교부 나서는 중국..'중재자' 역할 빼앗길 우려 가능성
【베이징=정지우 특파원】러시아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 수반과 회동할 예정이고, 일본 총리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지도자와 각각 전화 통화할 계획을 밝히면서 ‘중동의 중재자’를 자처한 중국의 시진핑 국가 주석도 행동에 나설지 주목된다. 현재까지 중국은 외교부발로 “소통을 유지할 의향이 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11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원빈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지도자가 이스라엘이나 팔레스타인 지도자와 통화하느냐.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 수반이 지난 6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은 평화안 도출을 위한 중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는 질문에 즉답을 회피했다.
왕 대변인은 “우리는 양국 분쟁이 계속 확대되는 것을 매우 우려하고 있으며, 모든 관련 당사자들에게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한다는 점을 이미 분명히 밝혔다”라며 “중국은 모든 당사자들과 소통을 유지하고 중동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노력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이 같은 태도는 일관적이다. 외교부는 지난 8일 성명과 9일 정례 브리핑 때도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규탄하는 대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모두 '친구'로 칭하면서 양측의 자제를 동시에 요구했었다.
자이쥐안 중국 정부 중동 문제 특사 역시 전날 이집트 외교부 팔레스타인 사무담당 차관보와 통화에서 “중국은 양국의 긴장과 폭력 고조에 대해 깊이 우려를 표하고, 충돌로 빚어진 대량의 민간인 사상에 안타까움을 느낀다”며 “우리는 민간인을 해치는 행위를 반대·규탄하고, 즉각적인 휴전을 호소한다”고 피력했다.
중국은 해외 분쟁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외교적 전략을 오랫동안 유지해왔다. 따라서 중국이 중동에 대한 접근 방식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전망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분석했다.
다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중국과 달리 적극적인 자세로 접근한다는 점을 중국이 염두에 둘 가능성은 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을 ‘강 건너 불’ 형태로 대응할 경우 그간 공들여 왔던 자칭 ‘중재자’ 역할이 타국에게 넘어갈 것을 우려할 수 있다는 의미다.
관영 중국중앙방송(CCTV)은 러시아 매체를 인용,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러시아를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방문 일정을 밝히지 않았지만, 푸틴 대통령과 회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푸틴 대통령은 또 모스크바를 찾은 모하메드 알 수다니 이라크 총리를 만나 “미국의 중동 정책 실패의 명백한 사례”라며 “러시아의 입장은 민간인 피해 최소화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과 통화에선 이사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중재 방안을 논의했으며, 대화의 초점은 즉각적인 휴전과 양측의 회담 재개에 있었다고 러시아 크렘린궁이 설명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르면 이날 중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통화하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 등이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전날 무력 충돌을 촉발한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규탄했으나, G7에 속한 서방 5개국이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공동성명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았었다.
중국도 외교부 관계자들이 이집트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해 논의했다. 그러나 국가 수장들이 직접 움직인 러시아나 일본과는 적극성 면에서 온도차가 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이달 중순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3회 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 정상포럼에 참석할 예정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은 이를 위해 오는 16∼18일 중국에서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과 회담한다고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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