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탁월한 이야기꾼… 이젠 대화할 수 없기에 책으로 대신했죠”

박동미 기자 2023. 10. 11.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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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칼 세이건)는 과학자이면서 동시에 시, 문학, 영화 등 전천후 관심사를 가진 탁월한 이야기꾼이셨죠. 어릴 때 함께 시를 고르고 읽고 외우던 기억이 아직 생생해요. 다양한 분야 사이엔 깊은 연결 고리가 있고, 그것이 제 삶의 경험과 만나 인간 존재를 더 잘 이해하게 만들어 줍니다."

'코스모스'를 쓴 세계적인 천문학자 칼 세이건(1934~1996)과 에미상을 수상한 영화 제작자 앤 드리앤의 딸인 사샤 세이건(41)이 한국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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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샤 세이건 방한 인터뷰
첫 책 ‘우리, 이토록…’ 주목
“삶의 의미 찾기 위해 기록해야”
칼 세이건의 딸 사샤 세이건이 한국 독자들을 위해 방한했다.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난 세이건. 김동훈 기자

“아버지(칼 세이건)는 과학자이면서 동시에 시, 문학, 영화 등 전천후 관심사를 가진 탁월한 이야기꾼이셨죠. 어릴 때 함께 시를 고르고 읽고 외우던 기억이 아직 생생해요. 다양한 분야 사이엔 깊은 연결 고리가 있고, 그것이 제 삶의 경험과 만나 인간 존재를 더 잘 이해하게 만들어 줍니다.”

‘코스모스’를 쓴 세계적인 천문학자 칼 세이건(1934~1996)과 에미상을 수상한 영화 제작자 앤 드리앤의 딸인 사샤 세이건(41)이 한국을 찾았다. 대학에서 극문학을 전공하고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세이건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정신적 유산을 자신만의 글쓰기로 넓고 깊게 확장하고 있다. 국내에도 반향을 일으킨 첫 책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문학동네)와 관련한 강연 등을 위해 처음 방한한 세이건을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과학적 사고와 인문적 고찰이 어우러진 책에서 계절의 변화를 생애 주기와 잇고, 삶을 리듬감 있게 가꿔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설파한 세이건은 이날 인터뷰에서도 “현상을 비판적으로 보되 삶을 냉소적으로 바라보지 말라”며, 광대한 우주 속 ‘작은 존재’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강조했다. 그것은 아버지 칼 세이건의 가르침이자 세이건 가족이 줄곧 견지해 온 삶의 태도이며, 딸 사샤 세이건의 일상과 글쓰기를 관통하는 철학이다. 그는 “종종 ‘사실’과 ‘현실’이라는 것은 차갑고 냉정하고, 우리를 무기력하게도 하지만, 우주적 관점에서 그것은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으로 보일 수도 있다”고 했다. “생은 유한해요. 우리는 지구라는 별에서 구명보트를 타고 잠시 머물죠. 이것은 우울한 이야기가 아니에요. 인간이 얼마나 특별한지, 인간의 경험이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이고 감사한 일인지 말해주는 진리입니다.”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난 사샤 세이건 작가가 자신의 첫 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독자들을 만나기 위해 지난 9일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사샤 세이건 작가. 10일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문화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동훈 기자

세이건은 생의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을 발견하기 위해선, 우리 삶에 ‘리듬’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그 리듬은 우리가 ‘존재’하는 모든 시간을 헤아리고 기록할 때 생겨난다. 그는 이를 리추얼, 즉 ‘매일의 의식(儀式)’으로 만들어낸다고 했다. 일상의 작은 순간에도 정성껏 의미를 부여하는 것. 예컨대, 그의 남편은 매일 아침 먼저 일어나 커피를 타 침대로 가져다주고, 세이건은 늘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세이건은 매일 반복되는 남편의 퇴근 문자도, 두 딸에게 책을 읽어주는 시간도 ‘의식’으로 인식한다. 그는 “과학적 이치에 따라 세상 모든 것에는 변이가 일어난다”면서 “속절없이 시간은 흐르겠지만, 그것이 손가락 사이로 허무하게 빠져나가게 두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슬픈 일이든 기쁜 일이든, 잊지 않고 기념하는 것도 시간을 헤아리고 기록하는 일이죠. 무엇보다 작은 것도 축하하고, 축하할 일을 많이 만드시길 바랍니다.”

세이건은 아버지가 존재했기에 자신이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됐지만, 그가 이미 존재하지 않기에 자신이 책을 써서, 이야기할 수밖에 없기도 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우주, 인간, 공감, 경이, 감사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지금 아버지와 나눌 수 없기에, 책을 쓰며 ‘대화’를 상상하곤 했어요. 어떤 관점을 또 어떻게 말해 주실까 하고…. 분명한 건, 어머니도 그러셨지만 절 무척 자랑스러워 하실 거라는 점입니다.(웃음)”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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