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J 후원하다 퇴직금 날리는 중국 노인 시청자들…사회문제 대두

동정심 유발에 자녀 몰래 수백∼수천만 원 보내

노인들이 인터넷 방송 진행자(BJ)에게 거액의 돈을 보내느라 퇴직금을 다 써 버리는 일들이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어제(10일) 중국 법치일보에 따르면 쓰촨성에 사는 가오펑(가명)씨는 아버지가 한 여성 BJ에게 작년 한 해 동안만 6만 위안(약 1100만 원)을 후원했다고 털어놨습니다.

가오씨 아버지는 몇 년 전부터 더우인(중국판 틱톡) 등 짧은 동영상 플랫폼에서 생방송을 즐겨 봤습니다.

딸인 가오씨는 아버지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달리 간섭하지 않았는데, 아버지의 '등급'과 후원액은 계속 높아졌습니다.

가오씨는 후원금을 돌려받기 위해 인터넷 방송 업체에 문의했지만, 환불은 승인되지 않았습니다.

미성년자와 달리 민사적 행위능력이 있는 성인이 절차상 문제 없이 후원을 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베이징에 사는 류핑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습니다.

올해 초 인터넷 방송 웹사이트에 가입한 아버지 류펑씨가 반년 만에 퇴직금 3만위안(약 550만 원)을 몽땅 쓴 것입니다.

중국 사정당국은 최근 인터넷 방송과 왕훙(網紅·중국의 온라인 인플루언서) 단속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1인 미디어들의 사기 행각이 사회 문제가 되자 중국공산당 중앙사이버안전·정보화위원회 판공실은 지난 7월 사회적 이슈를 부풀리거나 불량한 정보·유언비어, 저속하고 선정적인 영상 유포로 사회적 해악을 끼치는 1인 미디어 단속 방침을 내놨습니다.

120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했다가 더우인 계정을 폐쇄당한 남성 인플루언서 슈차이(秀才)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정법일보는 슈차이가 '중·노년 여성 수확기(농기계 콤바인)'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고, 수만∼수십만 위안을 후원하는 '큰손' 시청자가 적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BJ들은 방송 중 노인 시청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선물'을 요구했고, 다른 BJ와 후원 대결을 벌이는 방식으로 팬들 경쟁을 유도했습니다.

혼자 아이를 키우고 있다며 노인 시청자들의 동정을 유발하는 방식도 있었습니다.

중국 법조계에선 인터넷 방송 업체들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정법일보는 전했습니다.

베이징에서 활동하는 창사 변호사는 "법규가 완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터넷 방송 플랫폼은 수익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지고, 판단·인지능력이 약한 노인을 위한 환불 메커니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다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azeen98@gmail.com]

MB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