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노조 ‘음서제 파업’... 고용 세습 유지 주장하며 12일 돌입

12일 광주 서구 기아 광주공장 출입구에 걸린 노조 현수막/연합뉴스

기아 노조가 올해 임단협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12일부터 파업에 돌입한다고 11일 밝혔다. 지난 10일 진행된 14차 본교섭이 노사 견해차로 결렬되면서 이같은 결정이 이뤄졌다.

기아 노조는 12~13일, 17~19일엔 하루에 각 8시간, 20일에는 12시간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필수 근무자 등 외에는 생산 특근도 거부하기로 했다. 다만, 파업 선언을 하면서 “교섭이 있는 날은 정상 근무를 하겠다”는 단서를 달았기 때문에 실제 내일부터 파업이 진행되는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협상 막바지여서 교섭이 빈번하게 진행되는데, 내일 교섭 여부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파업 선언은 현대판 음서제라 불리는 고용 세습 조항에 대한 노사 의견차 때문이다. 기아 단체 협약에는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 정년 퇴직자 및 장기 근속자(25년 이상)의 자녀에 대해 우선 채용한다’는 조항이 있다. 부모가 기아에 재직했다면 자녀에게 입사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현대차에도 이런 조항이 있었는데 2019년 노사 합의로 없앴다.

사측은 이 조항을 삭제하는 대신 5년간 기아 직원 자녀 1000명을 해외에 보내주고, 올해 말까지 신입 사원을 채용해 직원 노동 강도를 줄여주겠다고 했지만, 노조는 조항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정년을 만60세에서 64세로 연장하라는 요구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정년 퇴직자를 최장 1년간 계약직으로 재고용하는 베테랑 제도 근무기간을 1년 추가 연장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임금 현안에서도 사측은 현대차 타결안과 같은 기본급 11만1000원 인상, 성과금 400%+1050만원, 전통시장 상품권 25만원 등 역대급 인상안을 내놨지만, 기아는 수당 등을 높이라고 요구하고 있다.