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는 한눈에 보이는데 5개부터는 세야 하는 이유

곽노필 2023. 10. 11.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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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사과가 2개나 3개 놓여 있다고 치자.

굳이 세어보지 않아도 사과가 몇개인지 단박에 알 수 있다.

여러 이론이 있기는 하지만 대개 직산이 가능한 수량은 4개까지로 본다.

연구진이 이를 토대로 참가자들의 뉴런 활동을 비교 분석한 결과, 4개 이하 수에 특화된 뉴런은 자신이 선호하는 수에만 매우 명확하게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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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수 세는 뇌의 체계, 5부터 달라져
내측 측두엽의 뉴런 활동 측정 결과
뇌는 4개까지 셀 때와 5개 이상을 셀 때 서로 다른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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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사과가 2개나 3개 놓여 있다고 치자. 굳이 세어보지 않아도 사과가 몇개인지 단박에 알 수 있다. 그러나 사과가 7개가 있을 경우엔 어떤가. 잠깐이지만 몇개인지 세어봐야 한다. 사과 개수가 더 많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수량을 셀 때 굳이 몇개인지를 셈하지 않고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을 ‘수비타이징’(subitizing, 직산)이라고 부른다. 여러 이론이 있기는 하지만 대개 직산이 가능한 수량은 4개까지로 본다. 계산해야 할 대상이 4개를 넘어가면 시간과 정확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겨날까? 그동안의 연구에선 뇌의 인지 메커니즘이 수가 높아질수록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일 뿐이라는 주장과 근본적으로 다른 두개의 뇌 메커니즘이 작동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서로 맞서왔다.

직산 능력에 대한 논쟁의 불씨를 지핀 사람은 19세기 말 영국의 경제학자 윌리엄 스탠리 제이븐스였다. 그는 1871년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자신의 계산 능력을 살펴본 결과를 설명하면서 “5라는 수는 적어도 일부 사람에게는 완벽한 식별의 한계를 넘어선다”고 주장했다.

본대학교를 비롯한 독일 연구진이 오랜 논쟁을 매듭지을 수 있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17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인간의 뇌는 4개 이하를 셀 때와 5개 이상을 셀 때 각기 다른 메커니즘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인간행동’에 발표했다.

사실 깨어 있는 뇌의 뉴런 활동을 기록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연구진은 본대학병원에서 이런 흔치 않은 기회를 잡았다. 발작 치료를 받는 사람들의 수술 준비를 위해 뇌에 삽입한 미세전극을 통해 뉴런의 활동을 세밀하게 기록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0~9개의 점 이미지를 0.5초 동안 보여주고, 자신이 본 것이 홀수인지 짝수인지를 물었다. 동시에 실험을 진행하는 동안 언어, 기억, 청각, 후각 등을 담당하는 내측 측두엽(MTL)의 뉴런 801개가 어떻게 활성화하는지 기록했다.

5부터는 ‘옆에 있는 수’에도 뉴런이 반응

실험 결과 예상대로 참가자들의 답변은 4개 이하의 점을 볼 때 훨씬 더 정확했다. 1에서 4까지는 오류율도 극히 낮았고 반응시간이 매우 짧았으나, 5개 이상에서는 오류율과 반응시간이 크게 높아졌다. 실험참가자들의 오류율과 반응시간이 크게 높아지는 분기점은 각각 평균 3.6과 3.7로 기존의 수비타이징(직산) 한계치와 비슷했다.

연구진은 이전 연구를 통해 이미 특정 개수와 관련된 뉴런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예컨대 어떤 뉴런은 1개의 물건이 제시될 때 주로 활성화하고, 어떤 것은 2개의 물건이 제시될 때 주로 활성화한다.

연구진이 이를 토대로 참가자들의 뉴런 활동을 비교 분석한 결과, 4개 이하 수에 특화된 뉴런은 자신이 선호하는 수에만 매우 명확하게 반응했다. 그러나 그 이상의 개수에 특화된 뉴런은 자신이 선호하는 수뿐 아니라 바로 옆에 있는 수에도 강하게 반응했다.

논문 공동저자인 튀빙겐대 안드레아스 니더(동물생리학) 교수는 “선호하는 수가 클수록 이러한 뉴런의 선택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예컨대 3개에 특정된 뉴런은 해당 수에만 반응하는 반면, 8개를 선호하는 뉴런은 8개뿐 아니라 7개와 9개에도 반응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수가 많아질수록 더 많은 실수로 이어졌다.

이번 연구는 뇌에 두 개의 서로 다른 ‘수 체계’가 있음을 시사한다. 수를 세는 뇌의 메커니즘이 하나라고 생각했던 니더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그는 “이런 경계선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믿기가 어려웠다”며 “하지만 이 데이터에 따르면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38/s41562-023-01709-3

Distinct neuronal representation of small and large numbers in the human medial temporal lobe. Nat Hum Behav(2023).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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